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방금 들으신 소리는 우당탕탕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였습니다. 의복에 묻은 얼룩, 반점, 더러움, 먼지 등의 때를 말끔히 세탁하고 나면, 찌든 때가 깨끗해져서 나오죠. 오늘은 옷세탁이 아니라, 요즘 남북한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돈세탁’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돈세탁, 돈이 지저분해서 세탁을 해서 쓴다는 애긴가? 하고 생각하시나요? 사실은 그게 아니구요, 흔히 기업의 비밀 자금이나,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은 탈세 등의 범죄행위를 통해 얻은 수입을 불법적으로 조작해서,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돈세탁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뒤가 구린 돈을 숨기려는 방법인거죠. 한국의 주요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40년 이상 근무했던 금융전문가 이성재씨의 말입니다.
이성재: 돈세탁은 은행이나 증권회사, 기타 금융기관을 통해서 자금을 입금시켰다 빼는 과정에서 현금화를 하게 됩니다. 수표나 채권 등을 일단 현금으로, 뭉칫돈으로 찾아서 다른 금융기관으로 가져가서 현금으로 입금시키게 되지요. 현금으로 입금시키면, 자금출처라든지 여러 상황이 밝혀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수표’란 어떤 사람의 계좌에서 일정한 금액을 빼내서 지불하도록 은행에 요구하는 단순한 서면 지시입니다. 또 ‘채권’이란 국가, 은행, 혹은 회사가 일반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증권을 말합니다.
이 씨는 거액을 돈세탁하는 경우에는 막을 수 있지만, 소액으로 잘라서 돈세탁을 하는 경우에는, 추적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한 은행에서 1억 원을 천만 원짜리 수표 10장으로 나누어서 찾습니다. 한국 돈 천만 원은 미화로 만 달러 가량 됩니다. 이 수표를 다시 열 개의 은행에 분산해 저금을 합니다. 다시 이 수표는 100만 원짜리 수표로 만들어 찾는 등, 계속 작은 단위로 나눈 뒤 마지막에 현금으로 찾는 방법인거죠. 돈세탁, 말은 쉽지만, 과정은 정말 복잡하죠!
한국에서는 지난 2001년에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와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마련하는 등 돈세탁 방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 김효신 사무관의 말입니다.
김효신: 돈을 은행에서 지급하거나, 영수, 즉 은행에서 돈을 받거나, 수납하거나 출납하거나, 각각에 대해서, 일거래의 합이, 예를 들어서 각 은행을 중심으로 여러 번 거래를 하더라도 거래의 합이 오천만원을 넘을 경우는 저희한테 보고하도록 되어있는데, 내년부터는 3천만으로 내려갑니다.
돈세탁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요즘 중국의 한 조그만 은행인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이 북한돈 2천 5백만 달러를 돈세탁해준 혐의로 미국 재무부로부터 지난 3월에 ‘돈세탁은행’으로 지정돼, 심각한 제재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 은행에 있는 북한 계좌 50여개 중 상당수가 가짜 이름과 빌린 이름이라고 하네요.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 돈은 대부분 북한에서 들여온 위조달러, 북한이 마약과 가짜담배 등을 판 검은돈입니다.
돈세탁의 시초는 3천년도 더 거슬러 올라가 중국 상인들이 무역을 통해 번 돈을 지배자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지혜’를 발휘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돈세탁’은 주로 범죄행위와 연결돼 있어 문제입니다. 왜냐면 돈세탁에 쓰이는 검은 돈은 극소수에게 이익이 집중되는 반면에 다수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지요. 검은돈을 깨끗한 돈으로 세탁할 진정한 의미의 ‘돈세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