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행군

0:00 / 0:00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친애하는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이 남한을 유엔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결의안발의를 주도했다고 비난하는 가운데 탈북자 수백 명의 중국탈출과 남한정착을 도운 중국인이 법적소송 끝에 남한정착이 가능한 최종 난민인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장시성출신의 55세인 투아이롱이라고 하는 이 중국인은 2004년부터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체류 중인 탈북자들의 라오스 입국을 도왔다는군요.

처음부터 이 일을 한 것은 아니고요, 중국과 라오스 국경에서 건축일과 한약재 판매, 야생동물 밀수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어느 날 남조선 기업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자신의 친척이라며 탈북자들의 라오스 밀입국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들어주면서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탈북자 1인당 500달러의 돈도 받았고요, 이후 2006년에는 남한에서 탈북자 지원활동을 하던 한 목사로부터 1명당 1천 달러를 받고 중국 내 탈북자들의 태국입국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그가 구출해 라오스, 태국으로 보낸 탈북자들의 수가 500명을 넘는 다네요. 그러다 2007년 4월 중국당국에 체포돼 1달간, 또 그 이듬해 다시 체포돼 6개월간의 구금생활도 했고요, 그러다 2009년 중국을 떠나 태국에서 유엔난민기구에 망명신청을 했고 거부되자 라오스로 가 현지 여성과 결혼도 했죠.

2016년 초 라오스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중국으로의 귀국이 종용되자 그는 귀국 시 체포를 우려해 제주도로 입국했고 남한으로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역시 당시 거부되었는데요, 이유는 그가 라오스에서 위험에 처해있지도 않으며, 또 중국에서 어떤 처벌에 직면해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는 것 때문입니다.

그는 결국 이에 불복해 난민 불인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6월에 승소판결을 받아 난민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인권 관련 뉴스와 사건이 더 있는데요, 평양에 관광 갔다 억류돼 수감 중 의식불명상태로 귀국해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대한 배상금청구 소송이 미국에서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의 부모는 그의 죽음은 정치적 사건의 죽음이라며 북한에 1조 2천 400억원, 즉 미 달러로 환산하면 12억 달러의 배상금을 물라고 북한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14일에 열린 사전심리에서는 미국으로 돌아와 숨질 때까지 발생한 병원치료비용이 누락된 것을 이유로 9만 6천 375달러가 더 추가 청구됐습니다.

이와 유사한 소송사건이 또 있죠. 2001년 북한 감옥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목사 유족에게 미 법원은 3억 3천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는 미국영주권자로 중국 예지에서 탈북자를 지원하고 선교활동을 하다 2000년 북한 공작원들과 조선족 공범들에게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가 고문을 받다 이듬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북한에서는 요즘 이런 말이 유행이라면서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건 ‘지옥의 행군’이다. 북한당국이 6.25전쟁부터 저지른 인명피해를 1인당 수억 달러씩 보상하려면 인민들뿐 아니라 북한정권도 그야말로 지옥의 행군을 해야 하겠군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