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 오전? 오후에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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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이어서 사회주의, 공산권의 유머를 몇 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북한산 유머도 물론 중요하지만 북한은 워낙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문화라 유머의 폭과 깊이가 제한적이고, 다른 나라들에서는 과연 어떤 부분들이 관심을 끌었는지 같은 체제이지만 서로 약간 다른 문화라 더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당연히 서로의 연관성, 유사성은 강하지만요.

'십년 후에 오시오'

어느 소련 남자가 차동차 라다 쥐굴리를 사기 위해 모아놓았던 돈을 내밀었다.

그러자 창구의 직원은 '십 년 후에 오시오.'라고 대답했다.

남자는 머뭇거리더니 '십 년 후 오전이요, 오후요?'라고 물었다. 직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십 년이나 뒤의 일인데 그게 중요합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남자가 대답하기를, '그 날 오전에는 배관공이 오기로 되어 있소.'라는 것이었다.

실제 구소련에서는 신차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에 일반인이 새 차를 구입하려면 몇 년씩 걸리기가 일쑤였다네요. 복권에 당첨되어 자동차가 차례졌을 때나 자동차기업에 취직했을 때는 사정이 달랐다지만요.

소련에서는 몇 년이 걸려도 그나마 승용차 구매라도 시도 가능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자가용차를 가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아래동네 남한에서는 주문하면 바로 몇 일안에 신차를 탈 수 있고, 중고시장에 넘치는 차는 그 자리에서 구입해 타고 다닙니다. 1세대 차 2대 시대죠.

'각국 화폐의 용도'

로므니아 인민공화국에서 홍수가 발생했던 때 일이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소련이 앞 다투어 로므니아를 원조했다.

미국의 달러화는 도로 복구의 비용으로 쓰였다.

일본의 엔화는 다리 건설에 투입되었다.

소련의 루블화는 화장실 휴지가 되었다.

상대적으로 자본주의 세계의 경화에 비해 사회주의권의 화폐가치가 별로였다는 비유인데,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것 같네요. 북한에서는 루불화도 사회주의권 경화로 쓰였죠. 자본주의 화폐는 파란색 도장의 외화와 바꾼 돈표, 사회주의권의 화폐는 빨간색 도장의 외화와 바꾼 돈표로 사용됐으니까요. 물론 파란돈표는 공업품, 식료품 할 것 없이 다 살 수 있었고, 빨간 돈표로는 대체로 식료품만 구매 가능했습니다만요.

'전기화'

블라디미르 레닌은 일찍이 전기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공산주의는 소비에트 권력에다 전 국가의 전기화를 더한 것이다.'

곧 몇몇 사람들은 이 말을 놓고 수학적인 계산을 벌려 보고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따라서, 소비에트 권력은 공산주의에서 전력화를 뺀 것이고, 전력화는 공산주의에서 소비에트 권력을 뺀 것과 같다'고.

레닌의 명제는 북한주민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죠. 간단한 수학식을 이용해 레닌의 말을 비하했지만 공산주의건설에서 인민정권과 공업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크게 틀리지 않은 말이죠.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