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꿈꾸는 탈북 IT 전문가들

사진은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의 개발자들을 위한 스마트 오피스 모습.
사진은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의 개발자들을 위한 스마트 오피스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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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한국의 한 대학교에서 최근 대학생 100여 명을 대상으로 통일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정말 통일이 되면 좋겠다고 답한 학생은 20%에 불과하고요. 아예 통일이 안 됐으면 한다는 응답도 25%나 된다고 하네요.

조현: 한국 와서 살면서 저도 남북한 사람들의 생각 차를 느낄 때가 많은데요. 통일에 대해 얘기할 때 한국 사람들은 경제적 비용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희가 북한에서 살 때는 비용까진 생각하지 못했고요. 한 민족이라는 생각만 많이 했거든요. 이제는 당연히 통일 비용에 대해 생각도 해야 하고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공감하는데요. 저는 일단 우리 한반도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통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서로 같은 수준에서 교류도 해야 하고 만나기도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미래사회를 위해 준비하는 북한이탈주민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승재: 그렇군요.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이들이라, 그 안엔 여러 분야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미래’하면 떠오르는 것이 IT기술이거든요. 컴퓨터나 통신, 전자, 반도체 기술을 예로 들 수 있겠죠. 한국의 삼성전자가 만드는 손전화는 전 세계에서 미국 애플사와 판매량 1, 2위를 다툴 정도고요. 한국의 IT기기나 인터넷 보급률을 볼 때, 또 세계 최강의 인터넷 속도를 볼 때 한국은 IT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지난 몇 주 동안 한국사회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탈북민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오늘부터는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탈북민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하거든요. IT분야에서 뛰어난 탈북민도 많죠?

조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유명한 IT회사를 꼽는다면 네이버나 카카오를 들 수 있는데 북한이탈주민이 이 회사들이 많이 도전하고 있고요. 실제로 입사해서 연구, 활동하는 사례들이 많이 보입니다. 한국의 많은 IT기업들도 북한의 IT를 성장시키는데 관심이 많고 북한 관련한 콘텐츠들도 많이 생산하고 있는데요. 북한이탈주민이 북쪽의 상황을 잘 알잖아요? 거기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저도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이번 주제를 들으면서 제가 아는 IT인재들이 많이 생각났는데요. 한국에서 일부 사람들은 북한엔 대부분 집안에 TV나 컴퓨터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에 비해 부족하긴 해도 북한의 가정집에도 가전제품이나 손전화가 많이 보급되어 있어요. IT기술에 대한 개념이라든가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류, 정보의 활성화 같은 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도 많이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북한 연구자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이 그걸 알기에 IT기술을 활용한 여러 개발에 관심을 돌린 것 같습니다.

이승재: IT기술을 활용해서 어떤 개발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지는데요?

조현: 가장 두드러지는 작업이 애플리케이션, 바로 앱 개발입니다. 종류가 상당합니다. 기상 예측하는 앱도 있고요. 최근 한 청년은 미세먼지 앱을 개발했어요. 그 앱에 들어가보면 한반도 전 지역의 먼지 상황이 나오는데요. 북한은 도로도 포장되어 있지 않아 미세먼지가 엄청납니다. 제가 개발자와도 얘기해봤는데요. “너 어떻게 이런 걸 다 만들었니?”라고 물었더니, 북한은 자연재해도 많고 환경의 영향을 받을 일이 많으니 꼭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승재: 그럼 지금이라도 북한에서 사용가능한가요?

조현: 지금은 사용을 못하죠. 북한에 직접 들어가서 몇 가지, 현지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앱에 입력해야 사용할 수 있어요. 한국에선 사용이 가능하고요. 한마디로 말하면 하드웨어를 깔아줘야 하는 겁니다. 북한에서 하드웨어가 깔린다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으니 북한 연구자들이나 농촌에는 상당히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재: 언제라도 개방이 되면 바로 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조현: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배달의 민족’이라는 회사가 있지 않습니까?

이승재: 네. 주로 음식 배달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업체죠.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고요.

조현: 그 회사에서도, 배달 그러니까 유통이 잘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는 부서에서 일하는 북한이탈주민도 있어요. 그래서 이분들은 거기서 일을 배우면서 또 다른 앱을 개발하고 있다고 해요.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 중간에서 돈을 많이 떼어 먹는 사람들이 없도록 만드는 유통 앱 말이죠. 이런 것들을 플랫폼이라고 말하나요? 생산자와 소비자가 플랫폼, 바로 그 플랫폼 안에 같이 들어와서 간단히 정보를 교환하고 상품을 가져갈 수 있는 앱을 만드는 거죠. 북한 쪽이 유통 인프라, 유통 구조가 되게 열악하거든요. 그래서 이걸 만드는 사람도 북한 환경을 생각하면서,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가져가고 생산자는 자기가 노력한 만큼의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앱을 개발하려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승재: 갑자기 ‘배달’하니까 생각나는데 한국은 지금 완전히 배달공화국이 됐잖아요. 특히 코로나19로 모두들 비대면을 선호하니까, 저부터도 일상의 모든 구매를 앱으로 하고 배달로 물품을 받거든요. 음식도 자주 배달해서 먹고요. 북한에도 만물상이라는 배달 앱이 있지 않나요?

조현: 네. 있습니다. 만물상은 아직 다른 지방에까지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평양 시내에서 대성백화점, 평양백화점 같은 대형상점에서 구입할 때 이용할 수 있고요. 한국의 배달 앱과 유사하긴 하지만 한국처럼 다양한 상품이 다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들어가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앱의 운영 속도도 많이 뒤떨어지죠. 그걸 보면서도 한국에 계신 북한 분들이 제대로 앱을 만들어 북한 유통업계에 기여하겠다는 결심을 갖게 된 겁니다.

이승재: 탈북민을 ‘먼저 온 통일’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네요. 자동차가 저절로 움직여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어릴 때 본 공상과학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인줄 알았는데 지금 현실화를 앞두고 있잖아요. 이렇게 미래를 바꾸는 능력은 IT에서 시작되는데, 앞으로 탈북민들이 그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한 몫 할 수 있겠군요.

조현: IT분야가 첨단 중에서도 최첨단이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우리야 클릭 몇 번만 하면 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엔 엄청난 수학적 지식과 아이디어, 어려움이 담겨져 있으니 북한에서도 IT 기술을 최첨단이라고 인정합니다. 그래서 IT기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라고 생각하고요. 더구나 세계적인 IT기술이 구현되는 곳이 바로 한국이잖아요. 여기서 잘 배우는 데다 또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연구자로 활동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이야말로, 북한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최고 엘리트들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승재: IT 전문가들이 이 일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원하는 미래를 창의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IT 기술을 말할 땐 낡은 것을 고쳐서 바꾸거나 새롭게 한다는 ‘혁신’이란 말이 항상 따르죠. 남북한이 함께 살아갈 미래를 꿈꾸며 세상을 혁신하는 사람들, 이들이 만들어갈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