공타동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붉은 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집단체조 예술공연 관람 수행을 통해 공식석상에 다시 등장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관람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수행원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포함됐음을 확인했다.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붉은 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집단체조 예술공연 관람 수행을 통해 공식석상에 다시 등장했다.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관람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수행원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포함됐음을 확인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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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서울의 한 언론사가 지난 5월 말 북한관련 특종을 한 건 했죠. 북한당국이 하노이 회담실패에 격분해 이에 관여한 간부들을 처형하고 노역형, 수용소행에 처했다는 보도입니다.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외무성 간부 4명과 함께 책임을 지고 미림비행장에서 공개처형을 당했다고 했죠. 미제에 포섭돼 수령을 배신했다는 스파이 혐의가 적용됐다네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자강도에 강제 노역 및 사상교육 보내졌다고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는 혁명화조치라고 하죠.

당 통일전선부 통일정책실장 김성혜와 이번 회담에서 1호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도 통역과정에 결정적 실수를 해 최고 존엄의 권위를 훼손했다고 정치범 수용소에 갇혔다고 하네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도 하노이 회담실패이후 잘 나타나지 않았는데 그도 김정은이 근신시켰다고 했고요.

공교롭게도 이 기사가 나오기 하루 전 북한노동신문에 의미심장한 글이 하나 올라왔죠. ‘앞에서는 수령을 받드는 척하고 뒤에 돌아앉아서는 딴 꿈을 꾸는 동상이몽은 수령에 대한 도덕, 의리를 저버린 반당적, 반혁명적 행위’라며 ‘이런 자들은 혁명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말로만 외우고 심지어 대세에 따라 변하는 배신자, 변절자도 나타나게 된다. 충실성은 결코 투쟁 연한이나 경력에 기인되는 것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노동신문이 반당, 반혁명, 준엄한 심판 등 숙청을 암시하는 듯 한 표현을 쓴 것은 2013년 12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이후 처음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북한은 서울에서 특종이 나간 이후 보란 듯이 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김여정 당 1부부장을 TV 화면으로 내보냈습니다.

김영철은 군부대 군관부인들의 예술공연 관람에 김정은과 같이 등장했고, 다음날 김여정은 대집단체조 공연에 등장했죠. 그것도 서열을 무시하고 리설주 부인 옆에 자리했습니다.

물론 선전선동부가 집단체조도 당적 지도 하긴 하지만 그래도 김씨일가 3명이 나란히 공개석상에 서열을 깨고 등장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분명히 김여정의 존재를 부각시켜 내보내기 위한 시도이겠죠.

미국의 CNN은 김혁철이 처형당하지는 않고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대통령까지도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반응을 했었죠.

이런 논쟁과 기사들을 보면서 북한이 얼마나 폐쇄적으로 사는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무성 전직 대사, 대미 특별대표가 처형당했다면 외무성과 그 주변 중앙기관들에 소문이 자자할 것이고, 해외 대표부들에서는 북한내부보다 더 빨리 정보를 알았을 텐데 이와 관련된 사실관계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우니 말이죠.

북한에서는 사실 주민들이 앞에서는 구호만 외치면서 열성당원처럼 행동하지만 뒤에서는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당 간부들을 공개타도 대상 즉, 공타동무라고 한다면서요. 이 기준으로 보면 김영철이 어떻게 되던, 김여정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또는 잘코사니 해야 할 텐데, 국제사회에서는 그렇게 간단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면 비핵화 협상, 여러 나라들의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