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 엘리트, 남녀평등부터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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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북 엘리트의 역설>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소수의 특수계층, 하지만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 바로 엘리트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북 엘리트의 역설>은 탈북민 신용건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신용건 선생님 안녕하세요.

신용건: 네. 안녕하십니까.

이승재: 오늘도 여성 엘리트 이야기를 해봅니다. 한국도 여성의 사회참여율이 높은 국가인데요. 아이가 있는 여성들의 60% 정도가 사회에서 일을 하죠. 제가 볼 때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 아닌 다음에는 거의 대부분 영역에서 여성이 일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여성도 정말 일 많이 하죠?

신용건: 여성들이 북한에서 제일 많이 종사하는 분야가 교육 분야입니다. 90% 이상 여성이 차지하고요. 보건 분야에서도 50~60%가 여성입니다. 큰 외과 부분이 아닌 기타 부분에서는 여성 의사들이 많고요. 문화예술, 교육, 보건 분야에서 주로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사회, 정치 분야에는 여성들의 프로(%) 수가 대단히 제약받고 있습니다.

이승재: 사회 정치 분야라면,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직업을 갖지는 못하고, 그 지위가 올라가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말씀이죠? 예를 든다면요?

신용건: 북한에서는 법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분야는 제약되어 있어요. 공민등록과에서 일하거나 주로 서기업무를 수행하고요. 또 평양에 흔히 볼 수 있는 교통안전원도 여성 아닙니까? 기본 범죄를 다루는 분야가 아닌 보조분야에 여성 인력이 인사상 원칙에 따라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승재: 한계가 있다는 게 아쉽네요. 선생님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선 리더십이란 말이 중요하거든요. 크던 작던 조직을 이끄는 사람에게 필요한 덕목인데요. 리더십은 어떤 목표를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좋은 성과를 만들어가도록 이끌어가는 힘을 말합니다. 북한에선 그런 리더십이 있는 여성 엘리트는 없었을까요? 좀 유명한 사람?

신용건: '리더십' 하면 한국에 와서 처음 듣는 소리인데요. 북한식으로 말하면 영도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중을 이끄는 능력과 자질, 말하자면 조직이나 집단을 목표에까지 이끄는 능력과 자질인데요. 북한에선 그런 리더십이 있는 여성들은 공개적으로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승재: 왜 그렇죠?

신용건: 이 말의 용도 자체가 영수를 위하여 만들어진, 조선말대사전에 올라있는 말입니다. 한국에선 초등학교 아이들이 반장을 한다던가 할 때, 이런 동무관계에서도 '리더십'이란 말을 자주 쓰지 않습니까? 북한에선 일상적 생활에서 영도능력, 지도능력 이런 표현을 쓰지는 않습니다. 오직 영수에게만 써요. 그러다 보니 여성들이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다 해도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없습니다. 리더십을 가지고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영수의 위상을 깎는 것이 됩니다. 모든 성과는 다 영수와 연관되어야 하거든요. 영수의 지도와 탁월한 사상을 떠나서는 그 어떤 것도 혁명수행에서 성과로 이룩될 수 없다는 것이 그들 논리입니다. 사회생활에서 리더십이란 것은 존재하지 조차 않습니다.

이승재: 리더가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을 말하는데 결국 북한에는 리더가 단 한 사람뿐이기 때문이라는 말이네요. 그럼 한국의 얘기를 해보죠. 여기서 일하는 여성들을 많이 보시잖아요. 너무 놀랐다고 지난주에 말씀하셨는데 리더십이 있는 여성 엘리트다 하면 누가 생각나세요?

신용건: 표상적으로는 북에 있을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우상했습니다. 우상이라기 보다, 여성으로서 대통령을 한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북한 주민들 인식으로는 놀라운 일이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한국에서 '여성'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떠오르고요. 한국에 와서 여러 여성 정치인들이 사회나 정치계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승재: 아무래도 선생님은 북한에서 오셨으니까 여성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이 큰 충격이셨던 것 같은데요. 저는 그것이 익숙하니까, 정치보다도 오히려 다른 영역의 엘리트들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습니다. 너무 많아서 누굴 말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요즘엔 TV에 많이 나오시는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가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사회적으로 중대한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면서 수사에 도움도 주고요.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 체계를 바꾸는데 의견을 내놓는다던지 하는 일을 하시거든요. 이 분 보면서 범죄수사나 연구가 여성들에게 참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여성들이 섬세하잖아요. 남자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심리상태를 잘 찾아내더라고요.

신용건: 저는 아직 한국에 와서 얼마 살지 못하다보니 관심 가는 분들은 많지만 아직 남한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힘들어요. 차라리 같은 탈북민들, 그들의 삶에 대해서 관심을 더 갖게 됩니다. 탈북한 여성들은요. 북한식으로 말하면 똑똑하고 또릿또릿한 여성들을 골라서 한국에 데려온 것 같아요. 성공한 여성들이 정말 많아요. 석, 박사가 너무 많습니다. 탈북민 여성들 중에 어지간 하면 석사, 박사입니다. 또 교수까지 하면서 자기 경륜과 명예를 함께 쌓고 있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다음으로 사회활동에도 많이 참여합니다. 자유롭게 단체를 묶고, 통일에 대비한 단체를 조직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여성들이 놀라운 능력과 책임을 발휘하고 있는 겁니다.

이승재: 네. 맞아요. 이 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엘리트 여성들을 일일이 다 말하자면 몇 년이 걸려도 모자를 것 같네요. 사실 지금 북한의 여성들, 그 능력과 일하는 만큼에 비해 사회에 끼치는 힘은 저조한 편인데요. 앞으로 북한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세요?

신용건: 흔히 인권을 논할 때 인종차별을 많이 말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여성들 문제에서 본질은 인성차별(성차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인종은 수없이 많다지만 성은 남성과 여성 딱 두 가지 밖에 없잖아요. 두 성을 놓고 차별한다면 그거야말로 인권유린이 아닙니까. 이것이 북한 정치가 인지하고 북한 사회에 구현해야 할 첫 번째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1945년 광복 이후 북한에서는 반제반봉건 민주주의혁명이라면서 남녀평등권 문제가 제일 먼저 논의됐어요. 남녀평등권 법도 발표되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법은 발표되었지만 사회현실에선 아직 해방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여성들의 활동범위가 많이 제약받고 있습니다. 범죄수사분야를 비롯한 법 분야에도 섬세하고 세밀한 여성들의 감성이나 심리가 숨겨져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옳다고 봅니다. 그들은 능력이 있다, 없다라고 하기 전에 사회적으로 그런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겁니다. 이것이 북한 사회에서 바꿔야 할 여성에 대한 인식이 아닐까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승재: 모든 사회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이겠죠. 여자도 남자도 동등하게 권리를 부여받는 세상, 능력있는 여성 엘리트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 사회가 세계에 끼칠 영향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지금까지 <남북 엘리트의 역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