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은시대 들어 북한에서 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민족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한 약간의 신선한 접근일겁니다.
얼마 전 조선중앙통신은 황해남도 해주시에 살고 있는 리연희여성이 기증한 리이(리률곡)의 족보, ‘덕수리씨세보’를 조선중앙력사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것도 김일성종합대학, 민족유산보호국, 사회과학원 등 해당 부문 일군들이 참가한 제11차 비상설물질유산심의평가위원회에서 진품이라는, 보관가치가 있는 역사유물이라는 평가를 하고 말이죠. 김정은 지시에 의해 그 여성에게 기부증서도 수여하도록 했고, 또 그의 애국적 소행을 널리 소개하도록 조치했다고 합니다.
수령절대주의, 개인우상화 반대, 가족주의 배척, 반 종파투쟁 때문에 옛날 같으면 사실 가문, 족보는 고사하고 자기 성씨 본조차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못했고 또 무관심했는데 이 정도면 세상이 많이 바뀐 모양입니다.
국조를 참매로, 국주를 평양소주, 평양주로 지정하고 보호하는 것도 변화의 하나입니다. 원래 국화는 김일성에 의해 목란으로 지정됐죠. 그리고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국수는 소나무입니다.
그리고 혹시 국견에 대해서도 북한주민들이 잘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풍산개죠. 해방 후 북한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법령으로 유적유물들과 명승들을 보존하도록 조치를 취하면서 여기에 풍산개도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1956년 4월 9일 풍산개를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하였습니다. 이후 김일성은 풍산개 순종은 아주 좋은 품종이라며 그 순종에 대해 조사해볼 데 대한 과업을 하달했고, 김정일도 1976년 7월 3일 김형권군을 현지지도하면서 풍산개 순종 마리 수를 결정적으로 늘일 데 대해 방침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4년 11월 7일 김정은에 의해 풍산개가 북한의 국견으로 제정되게 되었습니다. 국화 목란, 국수 소나무, 국조 참매, 국주 평양소주에 이어 또 하나의 국가상징물이 된 셈이죠.
사실 세계적으로 모든 나라가 다 자랑할 만한 명주나 음식, 명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닙니다. 술 하면 스카치위스키, 프랑스 와인, 일본 사케, 중국 고량주, 러시아 워드카가 있죠. 그리고 음식은 이태리 피자, 미국 버거, 일본 스시, 베트남 쌀국수, 베이징 덕 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명견의 종류도 꽤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반도에 북쪽에는 풍산개, 남쪽에는 진돗개가 있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얼마 전 미국 특수부대의 공격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의 수괴가 자폭한 사실이 전해졌죠. 그때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이 바로 코넌이라는 군견이였답니다. 백악관은 이 군견을 공개했고 또 트럼프대통령이 직접 표창도 했죠.
이 세상에 인간과 가장 오래고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는 것이 바로 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일까요? 개와 관련된 속담, 은어, 유머들도 많지만 그들을 칭찬하는 이런 말들도 있네요.
배은망덕한 사람보다 은혜를 아는 개가 낫다.
최대의 사랑은 어머니의 사랑, 다음은 개의 사랑, 그 다음이 연인의 사랑이다.
내 개는 나의 친구, 내 아내는 나의 적, 내 자식은 나의 주인.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