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 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신용건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신용건 선생님 안녕하세요.
신용건: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내 자식 엘리트 만들기. 지난주에 이어 <남북 엘리트의 역설> 남북한의 교육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요즘 자식 교육을 위한 북한 엄마들의 치맛바람도 보통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사실인가요?
신용건: 옳습니다. 북한에도 TV특집프로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수대채널에서 더러 나오고 또 알판(CD)으로도 특집 프로들을 묶어서 판매도 하는데요. 그 중 하나 <상해 어머니들의 교육 바람>이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그 프로는 ‘사자는 한 마리를 낳아도 사자를 낳는다. 쥐는 열 마리를 낳아도 쥐다’, 말하자면 ‘하나를 낳아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그 하나를 낳아 엘리트적으로 키우겠다’ 이런 상해 부모들의 교육 열풍이 소개된 특집인데 북한에서 대단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이승재: 그런 게 있었군요. 요즘 한국도 교육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저도 자주 보는데요. ‘공부가 뭐니’라는 프로그램은, 중고등학생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그 친구가 어떻게 공부하는지, 무슨 책을 가지고 공부하는지 며칠 쭉 녹화를 합니다. 이 영상과 함께 그 친구의 성적표도 함께 보면서 전문가들이 조언을 해주는 거죠.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라, 혹은 무엇을 좀 더 집중해라” 이렇게요. 부모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많이 배우는데요. 아마 말씀하신 <상해 어머니들의 교육 바람>을 보고 북한 부모들도 많이 따라할 것 같네요.
신용건: 네. 그렇습니다. 제가 왜 중국 상해 이야기를 하는가. 어쩌다 접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가지고 북한 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대해 다 이해를 못합니다. 물고기 가운데 토막을 놓고 잉어인지, 붕어인지 가리는게 힘들잖아요. 한국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은 물고기 가운데 토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중국은 그런대로 중국문화가 많이 흘러 들어왔어요. 북한이 국가적 차원에서 주민들에게 세계 상황을 설명할 때에 가장 편한 것이 중국입니다. 세계의 발전 면모에 대해 중국 일부 지역에 대해 가공을 해서 발표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북한에선 중국 프로에 대한 선호가 대단히 높고요. 비록 가공된 자료라고 하더라도 북한 부모들이 깜짝 놀라는 겁니다.
이승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급격한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아이를 하나만 낳는 산아 제한 정책을 시행했죠. 그래서 하나뿐인 아이를 소황제처럼 키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교육열도 그래서 높았겠네요.
신용건: 네. 중국은 하나를 낳아서 체계적으로 교육하거든요. 하루 일과 중에도 아침엔 학교 가고 점심 먹고 몇 시에 피아노 배우고 몇 시에 체조를 한다… 이런 식의 교육을 어머니가 모두 따라다니며 하는 것을 볼 때, 정말 북한 부모들은 깜짝 놀랐어요. 북한 부모들이야 그 시간에 벌어먹지 않고 아이나 따라다닐 새가 있습니까? 지금 애 하나 학교 보내기도 쉽지 않은 판인데요.
이승재: 중국 엄마들의 치맛바람도 대단하네요. 자녀가 공부를 잘해서 성공하고, 엘리트가 되길 바라는 마음은 남한이나 북한, 중국 모두 비슷한 거 같아요.
신용건: 네. 맞아요. 이제 돈주라고 하는 북한의 새로운 엘리트 계층 그 부모들의 시선은 다르거든요. 보통 자식 하나를 낳고… 아, 북한도 이제 저출산률이 성장하거든요.
이승재: 아, 방금 말씀하셨는데 저도 사실 궁금했어요. 북한도 저출산율이 높다면서요?
