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위상을 높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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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지난주에는 북한의 현실을 국내외에 알리고 있는 인권운동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북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분들 때문에 북한과 탈북민에 대해 알게 됐고요. 이는 한국 내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선생님, 한국에 와서 박사학위까지 따낼 만큼 공부를 많이 하신 탈북민도 많다고 들었어요. 박사까지 된다는 건 남한 출신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닌데요.

조현: 저도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지만 한국에서 공부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물론,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탈북민들의 공부를 돕는 규정은 있습니다. 학비를 보조해준다든가, 남한 사람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기는 어려운 영어시험을 면제해 준다든가요. 하지만 가족들도 먹여 살려야 하고 애들 공부도 시켜야 하는데 경제활동, 일하면서 쪽잠자고 공부한다는 건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어렵게 석박〮사가 된 탈북민들이 많습니다. 한국 사회에 잘 자리 잡아서 탈북민들의 위상을 높이는 분들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분들이 인권운동가 못지않게, 어쩌면 더 탈북민들 삶의 질을 높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승재: 그렇군요. 남한 사회에 정착한 탈북민이 지금 3만 4천여 명인데 이들 중에 박사들은 몇 명 정도 될까요?

조현: 구체적으로 정확하진 않지만 약 100여명의 석,박사들이 배출된 걸로 알고 있고요. 그 중에서도 과학기술을 전공한 강명철 박사라든지, 산업은행에 근무하는 김영희 박사, 북한개발연구소의 김병욱 박사, 통일교육원의 정은찬 교수 등이 유명합니다. 이분들은 여기 와서 공부한 다음에 기관이나 연구소나 단체 등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탈북민들의 권익 증진 그리고 취업에 많은 역할을 했고요. 이분들의 역할이 탈북민들의 한국 사회정착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승재: 말씀하신 분들 중에 북한개발연구소의 김병욱 박사는 저도 언론을 통해 자주 소식을 들었는데요. 이분이 속한 북한경제연구소가 많은 일들을 하더라고요. 탈북민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들어오는 탈북민들의 남한 정착도 돕고, 탈북민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요. 몇 년 전에는 ‘엔케이파인더’라고 탈북민들이 위성지도로 자신이 떠나온 동네와 집을 볼 수 있도록 컴퓨터 프로그램도 개발했어요. 이런 연구들이 한국 사회에서도 굉장히 주목 받을 만한 성과가 되는 거죠.

조현: 네. 맞아요. 그렇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 오히려 더 잘 되어있는 것이, 한국에 오면 북한학을 공부할 수가 있어요. 유명한 대학교에 북한학과가 있습니다. 이 학계에 들어서서 본격적으로 북한 연구도 하고, 잘못된 북한 관련 자료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북한학 공부한 사람들이 논문도 쓰고 여러 매체에 글도 쓰고 책도 만들어 내는데요. 여기엔 김주성 씨가 유명합니다. ‘뛸 수 없는 개구리’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이 일본어로 출판되어서 일본사회에서도 큰 영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분이 북한에서도 귀국자, 재일동포라고 탄압을 받았던 분인데요. 한국에 와서 오히려 북한 연구를 해서 한국과 세계에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승재: 제가 아는 한 탈북민이 그런 말씀 하셨어요. ‘북한 싫어서 나온 분들이 왜 한국 와서 굳이 북한학을 공부하느냐…’ 알고 보니 이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런가 하면 선생님처럼 북한에서 공부하던 전공을 여기서 더 공부하면서 발전시킨 분들도 있잖아요?

조현: 저는 북한에서 축산학을 공부했는데, 이곳에서 농축산전문가들과 연합해서 ‘굿 파머스’라는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좀 더 효과적인 농산물 재배 방법이나, 축산업 기술을 연구해서 우리보다 가난하게 사는 나라 사람들, 특히 동아시아지역의 사람들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돕는 활동을 하고 있고요. 말씀하신대로 북한에서 공부하던 전공을 살려서 한국에 와서 10년~20년 동안 계속 공부하고 정착의 본보기가 된 엘리트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나은행의 장혜원 연구사도 북한에서 경제를 전공한 후에 한국에서도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 따고 경제전문가로 열심히 일하고 있고요. 오영철 박사는 북한에서 선전선동을 전공했는데 지금은 회사라든지, 군부대와 각 단체들에 다니면서 통일 관련 강연을 합니다.

이승재: 제가 생각하는 탈북민들의 가장 큰 강점은요. 대부분 삶의 목표가 뚜렷하다는 겁니다. 그 목표가 물론 개인의 성공과 부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고향 분들과 함께 사는 사회를 꿈꾸고 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건데요. 그 안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참 크시더라고요.

조현: 탈북민들이 사실 한국 사회에 정착하면서 북한에서처럼 배고프고 등 시리고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다 해결됐거든요. 그런데 이젠 고독함, 심리적인 고통, 이런 것들이 좀 있습니다. 혼자 와 있고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생각, 또 여기 살면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하는 탈북민들이 많은데요. 그런 사람들의 심리적 개선을 위해 상담을 공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심리상담 공부가 굉장히 어려운 건데요. 탈북민들의 시선에서 탈북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겁니다. 탈북민 중에는 장애인들도 꽤 되거든요. 정서적으로 불안해하는 그들에게 심리적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이런 엘리트들이 힘을 합쳐 탈북민 결혼정보회사도 만들었어요. 끼리끼리 결혼하자는 뜻이 아니라 탈북민과 한국 사람들 혹은 탈북민들과 탈북민들, 이렇게 서로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가정 단위로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사실 이 결혼정보회사가 필요한 것이, 탈북민 중에 80%가 여성이거든요. 여성들이 부모, 형제 다 떠나서 사는데, 새롭게 안착해서 사는 데엔 결혼이란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승재: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탈북민들이 들어와 정착을 시작한 이래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사람들, 이들 스스로가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만큼, 북한에 있는 동포들 역시 그때로 돌려보낼 수 없다며 두 주먹 불끈 쥐고 오늘을 살아갑니다. 이들은 한국 내 탈북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있는 것은 물론, 북한 인민들에게도 책임을 느낀다며 그들의 미래를 이끌겠다고 이야기 하죠. 네. 다음 시간에는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탈북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한국도 북한도 잘 아는 엘리트들이 준비하는 미래,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