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 내 자식 엘리트 만들기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 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신용건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신용건 선생님 안녕하세요.

신용건: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오늘은 남북한의 교육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주에 한국 고등학생들이 대학입학시험, 수능시험을 치렀어요. 선생님도 뉴스 보면서 교육의 열기를 많이 느끼셨죠?

신용건: 네. 한국은 교육이 정말 째였다, 북한 식으로 표현하면 문명국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교육 수준이 정말 높습니다. 시스템이 참 부러워요. 정말 부모들이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자식들을 학생들을 너무 잘 관리해주는 겁니다.

이승재: 시작부터 너무 좋게 얘기해 주시는 것 아닌가요? 사실, 미국의 전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도 2009년 취임 첫 해부터 여러 차례 한국의 교육열과 교육제도를 칭찬한 바 있습니다. 미국도 이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고요. 선생님은 어떤 부분에서 한국이 ‘째였다’고 생각하셨어요?

신용건: 좋은 점이야 많죠. 우선 학교에 학생들을 상담하는 전문상담사가 있더구만요. 한부모 가정이라던가, 심리적으로 고충을 겪는 학생들을 연령대로 책임지고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해서 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제가 한번 목격하게 되었는데요. 그것을 볼 때 나라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새싹 하나 하나를 얼마나 귀중히 여기고 얼마나 많은 품을 들이는가가 느껴져서 가슴이 좀 찌르해진 적이 있었어요. 학교에 보내 놓으면 정말 부모 이상으로 전문적인 관심을 가지고 각자 학생들 소질과 성격에 맞게 교양을 해주는 것을 많이 목격하고 느꼈습니다. 북의 현실과 비교해 볼 때 교육의 질이 엄청난 수준이 아니냐, 깜짝 놀랄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이승재: 그렇군요. 저는 한국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선생님 말씀에 솔직히 다 공감하진 않지만요. 네. 맞습니다. 25년 전 제가 학교를 다닐 때에 비해 크게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 개성을 살피고 그에 맞는 교육을 하려고 하죠. 한국 교육 기자재나 교육 환경은 정말 훌륭한 것 같아요. 뭐, 교실에 난방, 냉방 안 되는 곳 없고요.

신용건: 네. 교육 면에서 제일 좋다고 느낀점이 교과서, 교육기자재들이 너무 훌륭한 거예요. 제가 아무리 북한에서 고급스럽게 자랐다 해도 교과서 질이 이렇게 좋아보지 못했어요. 우선 한국 학생들 가방을 들어보면 무겁습니다. 왜? 그만큼 재질이 너무 좋잖아요. 이건 당 기관급 간부들도 잘 쓰기 힘들어 하는 종이예요. 왠간한 문건서류로도 못써요. 그런데 그런 고급 종이로 어린이들 출판물, 교과서… 이것들을 쫙 보장해주는 걸 볼 때 너무 부러운 겁니다. 북한 아이들은 그런 교과서 자체를 원만하게 공급받지 못합니다.

이승재: 그렇군요. 선생님 저와 처음 방송 시작할 때요. “북한 학교는 배우러 가는 학교가 아니라 돈을 바치러 가는 학교다” 이런 말씀을 하신 적 있었어요.

신용건: 맞아요. 북한에서 학교는 강제적입니다. 가지 말라고 해도 갈 정도가 되야 교육이 잘된다라는 생각이 들겠는데, 이건 가라고 쫓아도 가지 않는 정도가 되다보니 학교 교육이 허울 뿐입니다. 사회주의가 남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점이 바로 무상치료제와 무료교육밖에 없다고 해서, 북한은 강제적으로 이 교육을 유지하려고 하는데요. 학교는 교육이라기보다 마치 돈을 내면서 아이경력을 갖춰주어야 하는 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 정도로 교육의 질이 낙후합니다. 바치라고 하는 것이 학교이지 한국처럼 점심도 주고, 뭘 받으면서 가는 학교가 아니다, 본질상 그것이 다르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이승재: 저 여기서 탈북하신 교원분들 많이 봤거든요. 대부분 탈북민들이 학교 그러면 징글징글하셨다던데, 반대로 교원분들도 고충이 많으셨더라고요.

