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얼마 전 북한이 8차 당대회를 마쳤습니다. 노동당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예전보다는 평균연령이 10살 가까이 젊어졌다고 하고요. 그 외에 세대교체를 위해 젊은 엘리트를 등용했다는 평가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글쎄요. 20~40대의 청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조현: 그럴 겁니다. 북한에서 권력의 최고층까지 올라가려면 대학, 군대, 3대혁명소조 등 일련의 코스를 밟아야 하는데요. 그걸 다 하면 나이가 훌쩍 많아지거든요. 한국은 젊은 엘리트, 청년 리더들이 많죠. 당장에 지금 한국 제1야당의 대표가 이준석이란 청년 아닙니까? 북한식으로 말하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이 서른여섯의 젊은이가 하는 겁니다. 한국의 정의당은 아예 20대의 여성 류호정 씨를 전략적으로 밀어 국회의원에 당선시키기도 했고요.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한국 국회의원이 된 지성호 씨도 이제 마흔 쯤 되었는데 지금 탈북민들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 많은 법안들을 상정하고 있어요. 북한에선 이런 일들이 굉장히 놀랄만한 사건입니다.
이승재: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렇게 젊은이들이 정치도 하고, 사회 여러 분야를 이끄는 엘리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남북의 청년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북한의 청년들, 나이대로는 20~30대를 말할 수 있겠죠. 이 세대는 북한에서 정규교육을 받은 세대고 고난의 행군을 경험하면서 또 장마당의 혜택을 받고 자란 세대 아닙니까? 아무래도 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조현: 크게 다르죠. 새로운 생각을 갖고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엘리트가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사실 누구하나 유명한 사람이 없잖아요. 뛰어나고 훌륭하다 해도 국가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합니다. 유명한 젊은이들이다? 엘리트다? 하면 예술인 아니면 체육인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정말 많잖아요. 방금 정치인 얘기도 했지만 경제 쪽에서는 세계적으로 능력 있는 30대 사장들도 정말 많고요. 문화 쪽은 젊은이들이 꽉 잡고 있죠.
이승재: 맞아요. 그래서 어디까지를 엘리트로 봐야 하나 그것도 문제입니다. 선생님은 한국의 ‘청년 엘리트’ 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조현: 당장에 열흘 쯤 전에 유엔에 가서 세계인들을 향해 연설했던 BTS가 있잖아요. 우리가 미래 세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세계인들이 공감할 만한 연설을 했고요. 북한에서 ‘영화’하면 여전히 신상옥 감독을 얘기하지만 한국 영화계엔 젊고 실력 있는 감독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북한에서는 그래도 자랑할 수 있는 게 예술이라는데 한국 사람들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 성악가들 노래를 너무 잘해서 유럽 무대에서, 유럽인들을 연기하는 오페라의 주역을 꿰차고 있고요. 유명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라고 아직 서른도 안됐는데요. 이 사람이 어릴 때부터 세계 최고대회라는 쇼팽콩쿠르대회에서 1등하고 지금 세계전역을 돌며 연주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분들 다 훌륭하지만 제게 감동이 된 청년이라면, 혁신적인 생각과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이나 사회를 바꿔놓는 친구들인 것 같아요.
이승재: 혁신적인 생각으로 사회를 바꾼 젊은이라면 누가 있을까요?
조현: 한국의 작은 회사인데요. 태양광충전기를 만드는 회사 중에 요크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여기 대표가 장성은이라는 젊은 여성입니다. 이 청년이 아주 기발한 방식으로 태양광충전기를 만들어 아프리카 오지 마을의 분위기를 바꿨습니다. 사실 아프리카는 부모들이 자식들을 교육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하다네요. 어차피 여자아이들은 시집보내면 끝이고 남자도 양 치고 소 칠텐데 공부는 왜 하나? 이런 식이죠.
이승재: 네. 그래서 아프리카를 돕는 여러 한국 기업들이 예전에는 그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먹을 것 입을 것 등 물질을 전달했는데, 스스로 자립하지를 못하니, 이제는 그들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세워주거나, 농사를 해서 작물을 얻는 등 사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하더라고요.
조현: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청년이 한 일이, 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학교에 태양광 충전기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이 태양광 충전기 이름은 솔라카우인데요. 솔라는 영어로 ‘태양’, 카우는 ‘소’라는 뜻입니다. 소 모양의 큰 태양광 충전기를 학교에 설치하고 아이들에게는 솔라밀크라는 우윳병 모양의 작은 충전기를 줍니다. 학교에 온 아이들은 소젖을 짜듯, 태양광 충전기의 배 부위에 충전기를 꽂아놓지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4~5시간 동안 전기를 충전하고 집에 갈땐 이 충전기를 가져갑니다. 그럼 집에선 그것을 이용해 전기를 쓸 수가 있죠.
이승재: 전기 없는 가정에 전기도 보급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 거군요. 저도 아프리카를 상상해보면 지역들이 굉장히 넓고 광활해서 모두 전선을 깔기엔 엄청난 비용이 들 것 같았어요.
조현: 전기선을 다 깐다고 해도 취약계층은 전기를 많이 쓰지도 못합니다. 그것을 다 고민하고 생각해낸 방법입니다. 작년까지 아프리카 3개 국가에 총 8개의 솔라카우, 태양광 충전기가 설치됐다고 들었고요. 이 수혜자는 가족들 모두 합쳐 5000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지금은 더 늘어났겠죠. 지금 전 세계에 보호받지 못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아동이 1억 5천만명이나 된답니다. 분명 거기엔 북한의 아동들이 있을텐데 마음이 아프네요. 어쨌든 이 젊은 청년이 가난한 나라의 아동착취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고자 이 일을 시작한 겁니다. 이 솔라카우는 전기를 빠르게 공급하고 아이들 교육문제까지 해결하니 현지의 반응도 뜨겁다고 하네요.
이승재: 선생님도 농축산 전문가로서 개발도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많이 하고 계신데 확실히 느끼시는 바가 달랐을 것 같네요.
조현: 저는 청년들이 이렇게 혁신적인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고 이에 따라 사회가 변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뜁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갖지 못한 기발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많거든요. 사실 북한만 해도 지금도 얼마나 많은 가정이 전기가 끊겨서 불편하게 살아갑니까? 북한에도 분명 이렇게 뛰어난 청년들이 있을 텐데 이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분출하고 사회의 발전에 쓰임받을 수 있도록 사회나 국가가 뒷받침 해줘야죠. 하지만 지금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니 청년교양보장법이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을 만들어 청년들이 더 많이 아는 것을 막고 마음껏 발전하는 것을 막으니 안타까울 수밖에요.
이승재: 그렇군요. 솔직히 한국도 지금 청년들이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난이 이어지고 있고 게다가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고용시장이 얼어붙다 보니 청년들이 일어설 자리가 줄었거든요.
조현: 그렇죠. 하지만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한국은 청년들의 창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돕지 않습니까? 내년에 한국 대선이 있는데 지금 후보로 나온 사람들도 어떻게 해서든 청년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그들을 지원할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고요. 물론 한국도 아직 초보적인 단계고 여러 시행착오도 겪지만 어떻게든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점, 이 점을 북한이 배웠으면 좋겠고요. 그래서 남한도 북한도, 이런 좋은 생각과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우리 사회를 더욱 살기 좋게 변화시키는 청년 엘리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승재: 네. 청년이 마음껏 능력을 펼치는 세상 또 청년이 바꾸는 세상 저도 기대가 되네요.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