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현상, 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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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안녕하세요.

이승재: 며칠 전(7/21)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가수 방탄소년단, 영어로는 BTS라고 하는데요. 이들을 ‘미래세대의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임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BTS는 오는 9월 미국에서 열리는 제75차 유엔총회 등 주요 국제회의에 참석해 세계 청년들을 향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특별사절, 한 마디로 민간 외교관이 되는 거죠. 그럴 정도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BTS, 북한에서도 인기가 아주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조현: 당연하죠. 북한의 20, 30대 중에 거의 대부분이 한국 노래나 드라마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보면 되거든요. 요즘 시대에 가장 유명한 가수 BTS가 빠질 수 없다고 봅니다. 최근에 들리는 이야기는 북한 청년들 사이에서 BTS노래 한두 개쯤은 부를 줄 알아야지 그거 못하면 흐름에 뒤떨어지는 취급을 받는다고 해요. 특히 여성들한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당국의 통제가 심한데도 어떻게 해서든 BTS의 노래나 동영상을 구해 보고 있고요. 좀전에 말씀드렸지만 그 노래를 알아야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아는 사람, 그 정도는 되어야지 사람 취급받는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승재: 그렇군요. 재미있네요. 그런데 위험한 거 아닙니까?

조현: 물론 그렇죠. 당국이나 보위부가 금지하니까 대놓고 이야기 할 수 없어서 은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요. “너, 방탄배낭 메고 왔냐?” 이런 식이죠. 말씀하신 대로 오는 9월에 BTS가 유엔 총회에 참석해서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환경, 빈곤, 불평등, 다양성 존중 등 여러 과제의 해결을 위해 민간 특사로 나선다고 하니까요. BTS의 이런 행보가 저는 북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승재: 네. BTS는 이제 신곡이 나올 때마다 당연하게 전 세계 1위를 휩쓸고 있는데요. 특히 빌보드차트라고 해서 역사적으로 전 세계 대중음악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미국의 음악 순위표가 있습니다. 전 세계 대중음악인의 목표가 빌보드차트에 오르는 것이라고 할 정돈데요. 여기에서 BTS노래가 벌써 17번이나 1위를 했다는 건 여간 대단한 일이 아니거든요. 한번도 어려운데 최근엔 7주 연속으로 1위를 했습니다. BTS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ARMY라고 표현하는데요. ARMY는 군대라는 뜻인데 “방탄복과 군대는 항상 함께하기 때문에 BTS, 방탄소년단과 팬들도 항상 함께한다”는 의미랍니다. 그런데 이 ARMY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 웬만한 나라들엔 ARMY가 다 있어요. 게다가 젊은 사람 뿐만 아니라 제가 아는 40대, 50대의 여성들도 이 BTS를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조현: 저도 BTS를 좋아합니다. 내가 좋아하다 보니 충분히 이해가 돼요. 일단 애들이 멋있잖아요. 키도 크고 나기도 잘 나고 게다가 춤도 너무 잘 춰요. 저는 나이가 있어서 그 춤을 도저히 따라할 수는 없지만 BTS가 춤추고 노래하는 거 보면 흥이 나고 속이 다 시원할 정도거든요. 뭐 사실 잘생기고 예쁘고 춤 잘 추는 연예인이야 한국에 많지만요. 저는 BTS가 세대와 국경을 뛰어 넘어 많은 나라 사람들로부터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거든요.

이승재: 어떤 이유일까요?

조현: 사실 많은 가수들의 노래 가사가 기본적으로 사랑이나 성, 이런 것들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BTS 노래는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되게 특이해요. 건강한 삶을 살아라, 나 자신을 위해 노력해라, 나 자신을 사랑해라, 이런 의미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굉장히 놀랍고 신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BTS멤버 중 제이홉이라는 친구가 만든 ‘위싱 어 스타’라는 곡은 꿈을 찾고 꿈을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사를 보면…

“숨은 진주들이여 지친다면 쉬어가/ 아픈 만큼이 아니라 아문 만큼 성장할 테니까/ 두려워 마 너 자신을 봐/ 뛰는 심장은 말해주니까/ 이제 더 큰 꿈을 가져봐 깨져도 조각은 크니까”

이런 가사들은 사실 젊은 사람뿐 아니라 나이 든 사람한테도 많은 영향을 주거든요. 이 노래가 또 일본어로도 번역이 되어 불린다고 해요. 이런 아름다운 메시지는 한국과 일본, 나아가 전 세계에까지 힘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북한의 젊은 세대들이 학교에서 이런 노래를 부른다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저는 굉장히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재: 가사를 잘 알고 계시는 걸 보니, 이 노래가 특별하게 느껴지셨나봐요.

조현: 50, 60대들은 지난 시간에 사회를 위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정말 일을 많이 해왔거든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던 중장년들, 특히 지난 기간 어려운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내가 노년에 무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내가 바친 것만큼 돌려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BTS의 노래를 들으면 위로가 돼요.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나 자신을 돌아봐라,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힘을 내라, 이런 내용이거든요. 그러니 당연히 저와 같은 중장년의 마음도 치유를 해주고 있는 거죠. 이렇게 BTS는 문화적인 영향력이 막대합니다. 세계적인 문화를 선도하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계속 빌보드 1등을 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위상을 굉장히 높인 거잖아요. 그것을 시작으로 한국과 세계를 넘어서, 비록 같은 민족이지만 폐쇄되어 있는 북한의 젊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이니, BTS는 당연히 문화적으로 굉장한 수준이 있는 엘리트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이승재: 그래서 그런가 보네요. 얼마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K-POP을 북한 젊은이들의 복장, 헤어 스타일, 말, 행동을 타락시키는 ‘악성 암’으로 규정하지 않았습니까? 이를 내버려두면 북한이 축축하게 젖은 벽처럼 무너져 내릴 것이라며 강력한 대책을 촉구했다는데 아마도 BTS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었을까요?

조현: 당연히 그럴 겁니다. 하지만 꼭 BTS라고 집어서 말은 절대 못할 겁니다. BTS가 가진 세계적인 위상도 있고 뭣보다 팬이 너무 많잖아요? 만약 김정은이 대놓고 BTS 이야기를 하면, 그렇지 않아도 북한에서 인기 없는 지도자가 더 많은 사람들한테 지탄을 받을 거고요. 또 BTS라는 단어를 얘기하면 모르고 있던 북한 젊은이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호기심을 갖고 그걸 찾아봅니다. 사실 김정은이 K-Pop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왜 자기는 좋아하면서 북한 젊은이들은 하지 말라는지 모르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K-Pop자체를 비판했다는 것은 북한 당국자들도 BTS의 활동과 위상, 그들이 국제사회에 주는 영향력을 충분히 인정한 것이고, 북한 청년들에게 주는 BTS의 영향력을 무시 못한다는 증거라고도 생각합니다. 만약 BTS멤버들이 유엔이나 국제 무대에 가서 오늘의 북한 사회에 대해서라도 어떤 얘기를 하면 굉장히 큰 영향력을 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승재: BTS의 멤버가 어떤 책을 봤다 하면 그 책이 금방 다 팔려 구하기도 힘들 정도고요. BTS가 한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면 세계의 젊은이들은 그들처럼 한복을 입고 노래 부르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립니다. 이렇듯 이들의 힘은 막강하고, 따라서 이들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엘리트라 부르기엔 모자람이 없어 보입니다. 다음시간에도 BTS이야기를 이어갈 텐데요. BTS가 그동안 세계적인 엘리트로서 어떤 행보를 보여왔는지, 이들을 엘리트로 만든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일지 한번 더 들어봅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사작성: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