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65년 만에 헤어졌던 가족을 다시 만나는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오늘을 시작으로 2박 3일 동안 금강산에서 열립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재개된 만남이죠.
이산가족이 지금은 워낙 고령이라 남측에서 참여하는 89명 중에 부모와 친 자식 간의 상봉은 7가족에 불과하다네요. 형제자매를 만나는 상봉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사촌이나 조카와 같은 친척을 만난답니다.
남측 상봉자 중 최고령은 101세 백성규 할아버지인데, 그는 며느리와 손녀를 만나게 된 다네요. 65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남측의 상봉자들은 꿈과 같은 이 시각을 위해 북측 가족들에게 줄 선물보따리를 많이 준비했습니다.
옷가지에 신발, 속옷, 시계, 영양제, 초코파이 같은 선물을 한가득 준비도 했고요, 이렇게 짐을 7개나 준비한 가족도 있답니다. 또 이번엔 처음으로 가족끼리 숙소에서 오붓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 다네요.
남북 이산가족은 지난 65년 동안 분단민족의 아픔을 가장 뼈저리게 안고 살아 온 산 증인들이죠. 글쎄 어린나이에 헤어져 백발이 되도록 가족이 살아있는지 생사도 알 수 없고, 또 평생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분들이 수두룩하니 김일성이 만들어낸 6.25전쟁의 비극, 이념전쟁과 체제대결의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북측에 남겨진 전쟁포로들, 납북자들은 북한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인 탄광, 광산, 농촌에 배치돼 사회의 최하층 계층의 삶을 대부분 살아왔죠.
그들에 대한 불이익은 자식에게도 대물림돼 예쁜 딸들은 전쟁포로, 남쪽출신이라는 출신성분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공부를 아무리 잘 하고 재능이 뛰어나도 북한최고 대학인 김일성대 입학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자기 과거를 말해줄 수 없고, 이와 같은 자기 처지를 평생 비관하며 당국에 대한 저주를 가슴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자녀들에게 자기 남쪽 고향 주소와 가족이름을 눈을 감아도 줄줄 외울 수 있도록, 거의 세뇌수준으로 가르쳐준 분들도 있죠. 생존에 꼭 남쪽에 가서 가족들을 만나라, 고향을 찾아뵈라고 평생 당부한 이들도 있습니다.
남쪽에서도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가족이 북한에 있다는 것을 숨기고 살았죠. 그러나 많은 이산가족들은 6.25전쟁이후 대한민국을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만드는데, 자유민주주의 선진국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북쪽 출신 장군들도 많았고, 안보기관 종사자, 간부들도 많았으며, 유명 정치인, 국회의원, 기업가, 교육인 등 사회지도층도 북쪽 출신이 차고 넘칩니다. 이것이 남북의 차이겠죠.
북한에서는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이런 신조어가 생겨났죠. '금강산줄기', '한라산줄기'. 금강산은 이산가족상봉을 할 수 있는 사람들, 한라산줄기는 남한에 친인척이 있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얼마나 북한살기가 어려우면 백두산줄기, 빨치산줄기에 이어 남쪽에 연이 있는 이런 줄기들이 등장했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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