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수혜자에서 기여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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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안녕하세요.

이승재: 지난주부터 한국 사회에서 활약하는 탈북민 금융전문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전 시간에는 한국의 KDB산업은행 연구원 김영희 박사에 대해 들어봤는데요. 이 분은 지금 한국 사회에, 북한의 경제적 변화에 대해 명확하게 알리고 앞으로 남북한이 어떻게 경제협력을 해야 한반도 경제가 발전할 수 있을 지, 한국의 경제 연구자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주고 계시죠. 이처럼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며, 남북이 함께 발전하는 경제방안을 연구하는 탈북민 금융전문가들이 있습니다. 김영희 박사 외에도 여러 전문가들이 있죠?

조현: 네. 또 임성 박사라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이과대학까지 졸업했습니다. 이과대학은 김일성종합대학보다 더 수준 높은 대학이고요. 이분은 지금 한국은행에서 일하는데요. 이분은 북한의 토지, 북한의 부동산에 가격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북한 땅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잘 모르거든요. 지하자원도 많고 잘만 관리해주면 농업 생산량도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땅입니다. 임성 박사는 부동산을 국가소유로만 하지 말고 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토지가격을 매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승재: 한국은행이라면 한국의 돈을 찍어내고 관리하는 중앙은행인데요. 여기에서 북한 경제와 관련해 연구하시는 군요. 북한에도 사회주의 대신 자본주의 개념이 좀 들어간다면, 그러니까 농경지를 개인이 소유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확량을 가질 수 있다면 토지 소유자에겐 훨씬 동기부여도 될 거고요. 지하자원의 경우도 명확하게 소유자가 있고 제대로 개발된다면 그 땅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릴 기회도 되겠네요.

조현: 그런 이야깁니다. 또 다음에 소개할 분은 북한에서 군복무도 하고 경제전문학교, 한국으로 치면 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농촌기업에서 회계사도 좀 했는데요. 지금은 한국의 하나금융경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장혜원이란 분이 있어요. 이분도 여기와서 대학에서 다시 경제학을 전공했고요. 이분은 특별히 북한의 사금융, “사금융 자체가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려면 어떤 방식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내놓고 있어요. 최근엔 매일경제라는 신문에도 정기적으로 북한의 금융과 경제 상태에 대한 글을 내고요. 금융전문가로서 한반도 경제를 발전시키는 방법, 남북 교류에서 어떤 이익이 날 수 있는지를 알리고, 어떤 방식으로 북한과 협력해야겠는지 등등 중요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승재: 한국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경제일간지에 정기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올린다는 것은 굉장한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분이 북한에서, 똑같은 경제인이었어도 자신의 의견을 노동신문에는 올리지 못했겠지요.

조현: 그렇습니다. 장혜원 연구원은 원래 회계사 출신이었잖아요. 사실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경제를 전공했다 해도 한국에 와서 그 분야로 나가기를 되게 두려워해요. 북한에선 사회주의 경제만 배우잖아요. 자본주의 경제는 고등학교 학생만큼도 몰라요. 일단 여기 와서 어떤 평가를 받냐면 사람들이 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경제 책부터 보라고 하거든요. 한국 금융전문가들하고 마주서면 대화가 안 됩니다. 제가 알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교수님들, 박사님들이 장 연구원에게 “당신 북한에서 경제 전공했으니까 무조건 한국에서도 경제전공해야 된다. 금융 쪽에서 일하는 게 북한 출신 학생으로서 당신이 해야 될 임무다” 이런 주변의 격려 때문에 힘들어도 금융, 경제 쪽에서 일하는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이승재: 물론 본인의 노력과 실력도 뛰어났겠지만 옥석을 알아본 주변 분들의 공도 컸네요. 맞습니다. 탈북민이 한국 사회 또 자본주의 사회의 금융제도를 이해하는게 정말 쉽지 않겠죠. 일단 용어부터가 다르잖아요. 제가 한 탈북민께 “계좌번호가 뭐예요?”라고 물었는데 못 알아듣더라고요. 북한에선 ‘돈자리’라는 말을 쓴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래서 뭐 ‘금융용어사전’ 이런 것도 만든다고 하지 않았나요?

조현: 네. 이것은 북한개발연구소라는 단체를 만든 김병욱 박사라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주에 얘기했던 산업은행의 김영희 박사와 부부간, 부부 박사입니다.

이승재: 네. 국내 탈북민 1호 부부 박사죠?

조현: 그렇습니다. 이 분이 북한 남포에서 살다 왔는데 한국에 와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북한경제를 개발하기 위한 여러 연구들을 하고 있습니다. 김병욱 박사가 세운 북한개발연구소는 금융, 농촌 경제, 지역 협력, 기업 협력 등 다방면적 부분에서 많이 일하고 있는데요. 김병욱 박사를 중심으로 지금 금융사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 금융사전은 한국의 유명한 금융전문가들 11명과 북한 출신 금융전문가들 15명이 모여서 한국의 금융용어들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데요. 북한에서 온 주민들의 금융활동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정말 재미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잘못 말해서 실수한 탈북민들의 예화도 재미나게 실려져 있고요. 준비가 거의 완료되어 곧 출판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승재: 기대가 되네요. 프랑스의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자카 아탈리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선택이 앞으로 50년을 결정 짓는다”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역사를 이끌었던 사람들은 확실히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탈북민 금융전문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한국사회에서 금융전문가라고 불리는 위치까지 올라왔는데 물론 그것도 대단하지만요. 미래를 내다보고 남북의 발전 전략을 준비한다는 것이 저로서는 더 놀랍거든요.

조현: 그렇습니다. 금융이란 게 굉장히 폭이 넓고 깊은 지식이잖아요? 난이도가 높은 분야입니다. 사용하는 용어도 전문적이고요. 또 금융이라 함은 지금 글로벌 시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내 나라와 지역, 가계 경제에도 엄청난 타격을 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을 제대로 공부하고 한 나라의 경제를 이끌어가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노력과 지식이 없다면 접근하기 자체도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저는 금융전문가들이 정말로 엘리트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또 이들이 하는 일들 중엔 북한 경제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기도 하거든요. 예를 들면 북한을 그냥 사회주의 국가로만 알고 있는데요. 북한에도 시장이 있고 북한 주민들의 생각과 경제, 문화 면에서 상당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경제생활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고 있다고 바로잡아줍니다. 이런 것들은 남한의 전문가들이 앞으로 한반도 경제발전을 위한 미래 전략을 짜는데 상당히 좋은 정보가 되는 겁니다. 사실 우리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의 수혜자가 아닙니까? 이들은 그런데 앞으로 미래의 한반도 경제발전에 기여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이승재: 네. 그렇군요. 맞아요.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면 살 집을 제공받는다던지, 정착지원금도 받고,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는 등 어느 정도 혜택을 받고 있는데요. 이렇게 한국 사회의 수혜자였던 이들이 이젠 미래 발전의 기여자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약은 한국 내에서 탈북민 사회를 주목하게 만들고 탈북민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죠.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과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뛰는 탈북민 금융전문가들, 이들이 이끌어갈 미래사회를 충분히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