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11월 9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지 30년이 되는 날을 기념했죠. 이 날은 현대사에서 동구권의 붕괴,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종말을 알리는 그리고 우리처럼 분단된 독일이 통일을 이루는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현재 사회주의, 공산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몇 안 됩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인데요, 이들은 말이 공산당정권이지 경제는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중국의 관광객들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고, 미국 유학생 중에 중국인들의 비중이 가장 많이 차지하는 등 그야말로 중국은 정치만 공산정치이지, 경제사회는 천지개벽한 상태입니다. 베트남도 별 차이가 없죠. 도이모이 정책으로 경제가 개방, 번창하고 있습니다.
쿠바도 아직 공산정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개방화 수준이 상당합니다. 택시업, 식당업, 관광업 등 사기업이 허용되고 있고, 인구의 10%정도가 미국 마이애미를 비롯해 망명해 있으니 외부와의 접촉, 정보유입의 수준은 북한과 비교할 바 안 될 정도로 높습니다.
지구상에 가장 폐쇄적이고 경직된 사회주의 국가가 바로 북한이죠. 지금은 공산주의라는 표현을 헌법을 포함해 많이 삭제했고 또 쓰지 않고 있으니 북한은 말이 공산주의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도 아닙니다.
구소련에서 사회주의, 공산주의 시스템을 수입해 도입했다지만 소련과도 많이 차이가 나는 북한만의 시스템을 구축해 왔죠.
그렇다면 소련의 체제와 어떻게 구체적으로 달랐을까요?
우선 소련에는 북한과 같은 인민반이 없었다네요. 인민반은 사실 일제 강점기의 잔재인데, 미나미 지로 총독시대에 만든 ‘애국반’이 해방 후 인민반으로 둔갑해 북한사회를 통제하는 말단 통치기구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에트통치가 주민들이 거주하는 사택, 집에까지는 침투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련의 반체제 인사들은 ‘소비에트 정권의 권한은 내 아파트 현관에서 끝난다.’라고 농담까지 했다네요.
그리고 여행의 자유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네요. 소련에서는 가맹공화국들내에 여행을 해도 국가의 별도 승인 없이 차표만 사면 자유롭게 오고 갔죠. 그리고 외국여행도 사회주의권 나라는 자유롭게 관광을 갈 수 있었고, 서방세계에는 친인척이나 인맥이 있으면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60년대 말부터 북한 내 다른 지역에 여행가도 여행증명서 즉 통행증을 소지해야 다닐 수 있게 만들었죠. 외국 관광이나 여행은 고사하고 외부와 인터넷, 국제전화도 할 수 없습니다.
문학서적 등 정보통제에서도 차이가 있죠. 소련에서는 동구권 나라들의 서적은 물론, 중고 서적, 서방의 문화를 소개하는 잡지 등 상당히 폭넓게 외부의 정보를 허용했죠. 그러나 북한은 마르크스-레닌주의 서적까지도 금지도서로 만들었습니다.
군 복무도 소련 육군은 2년, 해군은 3년, 아주 불행하고 운이 없는 군인이 때로 6년씩이나 근무하기도 했다죠. 그러나 북한은 10년 만기복무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노동당 통치는 내 집 현관에서 끝난다.’라는 유머가 언젠가 나오긴 할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