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조현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조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조현: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온난화의 속도가 점차 빨라져서 2040년에는 아프리카 산악지역의 빙하마저 완전히 녹아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지구의 식량난과 빈곤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남북한도 예외일 수는 없겠죠. 이에 대비해 남한에서는 이미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또 최첨단의 과학적인 방법으로 농업분야를 이끌어나가는 분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의 엘리트라고 할 수 있겠죠. 농업전문가로서 선생님은 한국의 농업 전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조현: 네. 일단 한국은 정말 돈 되는 작물을 기가 막히게 잘 선정하는 것 같습니다. 기후가 바뀌니까 한국의 농작물 지도도 변하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전라남도 해남에서는 2014년부터 군 자체에서, 아열대 기후에 맞는 작목을 발굴하고 농가에 심도록 지원했습니다. 지금 바나나, 애플망고, 무화과, 파인애플 등 16개 작목을 180여 농가, 125 정보에서 재배하고 있죠. 북한 분들이 놀랄 수 있는 것이 한국의 농부들은 근면할 뿐만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지식인들이 많다는 겁니다. 그에 반해 북한은 쌀과 옥수수, 감자만 장려하고 적은 노력으로 많은 돈을 만들 수 있는 작물에는 관심이 적습니다. 농민들은 심고 싶은데 국가가 계획농법으로 강제 하니 어쩌지 못하고 있죠. 실제로 들깨나 참깨, 참외, 수박 같은 작물은 재배 면적이 점점 축소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세계적인 식량난을 인식하긴 커녕 눈앞에 자국민도 못 먹이는 실정이잖아요. 이렇게 한국은 계속 새로운 농업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한국만의 뛰어난 IT기술을 농업에 접목시켜 ‘스마트팜’을 개발해 내는 정책입니다.
이승재: 스마트팜, 영어를 해석하면 똑똑한 농장이란 뜻인데요. 스마트팜은 한국 농업에 있어 지금 미래 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여겨지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분야죠. 실은 한국의 농업도 농촌인구 감소, 소득 정체, 곡물 자급률 하락 등의 문제가 있는데 스마트팜은 이를 해결할 기대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스마트팜의 효과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조현: 네. 스마트팜은 자연환경에만 의지하지 않고 첨단화된 기술을 도입해서 농장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자연을 다스릴 수는 없지만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자연과 동일한 효과를 내도록, 작물재배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정한다는 뜻이에요. 한국은 북한에 비해 실내농사, 비닐하우스가 상당히 발전했잖아요. 비닐하우스는 비닐로 만든 온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스마트팜은, 제 생각에는 아직 야외농사에선 성과를 못이뤘지만 실내농사에선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재: 네. 스마트팜은 주로 비닐하우스나 크고 작은 이동식 간이 건물에서 농사짓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좀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조현: 네. 실내에서 자라는 작물의 성장이나 상태, 재배환경을 컴퓨터나 손전화로 실시간 지켜보고요. 그에 맞춰 물과 영양물질을 주면서 채광과 환기까지 하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딸기를 재배한다고 합시다. 딸기 생육을 위해 온도와 햇빛, 습도, 풍량 등을 점검하는 장치를 비닐하우스에 장착해 24시간 가동하는 거죠. 비닐하우스에 이상 징후가 뜨면 손전화에 자동 알람이 뜹니다. 그럼 손전화를 조작해 원격으로 비닐하우스의 창문을 닫는다든가 습도 등도 조절할 수 있어요. 또 작물의 수확시기도 정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자동화를 이용한 현대적 농장, 똑똑한 농장입니다.
이승재: 그래서 스마트팜이군요. 제 생각엔 이 스마트팜을 시작하려면 이런 현대적인 설비를 갖추는데 있어 초기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실제로 효과가 어떤지요?
조현: 그래서 자기 돈으로 시작할 수도 있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아 시작하는 농가가 많습니다. 한국 세종시의 경우엔 스마트팜 시범농가 100가구를 선정해 여러 작물을 지원했는데요. 그 결과 그들이 같은 면적에서 재배할 때보다 생산성이 22.7%나 올랐다고 합니다.
