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남북이 올해 정상회담에서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를 다시 합의하고 추진하는 가운데 북한철도 공동조사가 유엔안보리의 제재면제 결정을 받아 곧 시행하게 됩니다.
북한은 지금 핵미사일 개발 때문에 많은 안보리 제재를 받고 있는데요, 특히 외화현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거나, 북한에 투자하거나, 석유를 필요이상으로 반입하거나, 미국이 적성국들에게 제재하는 전자제품이나 물자가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모두 금지되어있습니다.
아마도 남북이 북한의 철도상황을 공동으로 조사하려면 여기에 드는 비용, 현금, 석유, 물자 등 필요한 것들이 다양할 텐데요, 이에 대해 특별히,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받은 거죠.
북한이 '제국주의의 본산'이라고 하는 미국의 경제제재, 특히 금융제재가 얼마나 무섭나면요,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 사건을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북한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미 재무부의 제재리스트에 올라 관보에 게재된 경우인데요, 이것 때문에 결국 BDA는 파산하고 망했습니다.
은행이 위험해지면 거래자들이 저저마다 맡긴 돈을 빼기 시작해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고요, 고객을 많이 잃은 은행이 다른 경쟁자들과 경쟁해서 살아남기도 어렵고, 또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 미국은행들과의 거래, 즉 달러 거래를 못하게 됩니다. 그럼 당연히 망하는 거죠.
이것이 유일한 사례가 아닙니다. 라트비아의 3대 은행 중 하나도 북한의 불법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로 미국의 제재를 받아 파산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올해 2월 제재를 받은 지 2주 만에요. 심지어 라트비아 정부가 개인당 10만유로 재산을 담보하겠다고 했는데도 고객들이 자금을 빼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거죠.
북한철도 공동조사가 실현이 돼 다행이지만 결국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은 북한의 비핵화가 어떻게 진전될지 상황에 따라 연동되리라고 봅니다. 왜냐면 북한과 금융거래를 한두 번 잘 못해도 대북제재를 어겨 파산할 판인데 북한철도, 도로현대화에 수억, 수십억 달러의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철도 상황은 저도 경험해보았습니다만, 정말 열악하지 그지없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창문이 다 깨져 추운겨울에도 바람을 슝슝 맞으며 다녔죠. 열차빵통 위에도 가득 올라타 사고가 나기 일쑤였고, 심지어 바퀴 옆에 달린 공구함도 타고 다녔죠.
쓰리군, 도둑들이 득실거려 열차가 떠날 때마다 쇠갈고리로 짐을 걸어 채고, 출발하는 열차에 매달린 승객들의 식량배낭에 구멍을 내 마대를 대고 훔치기도 했습니다.
역 주변에는 꽃제비들이 차고 넘쳤고 이들은 온갖 마술재주, 노래, 개인기로 밥 한술, 돈 몇 푼 빌어먹기도 했었죠.
북한에는 아주 유명한 영화 '철길우에서'가 있죠? 전쟁 시기 적들과에 싸움에서 용맹을 떨치고, 조국에 충성한 젊은 기관사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명한 대사가 나오죠. '이건 기차야, 기차!' 즉, 갑자기 유턴이나 빨리 방향을 돌릴 수 없이 곧바로만 간다는 핀잔입니다. 북한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머 소재로 써먹었죠.
북한의 비핵화 여정이 되돌릴 수 없는 기차처럼, 이와 함께 북한의 철도현대화도 '이건 기차야, 기차!'의 정신으로 되돌릴 수 없게 진척되기를 바래봅니다.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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