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에 웃는 자가 승자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운데)가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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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실패한지 7개월 만에 겨우 개최된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하루 만에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또 깨졌습니다.

북한은 회담이후 바로 이를 결렬이라고 표현했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북한과 좋은 의견을 나눴다, 2주 뒤에 스웨덴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는 미 국무부 평가와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입니다.

다음날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더 구체적이고 신랄하게 북한이 회담에 임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스웨덴 회담에 대해서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기들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저들의 기존 입장을 고집하였다.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 일정에 조미 대화를 도용해 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하였다.’고 했습니다.

또한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회담결과에 대한 실패사인은 이미 북한에서 SLBM ‘북극성 3형’에 대한 시험이 있을 때 예고됐습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심각하게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매우 불쾌했으리라 봅니다.

이번 회담이후 북한은 핵실험, ICBM 시험 재개도 위협했고, 김명길대사는 귀국도중 베이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이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회담이 진행되느냐 마느냐는 미국 측에 물어보라.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례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라고 위협적인 발언도 쏟아냈습니다.

북한의 핵에 대한 입장이 점점 더 강경해지는 느낌이죠. 비밀스럽게, 몰래 핵을 개발해 오다 지금은 핵무장화가 당연한 것이고, 북핵의 원인제공이나 그 해결방법도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있다는 식입니다.

그리고 임기가 제한돼 정치적 접근법으로 북핵을 대하는 미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점도 정확히 꿰뚫고 있는 듯합니다. 불리할 때는 비핵화 할 것 같은 미련을 주어 요란한 정상회담으로 시간을 벌고는 상대가 코너에 몰리거나 선택의 여지가 좁을 때는 확실하게 밀어붙여 어쩔 수 없게 하는 그야말로 수십 년간 쓸고 닦은 협상 술을 이번에도 다시 쓰는 듯싶습니다.

북한에서도 이런 말이 한때 유행했죠. ‘최후에 웃는 자가 승자다.’ 원래 이것은 영어 속담입니다. 그런데 이름 없는 영웅들 등 미국, 서방세계 관련 영화와 문학이 퍼지면서 화재가 된 것이죠.

북핵 대화의 결과도 결국은 같지 않을까요? 작은 전투에서는 북한이 자주 승리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쓸 수 없거나, 완전히 억제되거나, 무용지물이 되면, 동시에 북한은 제재로 경제가 수십 년 뒤쳐져 있고, 남들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나면 북한체제는 자연히 주저 않지 않을까요? 소련이 주도한 사회주의가 저절로 무너진 것 처럼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