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여성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책임진 나라의 당당한 주인으로 불립니다. 또 ‘여성은 꽃이라네’의 노래 가사에도 있는 것처럼 생활의 꽃, 행복의 꽃, 나라의 꽃으로 칭송받기도 하죠.
북한당국은 해방 후 처음으로 제정한 법이 ‘남녀평등권법’이라고 하고 있고, 어머니대회도 자주 소집하고 있으며, 김정은시대 들어서는 어머니날이라는 명절도 제정해 여성들에게 관심을 돌리고 있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때도 여성비율을 최대한 맞추어 선거하고 있으며, 노동당 간부들, 국가기관 간부들 선발도 일정부분 여성들을 배려합니다. 남녀평등권의 완전한 실현, 세상에서 가장 존엄 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는 여성들, 이것이 북한당국이나 선전매체들이 자랑하는 북한의 여성상입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어떨까요?
요즘 북한항간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한다면서요. ‘여맹은 뛰고, 농근맹은 걸어가고, 노동당은 잠잔다.’ 농근맹은 농업근로자들을 망라하는 조선농업근로자동맹을 의미하죠. 즉, 북한 세상살이에서 가장 바쁜 사람, 조직이 여맹이라는 얘기입니다.
북한 여맹은 1945년 11월 북조선민주여성동맹으로 창설되어 1951년 1월 이른바 남조선민주여성동맹과 통합해 조선민주여성동맹으로 됩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렇듯이 이 조직의 기원도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이 1926년 12월 조직했다는 ‘반일부녀회’에 있다고 역사화 했죠.
2016년 11월 김정은시대 들어서는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으로 명칭을 변경하기에 이릅니다. 노동당에 입당하지 않은 가정주부들이 모두 이 조직에 망라됩니다.
김일성의 둘째부인 김성애가 여맹위원장을 할 땐 그 위세가 정말 대단했죠. 노동당위에서 논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고, 김성애 초상화도 걸고, 그에 대한 위대성 교양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정치조직에 망라된 여맹원들의 실제 생활은 지금 당국이 선전하는 것과는 180도 달리 정말 팍팍하고, 고단하고, 어렵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말하는 유머처럼 다른 조직원들, 남자들보다 더 단련을 받고, 더 착취를 받고, 더 시달림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죠.
그들은 모내기, 물주기, 김매기, 가을걷이 등 사시장철 농촌동원에 시달려야 합니다. 그리고 세 부담도 정말 많죠. 아마도 지금은 삼지연꾸리기, 원산 갈마해수욕장꾸리기에 못, 기름, 장갑, 작업복, 도시락 등 주기적으로 지원하라고 압박을 받고 있을 겁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거주하는 지역에 어떤 큰 공사나 군 주둔이 있으면 이들도 때 없이 지원해야 합니다.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들에서는 건설자재, 꼬마계획, 충성자금 마련, 교실꾸리기, 학교꾸리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 부담을 들씌우고 있다더군요. 이것도 대부분 가정주부들이 나서 해결해야 합니다.
‘낮 전등’, ‘멍멍이’, ‘벽걸이 시계’로 불리 우는 직장에는 나가야 하지만 생계 밥벌이를 해오지 못하는 남편들을 위해, 또 집안의 생계를 위해 별의별 장사, 밀수, 굳은 일도 다 여맹원들의 몫입니다.
게다가 자녀들 낳고, 키우고, 밥하고, 빨래하고, 이 모든 것까지 합치면 정말 여맹은 뛰고, 농근맹은 걷고, 노동당은 자는 것이 맞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