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 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오늘은 한국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탈북민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간첩 아닌가 의심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탈북민에 대한 시선이 차갑거나 거부감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20년 동안 한국 사회가 탈북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조현: 네. 맞습니다. 제가 10년 전에 대한민국에 입국을 했는데요. 그때만 해도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들이 되게 많았습니다. 말투를 듣고 조선족으로 아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땐 탈북민 숫자가 적어서,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었던 남한 사람들이 상당히 거부감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 제가 편의점 알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다닐 때도 조선족보다 사실 못하게 취급을 받았었어요. 어떤 분들은 “왜 왔냐? 이러면서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는 사람처럼 생각하시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우리 탈북자들 거의 무료로 주택을 임대해 주지 않습니까? 그리고 정착지원금도 주고 취업도 도와주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일부 한국 청년들이나 저소득자의 불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승재: 낯선 땅에서 맘 고생이 심하셨네요. 지금 선생님 모습을 뵈니까 그런 힘든 시절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당당하시고 여유도 있어 보이시는데, 나름 극복하는 방법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조현: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아, 우리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했고 여러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저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탈북하고 싶어서 탈북한 게 아니라고요. 북한 당국이 탈북자를 배신자라고 이야기 하는데, 자기들이 국민들을 책임지지 못하니까 경제난이 생겼고, 먹고 살기 위해 중국에 갔는데, 거기서도 잡으러 다니고 따라와 죽이려고 하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당당하게 살고 싶은 맘에 탈출해서 대한민국에 입국한 거라고 말입니다. 이 과정들 중에 벌어진 구체적인 진실을 알리는게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2000년대 초만해도 탈북자들이 1만 명 정도였는데요. 지금은 3만 4천여 명까지 늘어났어요. 탈북자들이 과거에 비해 이렇게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한국에서 사회활동도 열심히 하다 보니 이젠 저희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따뜻해졌고요. 관심도 늘고,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승재: 맞습니다. 사실 한국에는 북한에 대해 크게 관심 갖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요. 저도 선생님처럼 북한의 현실을 알리고 탈북민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꾸준히 외친 분들이 있었기에 탈북민을 이해하게 된 거죠. 지금 북한 출신의 지성호 씨가 한국의 국회의원이 됐는데요. 전에는 외국에 10년 이상 있었다면 탈북민으로 인정이 되지 않아서, 원치않게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떠돌며 사셨던 분들은 탈북민이 한국에서 받는 혜택을 받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북한을 떠나 10년 이상 외국에 체류했다가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도 똑같이 정착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법안을 발의했고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그 외에도 지성호 의원은 여러가지 탈북민들을 돕는 법안들을 발의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처럼 탈북민들을 한국 사회에 잘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하셨을 것 같아요.
조현: 네.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습니다. 특별히 한국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인권운동을 하신 분들이 사회적 흐름을 바꿔놓았어요. 탈북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처지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변화와 도움을 이끌어내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인권운동을 하면 자신이 드러나기도 하니까 사람들이 잘 안 하려고 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대표에게 전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일단 20년 동안이나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활동을 해왔거든요. 탈북자동지회는 북한에서 탈출하는 사람도 도와주고, 그들이 한국에 정착하고 한국 국민이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항상 옆에서 챙겨줬고요. 특히 탈북 후에 중국에서 떠도는 사람들에 대해 한국 사회에 도움을 호소하고 연결해주는 등, 이 운동의 중심에서 서재평 대표가 엄청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또 서재평 대표 뿐만 아니라 북한개혁방송의 김승철 대표라든지, 인권단체 징검다리의 김형수 대표, 엔케이워치의 안명철 씨, 이런 사람들은 방송이라는 수단을 이용하는데요. 방송을 통해 북한의 진실을 알리고, 또 방송으로 벌어들인 개인 수입을 가지고 아카데미나 통일교육세미나도 만들고, 이런 활동을 하면서 한국 사회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해 알리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승재: 말씀을 들어보니까 이분들이 물론 한국 내 탈북자들을 많이 돕기도 하셨지만 주로 북한주민들에게 바깥세상을 제대로 알리고, 북한의 현실을 한국이나 국제사회에 계속 알리는 중요한 일을 해오신 거잖아요. 이런 활동들 역시 이미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들을 보는 시선이나 삶의 개선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뜻인가요?
조현: 맞습니다. 도움이 많이 됐죠. 그 다음엔 탈북자 1호 약사 이혜경 박사도 대단한 분이에요. 이분이 여성인데 사단법인 ‘새삶’을 만들어서 큰 지원 없이 자기가 약사해서 번 수입으로 북한에서 온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상담을 통해서 그들의 정서생활을 돕고, 합리적이고 제대로 된 진로를 결정하도록 돕고, 그렇게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이승재: 훌륭한 분들이 많네요. 이런 분들이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데, 이분들이 다 북한에서도 엘리트로 불렸던 분들은 아니죠?
조현: 네. 그렇죠.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도 있지만 아까 지성호 의원처럼 꽃제비였거나 신분의 제약 때문에 엘리트로 인정받지 못하고 공부를 못했던 사람들입니다. 한국 와서 상당한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하고 교육도 받고 그러면서 활동하게 된 거죠. 탈북자 출신 엘리트들의 노력으로 생긴 변화들이 꽤 많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초기엔 국가나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만 의지하려고 했던 많은 탈북자들이 이젠 어떻게든 자립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들이 생겼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지금은 그래도 이제 한 회사에서 5개월 이상 10년 이상 일하면서 회사의 중진으로 일하는 분들도 많고요. 사실 지금 국회의원 2명 중에 한 사람 지성호 의원은 ‘국민의 힘’ 당의 비례대표인데, 당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세운 국회의원이잖아요. 이것도 아마 한국 사회가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하고 느껴서 이분을 국회의원으로 세운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고요. 지성호 의원이나 태영호 의원이 북한이탈주민의 대표로서, 향후 통일을 위해서 우리가 한국 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이 무엇인가 이런 것들을 잘 자각하고 일을 잘하면 탈북자들에 대한 남아있는 오해나 차가운 시선 이런 문제들도 더 잘 해결될 것 같습니다.
이승재: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먹고 살기 급급한 삶을 살다가 한국에서 인권운동가, 정치인, 자원봉사활동가 등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탈북 엘리트들이 된 사람들에게 소망을 물으면 한결 같이 이런 대답을 합니다. 통일 후에 고향에 돌아가서 가족 친지들과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이죠. 이들의 소망은 또 앞으로 탈북민과 북한주민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