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가 현재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해 "살얼음 걷는 심정"이라면서 "낟알 한 톨까지 확보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네요.
조현: 네. 식량이 있어야 당장 사람들도 먹고 살고 공장 같은 산업시설도 돌아가는 것인데 지금 북한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빨리 국경을 개방하든지 아니면 식량을 수입하든지 해야 하는데 참 막막한 상황입니다.
이승재: 사실 북한의 식량난은 북한 정권이 자초한 오래된 재난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진짜 문제는 앞으로 인류 전체가 기후변화나 환경문제로 심각한 식량위기를 맞닥뜨릴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몇 주 동안 이를 대비하는 농업분야의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준비하셨다고요.
조현: 네. 사실 한국 농가는 반 이상이 65세가 넘는 고령층이고 농촌에선 젊은이들이 계속 떠나고 있어 걱정입니다. 하지만 희망이 있는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 이렇게 젊은이들만의 방법으로 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승재: 어떤 청년들인지 궁금합니다. 지난주에 저희가 스마트팜 얘기했었는데 스마트팜에 도전하는 청년들인가요?
조현: 맞습니다. 일단 스마트팜을 다시 한 번 설명하면, 일반 농장에 전자적인 방법을 도입해서 빛이나 온도, 습도, 물 공급 등을 손전화나 기계로 조작하는 농업입니다. 대부분 스마트팜은 대규모 온실에서 이뤄지고 있는데요. 작은 이동식 간이건물이나 건물 옥상, 지하에서도 가능합니다. 젊은 농업인들은 이런 스마트팜 방식을 주로 택하고 있는데요. 제가 오늘 말씀드릴 청년들은 한국과학기술원 졸업생들입니다. 일명 '카이스트'라고 불리는, 정말 뛰어난 과학인재들이 다니는 학교인데요. 거기서 기계공학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두 친구가 만나서 '만나CEA'라는 농업법인을 차렸습니다. 이들은 충북 진천에 터를 잡고 친환경 수경재배 방식인 '아쿠아포닉스'라는 방식으로 갖가지 남새들을 재배합니다. '아쿠아포닉스'란 물고기 배설물을 이용해서 식물을 키우는 방식인데요. 물고기가 배출하는 암모니아를 그대로 두면 물이 썩지만 거기다 식물을 키우면 식물이 암모니아를 다 흡수합니다. 그렇게 식물로 인해 다시 깨끗해진 물이 물고기에게 또 돌아가고, 물고기의 배설물은 다시 식물로 돌아가는 친환경 농법인 거죠.
이승재: 저도 그 재배방식을 인터넷에서 화면으로 본 적이 있는데요. 왜, 농사꾼은 허리 펼 날이 없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여기 남새는 흙 없이, 물고기가 노는 수조에 뿌리를 담가두고 있더라고요. 높이도 사람 손이 쉽게 닿을 만한 곳에 설치해놔서 수확하기도 쉬워 보이고요.
조현: 그렇습니다. 청년들은 이렇게 새로운 재배방식을 찾아내는 것 같아요. 이 방법은 전통적 농경방식에 비해 90%나 물을 절약할 수 있고 생산성은 20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특히 중동처럼 물이 부족한 곳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어서 이 회사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에 4천만 달러 규모의 기술을 수출했다고 하네요. 온라인 유통망도 잘 발달시켜서 지금 한국에선 누구나, 이들이 키운 채소로 만든 음식들을 구입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이승재: 카이스트라면 북한에서 '리과대학'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도 자신의 전공분야로 성공이 보장될 수 있는 명문학교인데, 전혀 다른 분야인 농업을 선택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네요.