신용건: 나와보니 북한 인구를 2,500만이라 하더군요. 북한 주민은 저들이 3,000~3,500만인 줄 알아요. 사회가 후진적이기 때문에 인구가 축소되는 겁니다. 같은 70년 분단사에 한국 인구가 5천만을 뛰어넘을 때 북한은 아직 3천만도 못 되었어요. 저출산율은 곧 사회의 후진적인 면, 낳아서 먹여 살리고 키우기 힘든, 부정적 사회 효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 부모들이 자식 하나만 낳아서, 하나를 키우기 위한 노력에 많은 품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공교육의 질이 그 전에 비해 비할 수 없이 떨어졌습니다. 이게 곧 사교육이 공교육의 허점들을 메꾸는 과정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승재: 사교육 하면 한국도 만만치 않거든요. 개인 과외도 많지만 입시에 특화된 학원들이 특히많습니다. 유명한 학원은 들어가기도 어려울 정도인데요. 북한에선 어떤 식으로 사교육을 받을 수 있죠?
신용건: 북한에 이제 많은 인텔리 계층이 있거든요. 교육자 대열 계층입니다. 북한 교육자들은 직업적인 혁명가라고 김일성이 말했어요. 직업적인 혁명가면 뭐합니까? 집에서 노는 사람들이 많아요. 벌어야 하는데 배운 것이란 가르치는 것밖에 없어요. 그러니 학교를 그만두죠. 사실 학급 30명을 교육해줘야 손에 받는 것은 없습니다. 그만두고 한 학생을 사교육해 주는 게 돈은 더 많이 벌어요. 그래서 학교를 나와서 사교육을 위한 그런 사업을 시작하는 겁니다.
이승재: 한국에서도 1970~1980년대엔 학교 선생님들이 불법적으로 과외를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사교육을 한다는 게 사회 문제가 되면서 결국 사라지게 됐죠. 이후 사교육이 합법화되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가로 발길을 돌린 선생님들도 많은데요. 북한과 마찬가지로 아무래도 돈벌이는 몇 배 더 됐기 때문이죠. 지금 한국은 사교육 시장이 포화상태라고 말할 정도로 커졌는데요. 북한도 교원들을 시작으로 이제 사교육 사업이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교육 사업.
신용건: 개인 사업입니다. 사업자를 걸지 않는 비법적인 사업이죠. 자식을 엘리트로 키우고픈 마음과 키워주겠다는 욕구가 교원들의 이해관계와 같이 결합하다 보니 자연히 사교육 바람이 불게 된 겁니다. 무용, 악기, 수학, 영어… 부모가 요구한다면 과목에 관계없이 그 어떤 교육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비법적인 밀사교육이 북한에 흥성하고 있어요.
이승재: 남한의 사교육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잘 따라가거나 또는 더 앞서가기 위한 사교육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중요 과목으로 꼽히는 국어, 영어, 수학 등이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더 배우는 거예요. 그런데 북한은 전혀 다르지 않나요?
신용건: 대다수가 학교 교육과는 별개의 사교육이라고 봐야 합니다. 학교 교육을 채우고 보충하는 교육이 아닙니다. 학교 교육으로는 배울 것이 없기 때문에 아이의 전도를 관망한 부모들이 거기 맞는 교육을 선택한 겁니다. ‘영어를 배워라’, ‘중어를 배워라’, ‘수학을 배워라’ 이렇게 정론화적으로 그 분야를 개발시켜주는 목적으로 하다 보니, 북한의 사교육은 좀 전문성을 띄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승재: 북한에서 사교육이 성행하게 된 배경이 공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말씀인데요. 북한과 남한의 교육을 모두 경험하신 분으로서 북한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시나요?
신용건: 네. 북한의 부모들이 현재 자식이 귀한 줄만 알지 한국같은 정규적인 교육 시스템에서 함께 사고를 해보지 못했거든요. 지금 한국처럼 완전한 시스템을 옮기진 않더라도, 교육의 질과 “뭐를 내라는” 소리가 없는 정도의 책임만 갖춰도 북한 부모들의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의, 책임적인 교육시스템 이게 중요하다고 보고, 그것이 전반적으로 확산되는데 따라서 발전된 이미지의 한국의 교육 경험에 준해 한 발 한 발 더 발전시키는 것이 이롭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이승재: 네. <남북 엘리트의 역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함께해 주신 신용건 선생님 감사합니다.
신용건: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