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의 꿈

사진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1단계 임상실험 모습.
사진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1단계 임상실험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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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신용건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신용건 선생님 안녕하세요.

신용건: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얼마 전에 북한이 한국의 대형제약사들로부터 코로나 백신이나 치료제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 해킹 공격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해킹이라고 하면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다른 컴퓨터에 무단 침입해서, 저장된 정보나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이용하거나 바꾼다던가 혹은 없애던지 하는 건데요. 선생님 생각에서 북한이 충분히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신용건: 제약회사 해킹뉴스 저도 봤습니다. 북한은 얼마든지 능력이 있습니다. 이미 1980년에 평양 제 1고등중학교를 만들었을 때부터 북한의 컴퓨터 인재양성이 시작됐어요. 현재는 해커 전문부대들이 있습니다. 전략군사기지 해킹하는 부대, 금융해커 부대, 과학기술 해커 부대, 이렇게 군부대가 다 다릅니다. 또 노동당 산하에 대남연락소가 있잖아요. 남한을 상대로 해킹을 진행합니다. 금융시스템이나 경제시스템 이런데 들어가서 하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7000여 명의 근무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해킹 능력은 이미 세계가 인정하고 있어요. 사이버부대의 전력이 러시아 다음 가는, 세계 2위정도는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백 번 가능한 일이고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이승재: 왜 그렇죠? 왜 북한이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해킹하는 데에 전력을 다 하는 걸까요?

신용건: 북한은 모든 것이 폐쇄되어서 따돌림 당하지 않나요? 말로도 통할 대상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협력할 대상이 없어요. 옛날처럼 마약 제조나 위조화폐를 제조하는 그런 시기도 아닙니다. 그런 방식으로 이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4차산업시대에 맞게 해커를 양성해서 고급해커들을 통해 공짜돈을 바라보는 겁니다. 정말 적은 원가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옛날에는 비밀자료 하나 뽑아오자면 대남연락소 산하에서 전투원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어요? 임무 하나 수행하고 또 체포되면 그들은 말합니다. ‘북한에서 임무를 받고 테러를 진행했다’ 그럼 북한은 정치적으로도 견디기가 힘들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해킹했다. 북한이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증명할 길이 없어요. 정말로 지금 시대에 맞는 테러죠.

이승재: 그렇군요. 그런데 지난주에 우리가 북한의 영재교육과 관련해 다양한 인재양성에 대해 얘기해 봤는데요. 돈이 없고 출신성분도 좋지 않지만 진짜 실력을 갖춘 영재들, 이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해커로 양성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결국은 국가적으로 육성되는 엘리트가 해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신용건: 네. 현 시대가 정보산업시대다 보니 (컴퓨터 관련 직종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만 자기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지향성은 출신성분에 따라 다릅니다. 1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선정할 때 엘리트급의 자식은 김일성종합대학의 법학부나 정치경제학부를 지망합니다. 하지만 1고등중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노동자나 농민급의 수재는 국방대학을 지망해요. 왜? 자기 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가지려 하거든요. 그러니 1고등중학교 다닐 때까지는 다 같이 중등수재교육을 받지만, 대학엔 지망하는 학과가 다릅니다. 그때부터 계층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국방대학을 졸업해서 노동당에서 해커로 쓰려고 하는데 그때 엘리트의 자식이라고 해도 벗어나기는 힘들어요. 때문에 당초에 대학, 학과를 지망할 때 그 다음, 다음 수를 내다보고 지망하는 겁니다.

이승재: 결국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수재들이 컴퓨터 쪽을 지망하게 되고, 이어서 해커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이제야 이해됩니다. 그런데 해커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남의 컴퓨터를 무단 침입하는 사람인데요. 다시 말하면 범죄자거든요. 국가적으로 키우는 엘리트가 범죄자가 된다? 이것도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거든요?