이승재: 그렇군요. 농민에게 가장 큰 걱정은 기상변화에 따라 수확량 차이가 크다는 점이겠죠. 말씀을 들어보니 스마트팜은 그런 단점을 확실히 줄일 수 있겠네요. 또 전엔 불가능했지만 이젠 한국 같은 경우는 한여름에도 딸기를 먹을 수 있는데 이게 바로 스마트팜의 결과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한국형 스마트팜이 해외에서도 인기라고 합니다. 여러 보도매체에 따르면 중동에서도 한국 농업 열풍이 일어난다고 하는데요. 이건 무슨 얘기죠?
조현: 작년에 한국의 한 언론에서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났었어요. “여기는 중동, 한국이 우릴 먹여 살리고 있다” 중동은 사막인데다 낮기온이 요즘은 50도에 육박합니다. 땅 파면 석유는 많지만 물이 없어요. 정말 농사짓기 힘들죠. 중동에서 부유하기로 손꼽히는 아랍에미레이트도 식품의 80%를 유럽에서 수입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식량안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생각한거죠. 그래서 한국형 스마트팜을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동식 간이 건물 안에 꾸며진 실내 농장인데요. 여기에 상추며, 가지며 온갖 채소를 다 심었는데, 사용하는 물의 양을 자그마치 98%나 줄일 수 있었고 노지에서 재배하는 것보다 100% 이상의 수확량을 얻었다고 해요. 또 작년엔 한국 농업기술을 도입해 사막 땅 속에 방수포를 깔아놔서, 중동에선 불가한 벼 생산도 성공했다고 하네요. 이러다 보니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한국 스마트팜의 인기가 일어나 계속 구입하기 시작했고요. 현재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나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도 한국형 스마트팜이 정착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중동에 설치될 스마트팜의 30%를 한국형 제품으로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승재: 한국 농업기술이 이렇게 세계적인 상품으로까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피땀 흘려 농사짓는 농민들이 그 첫 번째 공로자일 것 같고요. 끊임없이 농업기술을 개발시키려는 IT 컴퓨터 기술자들의 역할이 없었다면 스마트팜이 존재할 수 없겠죠.
조현: 네. 먼저는 농민들이 기존의 방법만 고수하지 않고 계속적인 변화를 꾀하면서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연구와 공부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에서는 농민들이 신분상 최하위에 속하지만 한국은 이렇게 산업을 일으키고 국가에 도움되는 엘리트가 될 수 있잖아요. 여기에 보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한국형 농업을 전 세계에 보급하려는 한국의 공무원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북한식 표현으로는 농업 관련 간부들이라고 할까요? 이들은 끊임없이 한국형 스마트팜을 발전시키고 세계에 수출하려는 엘리트들이라는 거죠.
이승재: 맞아요. 사실 스마트팜을 시작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이들이 농가에 투자와 지원을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죠.
조현: 한국의 중앙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동안 스마트팜 핵심기술의 완전 적용을 위해서, 자동개폐와 온습도 자동관리시스템을 갖춘 보급형 스마트팜을 개발하고 17만 농가에 보급했어요. 그러면서 계속 상황을 관찰한 결과 한국의 토양과 기후에 최적화된 스마트팜 사용화를 이룰 수 있었으며 이를 토대로 세계 시장 진출을 하게 된 것이죠.. 최근 유럽의 한 연구기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북한은 42.4%가 영양실조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 농민들과 농업 당 간부들의 부담이 심하지 않겠습니까? 북한 간부들도 지금 한국의 변화를 보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면 좋겠네요. 물론 한국의 스마트팜을 북한에 적용할 환경은 아직 못 될 겁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개선하려고 하는 이들 모습이 그들에게 자극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승재: 네. 선생님 오늘도 말씀 잘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미래의 먹거리가 될 스마트팜에 앞장선 한국의 청년 엘리트들을 만나봅니다.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
기자 이승재,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