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가시권으로 들어온 가운데 처형설이 나돌았던 김혁철 후임자로 보이는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담화를 발표했군요.
내용의 핵심은 미국이 어떤 대안을 가지고 나오는가에 따라 앞으로 북미가 더 가까워질 수도 있고, 반대로 서로에 대한 적의만 키우게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은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죠.
요구사항이 뭔가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듯 하지만 그래도 좀 좁혀 해석을 하면 북한체제를 그대로 인정하고 군사적 위협이나 적대행위를 하지 말며, 지금의 대북제재들을 해제해야 비핵화 관련 논의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공을 완전히 미국 쪽으로 넘겨 이번 회담의 결과는 결국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있다는 식으로 벌써 책임회피까지 하고 있군요.
미국으로부터 나오는 신호는 좀 혼돈스러워 보입니다. 대북강경파였던 백안관 안보보좌관을 경질하면서 미 트럼프대통령은 불만 중 하나로 볼턴의 북한에 대한 ‘리비아식 해법’ 언급을 꼭 찍어 말했죠. 즉, 자기는 리비아식 해법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김정은과의 연말 정상회담 가능성도 내비쳤고, 다시 열리게 될 북한과의 실무협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동시에 미 재무부는 해킹관련 북한 단체 3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고, 프럼프대통령은 집권 초기 대북강경정책을 펴면서 내세웠던 미국 대학생 희생자 오토 웜비어의 부모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식사도 같이 했습니다.
이것도 해석해 보면 북한은 비핵화 관련 결과를 이번에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북제재는 더 강화, 지속될 것이고, 북한관련 집권 초기에 보였던 아주 강경한 정책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다음 대선 재선까지는 서로의 정치적 수요로 양쪽 모두 극단적인 선택은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선이 확실시 되거나, 재선이후 어떤 강경책을 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혹시라도 미 민주당이 집권하면 전통적인 대북정책이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북한이 현재 누리고 있는 정치 외교적 쇼도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아마도 올해 말이 비핵화 관련 북미사이의 앞으로 몇 년을 규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북한당국은 노동신문을 통해 적대세력에 한 걸음 양보 시 백보 물러서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 정신은 김부자의 교시, 말씀은 물론 많은 문학작품이나 계급교양에서 계속 강조되고 있는 천리이고 진리입니다. ‘1보 전진, 2보 후퇴’와 함께 주민들이 일상 유머로도 많이 쓰죠.
북한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한 발 양보하면 앞으로 백보 물러서게 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