신용건: 네. 북한의 해킹은 테러라고 규정짓는게 옳다고 봅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요. 국가적 차원의 테러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일어나는 해킹, 해커는 일부 고차원적인 수재급 개인들의 흥미나 혹은 개인 범주 하에서 범죄행위인 것이 많잖아요. 그런데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해커도 있습니다. 국가의 안보나 국가적 사명에 따라서 전문 사이버부대도 있죠. 그들이 해킹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왜? 이젠 사이버 자체가 하나의 군사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나라나 대비해야 할 전략적인 문제입니다. 이제 이거 무시할 수가 없어요. 시대가 발전하면서 사이버전은 더욱 첨단화되고 발전할 겁니다. 그 암투에서 북한은 북한의 방식대로 자기 딴에 이미 준비를 갖췄다면, 국가적 차원에서는 그들이 뭐, 성과를 달성했다고 보는 것도 옳지 않을까요?

이승재: 그야말로 역설이네요. 남의 정보를 빼내는 것이 이젠 국가적 차원에서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어쨌든 다 불법적인 행위입니다. 대신 이런 사람들이 있죠. 선생님, ‘화이트 해커’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신용건: 못 들어봤습니다.

이승재: 착한 해커를 화이트 해커라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불법적인 해킹을 대응해 막아낼 수 있는 정보보안 전문가들이 각 기업이나 국가기관 등에서 일하면서, 외부의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건데요. 실력면에서 뛰어난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자신이 해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만큼 해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크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해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신용건: 일단 북한에서 일반적인 정보의식은 약합니다. 그래도 해커로 일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이 있습니다. ‘해커’하면 벌써 기술적으로는 자기가 높은 수준에 도달해있다고 자부심을 가져요. 어린 학생들이나 정보의식이 좀더 발전된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괌에 있는 미군기지를 해킹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어요. 그리고 북한 자체가 이런 해킹이나 비루스 전파방식으로 돈을 법니다. 북한은 ‘신기왁진’이나 ‘클락스왁진’을 쓰는데요. 인터넷 망을 통한 통합적인 비루스 관리를 하지 못하니까요. 백신 앱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한번 구입한 왁진은 열흘 정도 뒤엔 갱신이 되는데요.

갱신된 왁진을 다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왁진 자체가 비루스로 전이됩니다. 그러니 신기왁진을 한번 내 컴퓨터에 깔았으면 항상 돈을 내면서 국가가 개량한 왁진을 다시 사야 하는 겁니다. 그게 큰 돈이거든요. 그래서 북한 사람들의 인식이 해커는 고난이도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인식을 하는데, 곧 정보산업이 벌어들이는 수입원이라고 잘못 인식을 하는 겁니다. 그것도 다르게 분석해 보면 비루스의 유포를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하는 거죠. 돈을 빨아들이기 위해서.

이승재: 저희는 어렸을 때 ‘자동차가 하늘을 난다면 어떨까?’ 혹은 이제 이뤄진 일인데요. ‘전화기를 집에 두지않고 가지고 다니며 통화할 수 있을까?’ 이런 꿈을 꿨는데요. 북한에선 어려서 해킹을 꿈 꾼다는 게 충격이네요. 오늘 말씀 들어보니까 해커에 대한 남과 북의 인식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신용건: 북한에서의 해커는 국가적 차원에서 길러진 킬러들입니다. 한국에서의 해커는 정상적인 차원에서 습득한 기술이죠. 그게 다르다고 봐요. 당초에 키울 때부터 사명감이 달라집니다. 말하자면 옛날엔 총 잘 쏘고 칼 잘 쓰는 킬러를 어린 시절부터 키우는 영화가 많았잖아요? 그런 킬러 형식으로 어릴 때부터 전문적으로 국가적 차원으로 양성한다는 것, 그게 다르다고 봅니다.

이승재: 네, 소수의 특권계층이자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바로 엘리트라고 말씀드리면서 매주 이 시간 시작하는데요. 진정한 엘리트라면 주어진 일만 할 게 아니라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