조현: 북한에선 억지로 농촌동원을 나서야 하는데, 한국에선 이렇게 뛰어난 청년들이 농촌을 직접 선택합니다. 그건 열심히 일해서 얻어낸 수확이 내 것이 된다는 점, 그리고 여기서 성공해도 충분히 엘리트로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지금 말한 청년들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이들을 칭찬하는 수많은 기사들을 찾아볼 수 있거든요. 이 두 사람은 "앞으로 식량위기로 인해 농작물 가격은 반드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래서 2035년까지 해외에 넓은 농업생산기지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이승재: 요즘 청년들이 새로운 사업을 개발해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는 한데, 농업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만큼 큰돈을 번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거든요. 그만큼 청년들이 농업 분야에 뛰어든다는 게 정말 큰 도전이 아닌가 싶네요.
조현: 맞아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반면 한국은 청년들이 성실하게 준비하고, 자기가 심을 작물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하고 재배방법이나 유통방법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춘다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꽤 있습니다. 한국의 농촌진흥청에서도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청년 농업지원자들에게 5000만원, 4만 5천 달러 정도의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고요. 지방 각 도에서도 청년들의 농업창업을 위해 크고 작은 비용을 지원합니다. 찾아보면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이를 잘 이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승재: 그렇군요. 그런가 하면 기존의 농업인들은 농사만 지었는데요. 요즘 젊은이들은 농업을 다른 사업과 융합해서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려는 경향도 많이 보이지요?
조현: 제가 지난번에 저의 꿈 얘기를 하면서 축산업의 생산부터 공급이 이뤄지는 현장을 관광단지로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요. 제가 아는 포천의 한 농부는 38살인데, 이 사람 역시 서울대를 나오고 한국 최고의 건설사에서 크게 인정받으면서 돈을 많이 벌었는데, 한 순간에 다 정리하고 딸기 농사에 뛰어들었어요. 포천에서 스마트팜 형식으로 1400평의 딸기 밭을 운영하는데 여기서는 주말마다 딸기 체험학습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국은 도시인구가 많으니까 주말에 가족들이 농장에 소풍 와서 직접 딸기 체험도 하고 자기가 딴 딸기는 싼 값으로 사갈 수 있는 거죠. 또 다른 청년이 있는데요. 서울에서만 살다가 지금은 충남 당진으로 내려가 사과농사를 지은 지 5년 됐어요. 지금 이 청년은 자신의 사과 밭에 사람들이 놀러 와서 마음껏 쉬다 갈 수 있도록 찻집을 만들어서 농사 현장을 고되고 힘든 곳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소풍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이승재: 저도 당장 달려가 쉬고 싶네요. 사실 앞서 말씀하신 분들은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농촌에 새롭게 정착한 경우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서울에서 직접 작물을 키우는 사람도 늘어난다고 하네요. 이건 무슨 얘긴가요?
조현: 이른바 도시농업이라고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청년들은 생산뿐아니라 유통까지 생각하고, 다른 산업과의 융합에도 관심이 많더라고요. 서울시는 2024년까지 도시농부 100만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요. 현재처럼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도시로 작물을 가져오면 중간 유통비가 생각보다 꽤 많이 듭니다. 자연스럽게 비싼 값에 사 먹게 되죠. 하지만 같은 지역에서 생산하고 그 지역에서 소비하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농업에 뛰어든 청년들은 이를 이용해서 찻집이나 식당 한 켠에서 초소형 스마트팜을 만들어서 작물을 키우고 그걸 직접 따다가 음식을 한다든지, 바로 야채샐러드를 만들어 인터넷에서 판다든지, 이렇게 여러 방법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규모가 좀 작아도 얼마든 가능하기 때문에 도시 농업인구도 작지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한국 청년들 중에는 농업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내는 엘리트들이 있습니다. 북한 청년들도 결코 머리가 뒤지지 않거든요. 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없는 사회가 문제인 거죠. 하루 속히 숨어있는 북한의 엘리트들이 드러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이승재: 네.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본요소, 먹거리를 창출하는 농업의 중요성은 그동안 저평가되었던 것이 사실인데요. 세계식량안보의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지금, 한국의 청년들이 멋지게 그 해결방법을 만들어낼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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