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북한의 체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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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신용건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신용건 선생님 안녕하세요.

신용건: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네. 세계 정상급의 축구선수죠. 유럽 무대에서 뛰던, 북한의 한광성 선수가 최근에 해외무대에서 방출됐습니다. 팀을 옮기는 비용만 850만 달러, 연봉 178만 달러 정도를 받던 유능한 축구 선수 한광성은 매달 약 11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해 핵개발에 쓰인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게 유엔이 결의한 대북제재에 해당돼 퇴출이 된 겁니다. 이미 다른 축구선수들, 오스트리아에서 활약했던 박광용 선수나 이탈리아에서 뛴 최성혁 선수도 마찬가지 상황을 겪었죠. 북한 주민들도 알고 있을까요?

신용건: 최성혁 선수나 한광성 선수, 이렇게 이름있는 선수들도 북한에서는 이름이 없어요. 전혀 모릅니다. 북한 자체가 축구에 대한 인지도가 대단히 저조합니다. 축구경기장에 관람을 가는 사회적 풍도 아직 없고요. 한광성 선수나 최성혁 선수 그리고 이명훈 선수를 비롯한 프로 농구선수들, 이렇게 해외 생활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기 재능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은 돈 버는 기구, 외화벌이 수단으로 지정됩니다. 그런 목적이 아니라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해도 해외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조선노동당이 해외의 프로팀들에 판매를 진행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인신매매 같은? 그들에겐 버는 돈을 부족한 나라를 위해 스스로 바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게 하도록 하는 강제적 책임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승재: 엘리트라는 존재가 ‘어떤 사회에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이라고 저희가 정의하고 있는데, 한광성 선수는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엘리트거든요. 실력과 영향력, 인기가 막강한데 정작 자기 나라에서만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지금 손흥민 선수가, 유럽 무대에서 정말 막강한 축구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 인기가 정말 대단하거든요.

신용건: 네. 한국은 손흥민 선수의 축구활동, 선수생활에 대해 매일같이 티비에서 방영해주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같이 자랑으로 여기지 않습니까? 하나같이 그를 응원해주고요. 이런 대한민국의 풍과 다릅니다. 이런 선수가 해외 경기를 하면서 어떤 실적을 얻고 골을 넣었다? 보도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요. 국가의 용상이 훼손됩니다. 사회주의에선 개인의 실력에 대한 칭찬이 허용되지 않는 활동이라 할 수 있거든요.

이승재: 그렇군요.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뛰던 북한 선수들의 지금 처한 상황을 안타까워하고요. 그들이 돌아가면 어떻게 실력을 펼칠 수 있을까, 과연 운동을 할 수는 있을까 걱정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조사를 하다가 특이한 경우를 발견했어요.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 북한 축구팀 주장으로 나섰던 홍영조 선수 얘긴데요. 지금 검사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이분은 국가대표 축구팀 주장까지 하신 분이라, 북한 체육사에도 일조를 하셨다고 생각이 되고,충분히 지도자도 할 수 있는 실력일 텐데, 검사가 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신용건: 북한의 대다수 체육인들은 자기가 일단 명성을 떨쳤다 하면, 본인들 자체가 그 명성을 지키려고 합니다. 선수 생활은 잘 했는데 감독 생활을 하며 실적이 나지 않거나,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자기 명예를 오히려 훼손시키거든요. 북한은 지금 잘했다 해도, 뒤에 가선 또 그때 대로 현행을 따지는 정치 시스템이거든요. 하지만 한번 잘하면 일단 선택의 길이 넓어집니다. 자기가 축적해 놓은 명성과 그를 토대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열리게 됩니다. 홍영조 선수는 일단 머리가 좀 깼다고 할 수 있어요. 검사라면 그 사회에선 정말 살기 좋은 직업이거든요. 선택을 잘했다고 봅니다. 대학을 선택할 여지가 있지 않습니까? 대학을 일단 선택하고 그 과정을 졸업한 다음엔 3점을 맞던 4점을 맞던, 졸업장만 가지면 검사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한국처럼 검사 문턱 넘어서기가 그렇게 힘들지 않거든요.

이승재: 아, 운동선수들이 일단 명성을 얻으면 뭔가 새로운 길을 선택할 여건들이 생기고 홍 선수는 그 기회를 잘 잡았다는 뜻이군요. 그런데 저는 홍 선수의 선택을 보며 이런 의문이 드는 겁니다. 북한 체육사에 남을 만한 훌륭한 선수도 체육활동을 포기하는데, 그 외 많은 선수들이 체육인으로서 꿈이나 영향력을 펼치기 어려운 사회가 아닌가. 혹 체육인이라면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신용건: 네. 선수 생활이 일단 끝난 다음에는 ‘서리 맞은 호박잎’이나 같습니다. 선수 생활 과정에서 국가적 차원의 명성을 떨치지 못한다면 개밥의 도토리예요. 그런데 실제로 그런 꿈을 품고 출발선에 나선 체육인들이 한두 명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힘듭니다. 힘든 육체부담, 청춘을 다 바쳐 체육생활을 하다가 성공하지 못하면 제대한 병사 같이 고향으로 돌아가면 끝입니다. 체육인 생활은 군사 복무로 대체되기 때문에, 결국 아마추어 체육인 생활을 10~13년해서 28~29세로 선수생활 마치면, 군사복무 전역자 같은 수수한 대접 밖에 더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속절없이 청춘 다 바치고 체육인의 생을 마치는, 그런 체육인들이 북한에는 허다하게 많습니다.

이승재: 네. 정말 긴 세월 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 아깝네요. 한국은 보통 올림픽에서 요즘에 매달 10개 정도? 세계 순위 10위 안에 들 정도로 스포츠 강국인데요. 점점 더 운동의 저변이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선수들 예를 들어보면, 올림픽에서 메달은 못 땄지만 여태껏 한국 선수로는 최고 기량을 보여준, 손연재 리듬체조 선수도 일반인들이 체조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을 운영하고요. 한국 축구의 전설인 차범근 선수는 예전부터 자기 이름을 건 ‘차범근 축구교실’을 운영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엘리트 체육인을 키우기 위한 목적은, 물론 국제대회에서의 국위선양도 있겠지만 그보다 국민이 건강하고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기 위한 목적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용건: 네. 한국은 선수 생활 이후에 삶은 자기가 꾸민다는 ‘자유’라는 이념이 깔려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북한은 체육 감독을 하던 체육 교원을 하던, 교수를 하던 파견직입니다. 자기 취향이나 꿈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선수생활 마친 다음에는 노동부에 배치됩니다. 노동부에서 목재공장 가라고 하면 목재공장 가야하고 이렇게 배치에 따른 파견직이기 때문에, 국가대표 감독이나 코치도 역시 파견장을 받거나 간부 사업이 되어야 하는 배치직입니다. 아무리 한 개인이 나라의 체육발전이라는 큰 포부를 안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꽃피우자면 선수생활이 끝난 다음에도 많은 언덕이 남아있고 많은 제약이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이승재: 2주간에 걸쳐 체육 엘리트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지도자를 위해 뛰어야 하고, 외화벌이 수단이 되어야 하는 북한의 체육인들, 비록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긴 시간 동안 이들이 쏟아낸 땀과 노력에 대해 정말 대단하시다고 박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라 불리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명언으로 방송 마무리합니다. “국가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지 사람이 국가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