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보여준 한국 선수들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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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안녕하세요.

이승재: 7월 23일에 시작된 도쿄올림픽이 벌써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요. 저도 시간 날 때마다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TV로 계속 올림픽 경기만 시청하게 되는데요. 확실히 올림픽이라 재밌긴 재밌네요.

조현: 북한도 참여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할 때 한국의 국가대표 체조선수 이은주가 북한의 홍은정과 휴대전화로 같이 사진 찍는 모습이 보도되지 않았습니까? 이 사진이 미국의 어떤 유명한 언론사에서 선정한 리우올림픽 10대 사건에 포함되었다고 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에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29개 종목에 355명 참가했는데 TV만 틀면 항상 한국 선수 경기가 중계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코로나와 폭염 때문에 지치고 힘든 시기인데, 우리 선수들이 이기면 막 내가 이긴 것처럼 기뻐서 맥주도 마시고 소리도 지르게 되네요.

이승재: 저도 그렇습니다. 올림픽 경기를 볼 때면 유난히 심장도 두근두근하고요. 팔다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집중해서 경기를 관전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가장 관심 갖는 경기는 여자 배구인데요. 지난 7월 31일에 있었던 한국과 일본의 경기 보셨나요? 굉장히 짜릿한 승리였는데요.

조현: 봤습니다. 정말 조마조마했고요. 일본이 거의 이긴 듯한 분위기여서 ‘’야, 이러다 지지 않겠나’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에 살려내더라고요. 그때 김연경 선수가 옆의 선수들에게 다가가서 “할 수 있다”고 말하고, 그 눈빛이라든지 정말 열기가 넘쳤고요. 또 한국이 세계적으로 강한 팀들을 다 이기지 않았습니까? 한국 여자 배구가 세계랭킹 14위인데 일본이 5위, 터키가 4위더라고요. 이런 팀들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모두가 다같이 고생을 했지만, 저는 그래도 중심에 김연경 선수가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김연경 선수는 한국팀 주장인데요. 이미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명수급 선수 아닙니까? 그런데 이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체력이나 실력보다도 인성, 리더십, 그리고 선수들을 아우르며 같이 가려고 하는 지도력, 이런 것들이 되게 좋았다고 봐요. 요즘은 영상, 녹음 기술이 좋아가지고 경기 중에 선수들이 소리 지르는 모습이 다 보이고 들리는데요. 김연경 선수가 계속 후배들에게“해보자! 해보자”, “후회없이! 후회없이!” 이렇게 소리치는 걸 보면서 북한 선수들 같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북한처럼 무섭게 다그치고 ‘못하면 죽는다’ 이런 식으로 군림하는, 스파르타적 모습보다 실수해도 다독여주고 힘내라고 격려하는 김연경의 이런 모습을 전 세계가 보면서 많이 감탄하고 놀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승재: 실제로 이번 올림픽 무대에 오른 선수 중에는 어렸을 때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을 TV로 보면서 감동하고 자신도 저렇게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꿈을 키워왔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았는데요. 김연경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운동하는 선수들이 지금 큰 영향을 받고 있을 겁니다.

조현: 맞습니다. 인터넷을 보면 그녀의 외침을 ‘올림픽 명언’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코로나로, 더위로 지친 사람들이 “김연경의 이런 말들은 일상에서도 힘이 될 것 같다”면서 김연경을 칭찬하는데요. 올림픽에서 선수의 실력이나 성적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힘을 주는 이런 선수가 진짜 엘리트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여자 배구 한일전이 한국의 승리로 끝난 후에도 일본인들의 SNS에 김연경의 평이 올라오더라고요. “저런 선수가 있는 팀이라면 우리가 져도 납득이 된다” 이런 댓글도 올라왔고요. 그래서인지 한국의 한 정치인은 SNS에 김연경 사진을 올려놓고 “나도 김연경을 닮고 싶다”고 적었더라고요. 사실 북한에서 남자 정치인이 여성 스포츠인을 닮고 싶다고 말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거든요. 김연경 선수가 우리 모두의 바람대로 금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제 김연경은 선수로 뿐만 아니라 주장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엘리트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향을 줬고요. 이런 선수가 나중에 지도자가 되면 정말 훌륭한 지도자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승재: 맞습니다. 사실은 저도 이번 올림픽이 조금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이요. 여태까지는 누가 금메달을 땄나, 한국이 지금 메달 순위가 몇 위인가, 이런 것에만 관심이 집중되었는데요. 이번엔 다른 부분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메달보다도 열심히 도전하는 선수들 혹은 올림픽을 즐기는 선수들 또는 인류간의 연대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는 한국 선수들 말이죠.

조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그 나라 최고의 엘리트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체육 경기니 만큼 승리하고 금메달을 딴다면 당연히 좋겠죠.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더 좋았던 게 바로 그겁니다. 메달 색깔보다는 인성이라든가 품격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선수들에게 사람들이 더 열광하고 집중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도 그렇고 보는 사람들도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층 성장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유도에서 은메달을 딴 조구함 선수만 봐도 정말 자랑스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까? 준결승전에서 포르투갈 선수가 경기 도중에 손에 쥐가 나서 당황했는데 조구함 선수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줬거든요. 이기기 위해 하는 경기에서 그런 배려를 보였다는 것을 보며 사람들이 감탄하고 박수를 보냈죠. 물론 이 경기에서 조구함 선수가 이겼는데 경기 후에 두 사람이 끌어안고 조구함이 미안하다며 눈물 흘리고 상대는 토닥거려주고… 이렇게 서로를 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우정이 우리 사회에도 넘쳐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에 조구함 선수가 그렇게 이기고 결승전에서 일본 선수를 만났는데 사실 안타깝게 졌어요. 그런데 이내 마음을 다 잡고 일본 선수의 팔을 잡아서 높이 들어줬거든요. 일본 선수의 노력과 승리를 인정하고 축하한다는 의미지 않습니까? 이번 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그런 좋은 행동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태권도의 이다빈 선수도 결승에서 져서 은메달을 땄는데 상대에게 엄지를 척하고 들어줬고, 태권도의 이대훈 선수도 경기에서 일찍이 지기는 했지만 “승리한 선수가 최대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선수로서의 예의다”라고 하면서 상대를 축하해줬고요. 펜싱의 송세라 선수 같은 경우도 경기 중에 상대방이 다리를 삐니까 공격을 멈춰줬거든요. 이런 것들이 올림픽 정신이고 대한민국의 품격이며, 세상에 한국을 더 많이 알리는 좋은 행동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요. 이 모습을 보는 관중들에게는 정말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이승재: 올림픽이 빛나는 것은 메달의 색깔 때문만은 아닙니다. 인종과 나이, 종교와 생활습관이 다른 전 인류가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며 함께 우정을 나누는 모습, 이것이 진정 올림픽을 빛나게 하는 이유이며 스포츠가 가진 힘이 아닐까요? 아쉽게도 북한이 이번엔 참여하진 못했는데요. 남북한이 함께 서로를 응원하며 따뜻한 인류애를 나눌 수 있는 올림픽을 또 한번 기대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