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는 인민의 영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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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제가 자랄 때 이런 개사된 노래를 흥얼흥얼했던 기억이 납니다. '방귀는 인민의 영양가, 방귀를 사랑합시다. 방귀를 사랑하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요.' 아침체조, 대중체육과 관련된 노래를 개사해 어린이들이 즐겨 불렀던 것 같습니다.

방귀는 일반적으로 하루에 15-30번 뀌는 것이 정상이 라죠? 아마도 그래서 이 자연적인 생리현상도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건강이 잘 유지된다는 의미에서 개사했을 겁니다.

북한에서는 다른 공산권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인민건강, 국방을 위해 체육을 매우 중시했습니다.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구호아래 말이죠.

대중생활체육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에 탁구 판들이 설치되어 있고 평양시 아파트들마다에는 하다못해 콘크리트로 된 탁구대들을 설치해 놨죠. 변변한 탁구채가 없어도, 변변한 네트가 없어도 그냥 나무판만 있으면, 공만 있으면 치곤했습니다.

그리고 학교마다 체육구락부도 잘 운영하고 있죠? 그래서 어느 학교는 농구, 어느 학교는 축구, 어느 학교는 탁구, 육상, 씨름 이렇게 특화돼서 명문학교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또 사회적으로는 인민체력검정을 해마다 실시합니다. 육상, 철봉, 너비 뛰기, 높이뛰기, 태권도 체조 등 그 종목과 범위도 다양합니다. 몸이 무겁거나 운동에 소질이 없는 이들에게는 정말 고역이죠.

그리고 중앙기관 체육대회, 예술부문 체육대회, 대학별 대회 등 각종 대회들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때 대학별 축구경기, 중앙기관들 사이 탁구경기,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육상대회 등은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고 정말 그 열기와 참여가 대단했습니다. 제가 다닌 김일성종합대학 외문학부에서는 전직 남자배구선수들을 몇 명받아 배구에서 해마다 1-2등을 다퉜죠. 대학을 졸업하고 일하던 대외보험총국에도 배구선수들이 몇 명 있었고 또 탁구가 인기가 있어 탁구선수도 1-2명받았습니다.

대학별 축구경기가 있을 때도 부정선수들을 출전시켜 서로 고발한다, 적발한다, 경기결과가 무효다라며 그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김정은시대 들어 물론 과거보다는 그 열기가 식었지만 체육강국건설의 명분아래 대중체육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많이 취해지고 있습니다.

국가체육위원회도 조직하고 체육관계자들이 총집결한 '선군체육열성자회의'도 개최하였으며, 마식령 스키장도 1년 안에 완성해 개장했고, 호위총국이 운영했던 미림승마장도 미림승마구락부로 확대해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죠. 물론 다수의 일반주민들이 모두 이용할 수는 없지만요.

그리고 2015년에는 제7차 전국체육인대회를 열어 체육강국건설을 위한 체육의 과학화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축구학교도 김정은의 특별한 관심 하에 개교했고 또 일부 선수들은 해외에도 차출돼 뛰고 있죠.

전 세계인의 대축제인 2018 월드컵, 북한에서는 세계축구선수권대회라고 하죠, 이것이 모스크바에서 시작됐습니다. 남한은 2002 월드컵 4강 신화에 이어 9회 연속 본 대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체육강국을 지향하는 북한도 벌써 1966년 런던 대회 때 8강에 진출하는 대이변을 이뤄낸 역사가 있죠. 그런데 지금은 그때만 못합니다. 아마도 경제력, 기술력, 사회개방수준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일 겁니다.

북한도 이제 핵을 내려놓고 인민들의 복지와 건강, 행복을 위한 정치의 길로 들어서면 엄청난 과거의 영광도 되찾을 수 있겠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