신용건 맞아요. 그랬을 거예요. 교원들 자체가 층층으로 내라는 소리를 받다보니까요. 교원들도 나올 데가 없지 않습니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위에서 그렇게 요구하는데 그 어떤 교원이 양심을 가지고 ‘나는 이걸 절대로 학생들에게 받아내지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어요. 그런 교원이라면 아마 수류탄 혹은 폭탄 들고 당위원회에 뛰어들 정도의 각오가 있는 사람이 아니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어요. 섭섭한 것은 그런 분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럴 수도 없는 환경이고요. 할 수 없이 집행해야 하고 그 요구가 학생들에게 나눠져 부담이 되는 겁니다. 많이 내는 자식은 가서 선생님에게 노상 칭찬을 받으며 늘 앞자리에 않고, 돈 못내는 자식은 노상 매를 맞고 욕먹고 뒷자리 앉고요. 부모 가슴도 상당히 아프죠. 그 가운데 스트레스 받고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어린 학생들입니다. 그러니 학생들의 심리가 건전할 수가 없다고 봅니다.

이승재: 한국에서도 1970~1980년대엔 그런 일들이 많았거든요. 담임 교원에게 우리 아이 잘 봐달라면서 촌지라고 하는데, 돈을 슬쩍슬쩍 건넸던 거죠. 지금은 금지되었지만, 한국 부모의 교육열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촌지는 금지되었지만 부모들의 교육열은 그대로 남아서 명문 대학교를 보낼 수 있는 중고등학교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사교육인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시키고, 혹은 해외 유학을 보내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이게 바로 실력으로 엘리트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부작용도 꽤 있습니다. 부모들의 기대가 큰 만큼 아이들은 학업 경쟁에 치여서 심리적인 압박이 크거든요. 세상에 대해 배울 게 많은 청소년 시기에 공부만 해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은 지금도 개선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꼽힙니다. 선생님도 교육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으실 텐데요. 교육열이 좀 과하다 싶진 않으셨어요?

신용건: 아닙니다. 자식 가진 부모라면 우주의 달이라도 떼어 가방에 넣어 주고픈 심정, 그 어느 나라 인종을 불문하고 부모된 인간의 심정은 다 같다고 봅니다. 한국 시스템을 저는 부러워할지 몰라도 좀 더 높은 단계의 교육을 바라는 부모들의 입장은 옳다고 봅니다. 여기서 침체될 수는 없잖아요. 북한 역시 비밀리에라도 혹은 개인 밀거래 상으로라도 이런 것이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사교육이라고 하죠. 북한 주민도 다 같은 사람입니다. 엘리트라는 개념은 몰라도 자식의 앞날을 위해서, 자식에게 많은 지식을 심어주고 발판을 닦아주어야 한다는 것에 어느 부모든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 그 방법적인 부분에서 부모가 짊어지어야 하는 부담이 너무도 큰 거죠. 그러니 이부자리 보고 발을 펴랬다고, 생각은 다 같지만 행하는 사람은 부분적이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승재: 북한의 사교육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언급해 주셨는데요. 맞아요. ‘북한 엄마들의 치맛바람도 보통이 아니다’ 이런 얘기 많이 들었거든요.

신용건: 네. 북한도 이제 저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자식 하나를 키우기 위한 노력에 많은 품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왜? 공교육의 질이 그전에 비해 비할 수 없이 떨어졌거든요. 그러니 이젠 그걸 보충해주기 위한 사교육이 들어가지 않으면 학교에 가서 애들이 배울게 없어요. 현재는 부모들이 얼만큼 깼는가, 머리가 깼는가에 따라서 자식들의 수준이 결정됩니다. 자식을 다루는 걸 보면 압니다. 어디 보내고 어떤 공부를 시키고 어떤 선생을 데려다가 따로 공부를 시키고 어떤 시스템을 거치는지, 노력과 투자를 하는 걸 보면 알아요. 그러니 사교육 바람이 그 전에 비할 수 없이 세게 불고 있습니다.

이승재: 네. 더 많은 얘기를 나눠보고 싶은데 벌써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맞아요. 부모의 심정은 우주의 달이라도 떼어 자식 가방에 넣어주고 싶은 마음이겠죠. 다음 주에는 엘리트를 만들기 위한 북한 부모들의 노력, 점점 더 뜨거워지는 북한의 사교육 현장에 대해 들어보려고 합니다. 다음시간에도 여러분 꼭 함께 해주세요.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