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청취자 여러분, 날이 많이 풀려서 노곤하시죠? 수수께끼 하나 드리면 혹시 잠이 확 깨지 않으실까 모르겠네요. “모자를 쓰고 있는 이씨 성을 지닌 조선시대 남성”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것은 뭘까요?

조금 어렵나요? 답은 한국에서 현재 쓰고 있는 3종류의 지폐입니다. 퇴계 이황은 1,000원권에, 율곡 이이는 5,000원권, 그리고 세종대왕은 만 원권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물론 이분들이 착용하고 있는 모자의 형태는 모두 각양각색입니다.
돈은 그 나라의 얼굴이라고들 하쟎아요. 특히 지폐 앞면에는 액수표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학자, 예술가 등의 인물초상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 달러화에는 워싱턴, 링컨 등 역대 대통령의 모습이 있습니다. 또 영국 파운드화 앞면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모습이, 프랑스의 프랑화에는 작곡가 드뷔시, 작가 생텍쥐베리, 화가 세잔느 등의 모습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는 새로 도입될 5만 원권과 10만 원권 등 고액권에 등장할 인물이 누가 될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돈을 찍어내는 한국은행이 고액권 발행 작업의 첫 단계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고액권 지폐 인물 선호도 조사에 나서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화폐 인물초상과 관련해서는 일절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발권국의 박운섭 차장의 말입니다.
박운섭: 기본적으로 저희가 국민여론을 수렴한다, 그렇게 말씀은 드리는데, 어떤 방법으로 어떤 식으로 하느냐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한번 여론 조사를 해서 거기서 나온 대다수 의견, 1등, 2등, 3등을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의견은 계속 듣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여론은 나오는 것이니까 이걸 청취하고, 저희 나름대로 일부 조사는 하겠지만, 이번에도 그렇고 과거에도 (여론수렴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명확하게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은행측이 이렇게까지 조심하는 이유는 국민모두의 관심사인데다가 다양한 이해관계가 달려 있어서 여차하면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1970년대 초 만 원권이 처음 등장했을 때, 원래 불국사와 석굴암을 새기기로 하고 대통령까지 찬성했었습니다.
하지만, ‘특정종교를 대표하는 건물을 새겨 넣으면 안 된다’는 심한 반대의견 때문에 결국 세종대왕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지난 2004년 초에는 한 여성단체가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을 새 화폐인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한국은행 앞에서 벌인 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항일 독립운동가와 과학자, 여성 등 3개 부문가운데서 선정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2004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다산 정약용, 신사임당, 기술인 장영실, 독립운동가인 김구 등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북한 쪽은 어떨까요? 북한에는 오천 원에서 1원까지 모두 14종류의 지폐가 있습니다. 화폐앞면의 주소재에 대해서, 지난 1998년에 탈북해 현재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탈북자 정영씨의 설명을 들어보죠. 정씨는 신변보호를 위해 가명을 썼습니다.
정영: 가장 큰 고액권인 만 원짜리가 나온다고 하는데 아직 시중에는 안 나온 것 같구요, 5천원, 천원, 오백 원, 백 원까지 모두 다 김일성 사진을 넣었습니다.
어쨌거나 남북한에 새로 생길 고액권 화폐에 들어갈 인물은 각기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진 만큼, 업적과 품성이 위대하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뽑혔으면 좋겠습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