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남북 경제생활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알기 쉬운 남북 경제생활’, 오늘은 토끼고기 소비에 관한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간 경제생활 잘 하셨습니까? 지난 16일부터 닷새 동안이나 계속해서 노는 ‘대형명절기간’에 그동안 먹지 못했던 좋은 음식들 많이 드셨나 모르겠습니다. 이번 김 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평양주민들은 술, 사이다, 엿, 기름, 과자 등을 특별선물로 공급받았다고 하던데요.
특히 이번 명절기간에 북한에서 겨울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는 토끼고기, 혹시 잡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 언론에서 토끼고기는 영양가도 높고 허약한 사람의 몸을 보양하는데 효험이 있다고 크게 선전하던데 말이죠.
북한 요덕수용소 출신의 탈북자 강철환씨도 북한에서 토끼고기로 자주 영양보충을 했던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김 씨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전군중적으로 토끼를 기르라는 김일성, 김정일의 지시가 70년대부터 내려왔기 때문에 북한의 어느 가정에 가봐도 토끼를 기르지 않는 집이 드물다고 합니다. 강씨는 지난 1992년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강철환: 북한에서는 토끼 사육이 많고, 토끼고기를 가지고 주로 고기대용으로 많이 씁니다. 한국에는 삼계탕 등 닭요리가 많지만, 북한에는 닭요리만큼 토끼요리가 많아요. 그만큼 토끼사육이 보편화돼있고, 또 토끼고기가 북한에서는 보신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여기 한국하고는 달리 북한사람들은 토끼고기를 굉장히 많이 먹는다고 봐야죠.
그래서 그런지, 최근 작은개만한 토끼를 키워낸 독일농부의 기사가 세계 언론에 나가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다름 아닌 북한이었습니다. 독일 주재 대사관 직원을 직접 보내 수컷 4마리, 암컷 8마리 등 모두 12마리를 사갔습니다. 이 독일산 토끼 한 마리의 무게는 무려 10.5kg인데요, 이는 일반 식용토끼의 3배 정도입니다. 이 토끼 한 마리를 잡으면 7kg의 고기가 나오는데, 이 정도면 성인 8명 식사로 충분하다고 합니다. 북한에 토끼를 판매한 독일 농부 카를 스츠몰린스키씨가 한국의 SBS방송에 전하는 말을 들어보시죠.
카를 스츠몰린스키) (독일어) 토끼는 자연산으로부터 얻어지는 식량자원입니다. 토끼고기는 아주 좋습니다. 영양가는 높은데 살은 안찌죠.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독일에 있는 저야 토끼를 잡아서 팔뿐이죠.
이 거대한 토끼를 잘 키우면 해마다 60마리의 새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스츠몰린스키씨의 주장입니다. 스츠몰린스키씨는 올바른 사육방법을 전하기 위해 오는 4월 북한을 직접 찾아갈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영양가 높은 토끼고기가 한국에서는 그리 인기가 없습니다. 토끼고기를 접할 수 있는 곳도 일부 외곽지 음식점뿐이고, 그나마 이것도 눈에 그다지 띄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토끼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매우 낮은 편이죠. 강철환씨의 말을 다시 들어보시죠.
강철환: 한국에 오니까, 여기는 토끼고기요리를 거의 잘 안 먹더라구요. 사실 맛은 토끼나 닭이나 비슷한데, 저희가 보건데 토끼가 더 맛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토끼를 안 먹으니까 꽤 신기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안 먹는지... 토끼고기가 몸에도 좋은 것으로 나타나거든요. (한국에서) 닭은 집단으로 사육해서 대량으로 키우는데, 토끼는 풀로 먹이니까 아무래도 조금 좋죠.
유엔에서도 일찍이 토끼가 미래의 영양공급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토끼사육을 적극 권장하기도 했는데요. 아무쪼록 북으로 간 독일산 토끼가 잘 자라서 많은 새끼를 낳고, 또 남쪽에서는 건강에 좋다는 토끼의 소비가 늘어나 몸도 튼튼, 맘도 튼튼해지기를 희망해봅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