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니까 한국 국민들도 집 안에서 많이 답답함을 느끼는데요. 때마침 혹서에 열리는 올림픽 경기가 시청자들에게는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듣기로는 북한에서도 올림픽 경기가 녹화 중계된다고 하니, 북한 시청자들에게도 스포츠가 가진 힘과 열정이 잘 전달되면 좋겠네요.
조현: 올림픽은 정치적 이념과는 전혀 관계없지 않습니까? 이념이나 인종, 잘 살고 못 사는 차이,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스포츠를 통해 친구가 되고 하나 됨을 확인하는 행사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내전으로 혼란스러운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이런 나라에서도 출전하지 않았습니까? 그 선수들이 경기할 때 저도 그랬고 또 세계 사람들이 더 박수를 쳐주고 응원하지 않았나요? 이런 점을 볼 때 북한도 앞으로 스포츠를 대할 때 정치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음부턴 함께 뛰면서 세계적인 평화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승재: 그러셨군요. 한국은 이번에 금메달 6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20개를 따서 종합순위 16위를 기록했습니다. 원래 올림픽은 순위를 집계하지 않는데 한국 나름으로 매기는 순위죠. 보통 올림픽에서 10위권 정도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좋은 성적은 아니었어요.
조현: 아무래도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많이 따면 좋겠죠. 하지만 우리가 못해서 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최근 한국 체육계에선 무조건 금메달을 가져와야 된다는, 이런 성과주의가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특히 국민들의 기대를 받는, 잘 하는 선수들은 어깨가 무거웠을 겁니다. 꼭 금메달 그렇지 않으면 메달 순위라도 들어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을 테니까요. 사실 북한 같은 경우는 1등 하는 선수만 알려지거든요. 1등을 하지 못한 선수들은 경기에 참가했는지 안 했는지 조차도 모릅니다. 그런데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 원망이나 질책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위로와 박수를 보낼 정도로 올림픽을 즐기는 한국 국민들의 문화가 굉장히 성숙해 가는 것 같아 너무 부럽고 좋았습니다. 같은 민족이고 같은 한반도에 살지만 북한은 성과를 이뤄야만 조국에 충성하고 수령에 충성했다고 평가되는데요. 남한은 그런 것이 상관없죠. 이런 남북한의 엄청난 차이가 안타까웠습니다.
이승재: 그렇습니다. 날이 갈수록 느껴지는 것이, 올림픽이 빛나는 것은 메달의 반짝임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도전정신 그리고 공정한 경쟁 속에 빛나는 인류의 연대감이 올림픽을 빛나게 하죠. 그래서 저는 경쟁 자체보다, 경쟁성과만 부각되어온 그간의 메달 지상주의가 좀 사라진 올림픽 같아서 굉장히 반가웠어요. 이번에는 금메달만큼이나 오히려 메달을 못 딴 4위들이 주목을 받더라고요.
조현: 네. 바로 떠오르는 게 우리 여자배구 선수들이죠. 지난주에 우리가 김연경 선수 이야기를 했는데요. 대한민국 여자배구가 4위를 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종목 아닌가 싶어요. 메달은 못 땄어도 이 선수들이 한국 들어올 때 “너무 축하한다, 자랑스럽다” 말하면서 공항까지 마중나간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의 노력이 너무 값졌고 이렇게 국민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승재: 아주 안타깝게 메달을 못 땄다고 볼 수 있지만 결코 못한 것이 아니에요. 올림픽 4위가 되기까지 예선, 준결승전에서 세계 순위 5위 터키, 7위 도미니카공화국, 10위인 일본을 다 이기고 올라왔거든요. 한국 여자배구는 세계 순위 10위 권 밖이었으니까요.
조현: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정말 4위를 한 선수들이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요. 먼저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는 4위를 하고 “이게 꿈인가 싶다”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 육상을 알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내 최고의 기록이 나왔다. 지름길로 가는 걸 원치 않는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준비하겠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이 선수가 경기 내내 웃음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즐기는 모습이 경기를 보는 관중들도 행복하게 했던 것 같아요. 다이빙의 우하람 선수도 4위를 했는데 그 선수도 자기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경기에 대해 후회는 안 한다고 말했고요. 수영 남자 자유형의 황선우 선수도 4위 하면서 “세계적으로 훌륭한 선수들 곁에서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며 자랑을 하더라고요.
이승재: 맞습니다. 높이뛰기나 다이빙 이런 종목은 그간 올림픽 메달 딴 적이 없어서 저도 경기 자체를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고 또 이런 관중들의 관심이 모이고 모이면 다음번엔 더 많이 배출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가하면 저는 이런 종목이 있는 지도 몰랐는데 올림픽 끝날 때 즈음 열린 근대5종경기, 선생님 보셨어요?
조현: 예예 봤습니다. 저도 근대5종경기라는 건 처음 들었어요.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 이렇게 5대 종목을 합쳐서 점수를 내는 경기였는데 엄청난 체력이 소비되겠더라고요. 여기서도 우리나라 정진화 선수가 4위를 했어요. 그런데 조금 아쉬웠을 것 같아요. 여태껏 자신을 잘 따랐던 후배 전웅태 선수가 자신의 바로 위의 3위 동메달을 땄거든요. 하지만 정진화 선수는 후배의 메달은 당연히 축하할 일이라고 기뻐해줬고요.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자신은 인기없는 이 종목을 알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자신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얘기했거든요.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 고맙다” 이런 말을 했어요. 사실 이런 말은 북한 선수들은 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를 하면 항상 지도자를 말해야 됩니다. 그래서 정성옥 선수도 스페인마라톤대회(1999)에서 “장군님이 어서 오라고 불러주는 것 같아 힘을 냈다”고 이야기를 했고요. 저도 그때 북한에 있었는데 깜짝 놀랐어요. 얼마나 교육을 받았으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세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웃었을까 그런 생각도 했거든요. 베이징올림픽(2008)에서 박현숙 선수도 “장군님이 경기를 본다는 생각에 마지막 순간을 들어올렸다”고 말했는데 참 그때도 안쓰러웠고 그래도 이해는 됐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중한 처벌을 받으니까요. 네. 북한에서는 금메달을 땄고 마라톤에서 1등을 했어도 말 한 마디 잘못하면 그게 다 물거품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국은 절대로 그렇지 않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우정과 사랑, 인류의 화합과 연대라는 정신을 가지고 올림픽에 참여하는 걸 보면서 저도 상당한 정도로 감동했습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당연히 국격이 높아지겠디만 이번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당연히 국격이 높아지겠지만 이번에 우리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전 세계 모든 사람들과 또 스포츠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이런 것들이 진짜로 우리 한국사회 위상을 높일 뿐만 아니라 그들을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그런 이제 진정한 엘리트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승재: 이번 올림픽에선 관중들에게도 순위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높은 벽을 향해서 거침없이 도전하는 이들의 정신에 환호했습니다. 자신에게 부끄럼 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승리한 이들에게 박수를 쳐주는 선수들에게서 올림픽의 참 의미인 세계인의 연대와 화합을 느낄 수 있었죠. 북한이 도쿄올림픽 불참선언을 했을 때 많은 세계시민들이 아쉬워했는데요. 다음 올림픽에선 꼭 다시 만나 함께 웃고 함께 화합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