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KT 스퀘어에서 열린 '키즈랜드2.0 설명회'에서 오은영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KT 스퀘어에서 열린 '키즈랜드2.0 설명회'에서 오은영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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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벌써 9월 하고도 열흘이 지났습니다. 이번 여름은 정말 더웠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어요.

조현: 그렇습니다. 북한도 곧 추석을 맞이할 텐데요. 저희가 몇주 째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북한 여성들도 집에서 명절 준비하느라 마음의 부담도 클 거고 육체적으로 힘도 들 텐데 아무쪼록 방송 들으시는 여성분들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승재: 네. 북한과 관련된 일을 하니까 솔직히 이런 점이 있어요. 탈북민들에게 북한에서 영향력이 있는 여성이 누구냐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뻔한 이름들이 나와요. 요즘에는 리설주나 현송월이죠. 그런데 한국에선 일하는 여성, 유명한 여성, 영향력 있는 여성들이 워낙 많으니까 제각기 다른 답이 나온다는 것, 그런 것이 확실히 다른 점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요즘 한국사회의 여성 중에서 특별히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분이 있나요?

조현: 네. 두 분 정도 떠오르는데요.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오은영 박사라는 분이 자주 나와요. 이분은 소아과 의사이자 아동교육전문가이면서 방송도 하시는 분인데요. 젊은 엄마들에게 영향력이 막강한 분 같습니다. 사실 문제 있는 아이들이 많잖아요. 심하게 산만하다던가, 분노가 조절이 안 된다든지, 어떤 아이들은 입만 열면 욕이 나오기도 하는데, 오은영 박사는 이런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부모들을 상담하면서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연구자입니다.

이승재: 저도 오은영 박사가 나오는 프로그램들을 자주 찾아보는데 문제 있는 아이들을 보면 주로 그 부모에게 더 큰 문제가 있더라고요. 정작 본인들은 잘 모르고요.

조현: 맞습니다. 사실 우리가 아이들 키울 때는 부모들이 잘 몰라요. 말 안 듣는다고 또 계속 울기만 한다고 야단도 치고 화도 내고 그러잖아요. 그렇게 실수하면서 키우는데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엄청난 상처라고 합니다. 그런데 텔레비전에 오은영 박사가 나와서 상담하는 내용을 보면, 애들 다 키운 저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특별히 북한 부모들은 요즘 한국 부모들보다 나이가 좀 어린 편입니다. 북한에도 이런 전문가가 있다면 아이 키우기가 훨씬 수월할 것 같아요. 한번은 누가 인터넷에서 오은영 박사가 받는 상담료가 굉장히 비싸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바로 다른 사람이 또 댓글을 쓰면서 자신도 그분에게 직접 자녀 상담을 받았는데 내 인생에 가장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고 말하더라고요. 북한은 가정교육이 학교 교육에 치여가지고 그저 선생님 말씀만 잘 들으라고 가르치니까 아이들의 재능, 자립성 이런 것들이 하나도 보장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어서 아쉽죠. 북한에 그런 상담을 받고 아이를 키울 수 있으면 정말 좋겠죠.

이승재: 결국은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 가정을 바로 세우는 것이고 국가로서는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내는 일인데요. 한국 엄마들은 하나를 키워도 정말 잘 키워보려고 애를 쓰는데요. 북한 역시 자녀를 가진 엄마 마음은 다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훌륭한 연구들이 북한에도 함께 공유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하면 저는 요즘 여성 하면 이분이 떠오릅니다. 코로나 시대, 방역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한국의 질병관리청장 정은경 박사죠.

조현: 그렇습니다. 요즘 텔레비전 뉴스보면 꼭 한번쯤은 나오는 분이잖아요. 정은경 박사는 말씀하신대로 한국의 질병관리청장인데요. 코로나19가 시작된지 2년여 동안 매일 뉴스에 나와서 확진자 수를 알린다거나 그때그때마다 바뀌는 한국의 방역대책에 대해서 설명하는 분입니다. 이분이 서울대학교 의대까지 나온 의사라는데요. 한국 사회에서는 의사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꽤나 인정해주는 분위기잖아요.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라고 인식되어 있고요.

이승재: 그렇죠.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의대에 보내려고 하죠.

조현: 그런데 정은경 박사는 학생 때부터 공공보건의학 또는 예방의학을 발전시키겠다는 신념을 갖고 공무원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신념을 가지고 지금 50대 중반의 나이까지 달려오면서,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에서 사스, 메르스 같은 전염병 연구도 했고요. 전염병에 대한 논문도 많이 쓰면서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전염병 퇴치에 매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그 공로를 인정받아서 2020년에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즈>에서 선정하는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도 올랐습니다. 물론 한국 사회는 다양한 의견들이 공존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정은경 박사가 수장으로 있는 질병관리청의 방역대책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래도 정은경 박사의 꾸준한 연구와 성실성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한국의 방역상황이 이뤄진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재: 그렇습니다. 지금 한국의 젊은 여성 또는 청소년들은 이 두 분이 자라던 때보다 많은 교육을 받고 있고 학업 성적면에서도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으니 10년 뒤, 20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뛰어난 한국 여성들의 활약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들을 보면 열정이나 실력은 결코 뒤지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훌륭한 여성들이 북한에서도 마음껏 활약할 수 있기를 바라는데요. 그래서 한국에 온 탈북민들이 하는 중요한 활동 중에 하나가 바로 국제사회에 북한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알리는 일입니다. 바깥사회에서 보기엔 이건 큰 문제거든요. 요원한 일일지 모르지만, 달라지기 위해선 북한 내부의 기본적인 변화부터 필요하겠지요?

조현: 그렇죠. 저도 북한 사회에 바라는 변화가 있습니다. 일단 반드시 제도적 변화가 일어나야 할 것 같아요. 노동당은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보장해줬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여성들이 북조선민주여성총동맹이라는 조직을 통해서 통제만 받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북한에서도 여러 통로를 통해 여성들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고요. 또 하나 바라는 것은 여성들이, 직접 여성을 챙길 수 있는 심리상담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온 탈북민들은 원한다면 사회복지사나 탈북민 전문단체를 통해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나갈 수 있는데요. 몇 년 전에 한국에는 미투운동이라는 게 있었어요.

이승재: 네. 미투운동, 나도 당했다, 나 역시 당했다, 이런 의미였죠.

조현: 2018년에 한 여성 검사가 자신이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피해상황을 알린적이 있었어요. 사실 여성들이 이런 아픔을 겪었다 해도 겉으로 드러내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용기를 낸거죠. 그랬더니 사회 곳곳에서 많은 여성들이 미투, 나도 그랬다, 나도 당했다, 용기 내어서 함께 피해사실을 드러낸 적이 있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은 여성들에게 안전한 나라라고 하는데, 이렇게 안전한 곳에서도 그런 일들이 보이지 않게 일어난다면 북한에서는 이런 사건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여성들의 아픔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여성이니까, 여성의 마음을 알고 그들이 바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담전문가들을 키워내고 상담제도가 운영된다면 여성이 힘을 얻고 의지를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또 뭐가 있을까요? 북한 여성들도 세계의 다른 여성들처럼 국제사회나, SNS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자신이 무언가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힘이 나지 않겠습니까?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나요?

이승재: 네. 몇 주간에 걸쳐 남북한의 여성 엘리트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확실한 것은 여성이 건강하고, 여성이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여성이 행복한 사회는 세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다는 겁니다. 북한의 여성도 그 존재와 능력을 인정받아 얼마든지 자신의 꿈을 꾸고 그에 따른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세상이 하루 속히 이뤄지기를 바래봅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