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영재교육 (1), 국가의 목적을 위해서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신용건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신용건 선생님 안녕하세요.

신용건: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선생님, 북한에 사교육 열풍이 흥성한다고 하셨는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도 영재교육에 대해 얘기 나눠보죠. 어려서부터 어느 한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아이를 '영재'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선 아이가 영재 같다고 하면 부모가 극성일 정도로 뒷바라지를 하는 편이거든요. 다 보셨죠? 어떠셨어요?

신용건: 네. '교육이 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는 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사회가 어느 정도 높이에 올라 있다 보니까 자기 자식을 키워보고 싶은 방향으로 또 키워보고픈 만큼 해줄 수 있다는 것, 어떻게 보면 부러웠습니다.

이승재: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장점이겠죠. 선생님, 북한에도 영재교육이 이뤄지죠?

신용건: 네. 경제사정으로 교육의 질이 1990년대부터 많이 떨어지게 됐습니다. 이것을 모면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재교육 전문양성에 몰두하게 됐죠. 이미 1980년대에 김일성 지시로 평양에 제1고등중학교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북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과학적 수재들이 전문적으로 양성됩니다. 전국 대상으로 수재 양성 기준에 맞는, 실력있는 학생들을 모집해서 기숙사 생활하면서 전문적인 공부도 하고 교육도 진행합니다.

이승재: 전국 대상이라고는 하셨지만 누구나 다 아실 것 같아요. 지금 말씀하신 것은 출신성분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 같은데, 지방의 뛰어난 인재들도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신용건: 아닙니다. 고난의 행군에 들어서면서 의무교육 질이 하강세를 보이자 북한에선 각 도, 각 군까지 평양처럼 1고등중학교를 만들게 됩니다. 이렇게 운영을 했는데 원래 군, 읍 자체에는 인구 수 대비 중학교 1개면 만족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더 만들어 놓으니까 수재라기 보다는 엘리트 급의 간부들 자식 위주로, 명판 좋은 1고등중학교가 되었죠. 결국 일반 중학교는 노동자, 농민 자식, 힘없는 자식만 남게 되니, 좁은 구역에서 계급의 분류가 확 되는 겁니다.

이승재: 오히려 영재를 만든다는 것이, 계층간의 차이를 더 크게 만든 거군요.

신용건: 부모들이 자식들의 전도를 그어주는데 이것이 실력이기 보다는 순수 경력 쌓기나, 명판 쥐기, 군사복무에서 누락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하다 보니까요. 사회적인 부정부패가 많이 탄생합니다. 영재교육을 받으려면 기숙사 생활하며 학습에 전념하도록 해야 하는데요. 먹고 입고 쓰는 문제를 국가부담으로 해줘야 하는데 그게 힘들어요. 그러니 지방, 농촌의 자식들은 아무리 머리 좋아도 힘이 드는 거죠.

이승재: 네. 돈이 많이 들어서… 결국은 영재교육도 뛰어난 실력보다 부모가 가진 권력이나 돈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네요. 자, 그렇다면 이렇게 1고등중학교를 통해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들 있잖아요. 그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신용건: 1고등중학교 졸업생들은 대학을 선정할 수 있습니다. 특혜죠. 그러다 보니 벌써 중학교 1학년 때부터 1고등중학교 입학시험을 칩니다. 학풍이 잘 서 있다 보니 그래도 진짜 수재급 학생들이 한학기나 1년에 5손가락 정도는 나옵니다. 학생들이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를 비롯한 엘리트 대학들과 학과까지 선정을 해서 합격하는 비율이 90% 이상입니다. 그들이 결국 북한 과학기술의 제일 기초적인 씨앗이죠. 이 외에 예능에 재능있는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양성시키는 학교가 있고 또 외국어(영어, 노어, 중국어, 일본어)를 공부하는 학원도 도 급에 존재합니다. 이것 역시 부문별로 수재양성을 하기 위한 국가적인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승재: 우리가 초반에 엘리트에 대해 얘기할 때 권력형 엘리트, 경제형 엘리트 등등을 얘기했는데요. 이런 경우가 지식형 엘리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다만 부모의 권력이나 돈이 아니라 정말 실력으로 올라서는 경우 있잖아요. 한 마디로 개천에서 용나는 엘리트들이 있어야 할 텐데요.

신용건: 평백성의 자식들 중에 수재들은 자기 운명을 개척하려면 대부분 공과에 매달립니다. 왜냐면 자기만의 기술이 경지에 달성할 때만 농민계급이나 노동자 계급이라는 제일 하급 계층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겁니다. 그거면 엘리트가 될 수 있는 거라고 보죠. 반면 부모의 그늘 밑에서 발전한 사람들은 수재라는 말을 들으면서 간부, 정치가의 경력을 갖추는데 필요한 학과나 학문을 지망합니다. 주로 사회정치학입니다. 법학이나 철학 혹은 국제관계나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외국어… 이것이 금수저급이 지원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기타 물리학이나 생물공학, 전자공학, 컴퓨터 등의 자연과학은 차례지기를 자체가 잘 살지 못하는 평범한 자식에게 차례지고 또 그 자식들 자체가 머리 싸매고 공부해서 자기 운명을 이기면서 탈출해야 한다는 개념이 되다 보니까요. 실제로 그런 학생들, 그런 가문들 속에서 개천에서 용 나듯이 엘리트로 승진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승재: 듣고보니 남한에서 자주 들은 북한의 엘리트들은 예술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나 정치가들이었던 거 같아요. 진짜 북한의 과학자들 이름은 들어본 기억이 잘 없네요. 한국에서는 과학, 공학 영역에서 뛰어난 연구성과가 있다면 유명해지고 명예도 얻으면서 대기업에서 많은 돈을 받으며 일할 기회가 생긴다던지 실력으로 존경받는 엘리트가 되는 거죠.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결국 북한의 영재교육은 국가의 목적을 위해서, 국가의 통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은데요. 올해가 2020년인데, 지금 북한에서 집중하고 있는 영재교육의 주 목적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신용건: 정보산업분야입니다. 컴퓨터 분야에 집중하고요. 일단 공과대학이나 컴퓨터 전문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북한에선 노골적으로 이야기합니다. 해커로 한번 성공해서 해외 기지의 암호장벽을 뚫고 들어가면 즉시 영웅칭호를 받는다고 교육을 하죠. 미 해군기지의 군사기밀을 해킹해서 자료를 한번 탈취하지 못할까라는 야망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 지금 인터넷이 봉쇄되어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봅니다. 만약 연결된다면 아마 국가적 차원이 아닌 개인적 차원의 해킹이 많이 발생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만한 수준의 수재들이 많습니다.

이승재: 북한이 인터넷을 철저히 막은 이유 중 하나겠죠. 어쨌든 북한의 영재, 수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게 좀 안타까운데요. 남한과 북한에서 영재 교육을 통해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다음시간에도 영재교육 이어갑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