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투리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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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연이은 태풍상륙으로 고단한 북한주민들의 일상이 요즘 더 고통스러운 것 같습니다. 예전에 북한주민들이 이런 말도 자주 했죠. '중이 머리 깍은 날 모기가 성하다.' 대북제재에 코로나까지 덮치고, 태풍까지 떼로 몰려와 주민들의 한숨이 더 커지는 가을입니다.

이뿐이 아니죠. 김정은이 황해북도, 강원도, 황해남도에 이어 이번에 큰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에 가 회의들을 주제하면서 전국, 전군, 평양시에까지 동원령을 내렸으니 태풍피해를 직접 입은 주민들은 물론 가사에 바쁘고 생계에 힘든 다른 주민들까지 또 동원돼 많은 고통을 받아야 하는 현실입니다.

물론 어려울 때 전민이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어려움에 처한 지역,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은 미덕이고 지극히 칭찬받아야 할 일이지만 북한에서는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이어지니 인민들이 왜 피곤해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평양시민들은 갑작스런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지원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을 것이고, 한 달 뒤 있게 될 당 창건 75주기 정치행사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을 텐데 김정은이 평양 열성당원들을 태풍피해를 입은 함경도로 불렀으니 또 1만 2,000명의 지원자들이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큰 희생을 강요당하게 생겼습니다.

벌써 김정은의 친필 호소문 발표 하루만에 30만 명이 탄원을 했고, 노동당원은 물론 일반근로자들까지 일떠섰다니 앞으로 며칠간 더 많은 사람들이 달달볶게 생겼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6일 하루 동안 30여만 명의 당원들이 당 중앙의 구상을 실천으로 받들어나갈 열의를 안고 함경남북도피해복구장으로 탄원했다. 당원들의 뒤를 따라 근로자들도 적극 합세하여 탄원자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알렸죠.

평양시당에서는 시내 모든 당 조직에 관련 내용을 알렸고, 그 결과 지난 6일 오전 이미 최정예 당원사단이 꾸려졌다고 했습니다.

평양시 당위원장 김영환은 '최고영도자 동지의 공개서한을 받아 안은 즉시 일꾼과 당원들만이 아닌 수많은 근로자, 청년들까지 함경남북도의 피해복구 전구에 달려 나갈 것을 열렬히 탄원해 나섰다. 당에서 번개를 치면 우레로 화답하는 조선노동당원들의 실천이 어떤 기적을 창조하는가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고요.

평양의 중심부 김창진 중구역 당위원장도 '그 누구보다 당 중앙위원회 가장 가까이에서 사는 우리 중구역 당원들이야말로 친위대오의 제일선 전열에 서야 할 사람들'이라며 열의를 보였습니다.

이미 복구 작업에 필요한 화물자동차와 굴착기, 삽차 등 중기계와 작업공구, 자재들도 채비를 마쳐 함경도로 출발했다고 하죠.

직접 지원해 현장에 나가 전투하는 사람들은 전국적인 지원으로 그래도 괜찮지만 오히려 더 힘든 이들은 후방에서 온갖 지원물자 보장에 시달리는 사람들입니다. 평가는 덜 받고, 생색내기도 힘들며, 대신 많은 돈과 물자를 내야하죠.

사실 제일 편한 사람들은 평양시당 위원장, 중구역당 위원장 같은 당 간부들입니다. 앞에서는 저들이 다 할 것처럼 떠들지만 실지로는 아랫사람들만 죽어나는 거죠.

북한주민들은 요즘 정치선전과 김씨 우상화에 까투리새끼처럼 말로만 떠드는 이런 정치일꾼들을 '까투리 새끼들'이라고 빈정댄다면서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