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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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봄이 온다'의 주제로 남한 예술단의 평양공연이 성사되고,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데 이어, 그때 약속한대로 '가을이 왔다'의 주제로 서울에서의 평양예술단 공연이 예정된 가운데 평양에서 또 한 차례의 남북수뇌상봉이 열리게 됩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표어는 남한에서 '평화, 새로운 미래'로 정했습니다. 따라서 문재인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한 발언에서도 '외부의 정치정세에 영향을 입지 않는 항구적인 평화를 한반도에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위해 남북사이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고 충돌을 방지하는 부분에서의 여러 합의 도출이 예상됩니다. 이미 남북군사당국 사이 논의가 된 대로 군사분계선지역에서의 일부 감시초소 철거 문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내오는 문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완전한 비무장화 문제, 서해NLL 지대를 평화수역으로 하는 문제 등이 합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문제도 당연히 중요한 이슈죠. 당장은 어떤 구체적인 합의문을 도출해 내는 데는 자신감이 없지만 남북사이 비핵화문제를 이슈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선에서, 그리고 미북 사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선에서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18일 도착 당일 오후 정상회담, 19일 오전 정상회담이 예견되어 있고 아마도 19일 오후에는 그 결과를 발표할 것 같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것이 생방송된다는 것이죠. 서울에 외신기자들을 포함해 3천여 명의 기자들이 이미 특별히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등록하고 대기 중에 있습니다. 전 세계에 관련 내용들이 실시간으로 타전돼 큰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방문단이 어느 대상을 관람하고, 어떤 공연을 보고, 또 어떤 음식을 먹을지도 모두 관심사인데요, 당연히 옥류관 오찬이 19일 예정되어 있습니다.

평양냉면을 다들 맛볼 수 있을 텐데요, 북한에는 주민들 속에 이런 말이 유행하죠, '선주후면.'

냉면을 먹기 전에 술을 한잔 먹은 다음에야 꼭 냉면을 먹는다는 뜻입니다. 예로부터 술을 반주로 먹어 갈증을 만들어야 물냉면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생겨났을 겁니다. 또 사시장철 평양사람들은 냉면을 좋아해 추운 날 속을 좀 뜨겁게 달구고 먹는 방법이기도 하겠죠.

옥류관냉면에 대한 일화는 참 많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옥류관에 가면 긴 줄을 서서 보통 1시간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배가 고파 더 맛있다는 얘기죠. 아무쪼록 이번에 평양가시는 분들, 옥류관 냉면 맛을 톡톡히 잘 보시기 바랍니다.

또 19일 저녁에 있을 환영만찬은 북한주민들이 자주 가는 곳을 선정해 달라고 부탁했다는데요, 아마도 청류관, 올해 개장한 대동강수산물식당이 유력해 보입니다. 청류관도 사실 냉면집인데, 신선로 등 다양한 요리를 접할 수 있어 문제가 없겠죠.

그리고 북한에서 1호 행사에는 호위총국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음식과 부식물을 보장하기 때문에 어느 식당을 선정해도 요리나, 대접에는 큰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선주후면, 옥류관냉면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특히 북한의 비핵화이슈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에 큰 이정표가 되는 계기이기를 바래봅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