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남한의 광어와 양식기술을 북한에 전수하는 사업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광어송’) 고단백에 저칼로리 맛이 정말 좋은 광어. 광어회를 먹어요 초장 찍어 먹어요. 납작하게 생긴 광어는 정말 귀한 생선이지요. 온 가족이 모두 함께 광어 먹고 힘내요… (중략)
한국의 ‘동요천사들’이 부른 최신 가요 ‘광어송’의 일부, 들으셨는데요, 노랫말처럼 광어는 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로 부드럽고 소화가 잘 돼 건강한 사람부터 노약자까지
한국인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맛있는 흰 살 생선이죠. 주로 회나 튀김으로 만들어 먹고 비린내가 없어 국이나 장국, 매운탕으로도 환영 받기도 합니다.
이런 광어와 그 양식기술을 북한주민들에게 전수하는 사업이 ‘제주도해수어류양식수산업협동조합’에 의해 추진되고 있어 주목 받고 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남북 관계의 진전으로 교류가 확대될 분위기에서 내놓은 제안이라며 이런 움직임을 크게 환영했습니다.
(백명수) 구체적으로 길이 10cm 안팎의 치어 20만 마리, 알 낳는 어미 1톤, 중간 육성종 3톤, 시식용 1톤 등을 북한에 보낸다는 것입니다. 광어에 공급할 배합사료 20톤과 소독제, 영양제도 함께 지원할 방침입니다. 광어 양식기술자 2명이 북한에 체류하며 기술을 가르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운송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는데, 5톤짜리 활어수송차량 12대에 나누어 전라남도 목포까지 해상으로 운송한 뒤 육로로 북한에 운반할 계획입니다. 자체 예산과 관계기관 지원 등 약 3억 3천5백만원 정도의 예산이 들 것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계청의 2017년 어류양식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종별 생산비중은 넙치류, 즉 광어가 4만 1207톤으로 가장 많이 차지했습니다. 전체 어류양식 생산량의 48%를 차지한 셈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한국의 광어양식은 전 세계 광어 생산량의 90% 이상을 생산해 명실상부한 광어 종주국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는 세계 광어양식의 1번지입니다. 연안을 따라 설치된 300여개의 양식장에서 연간 25,000여톤의 광어가 생산됩니다. 한국 전체 광어 생산량 4만톤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연중 4천톤-5천톤 가량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근래 광어양식은 점차 정보통신기술과 접목한 스마트양식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고품질 수산양식 자료체제를 도입해서 관리하는 양식장인데요, 기존 물고기 수를 비롯해, 얼마나 자라는지, 출하된 물고기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컴퓨터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남한의 광어 양식 기술을 전수하는 데 결정적인 문제는 북한의 전력난입니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 발전설비용량은 766만1000㎾로, 남한의 7.2% 수준입니다. 총 발전량을 봐도 289억㎾h로, 남한의 4.4%에 불과합니다. 단적으로 북한 인구의 26%만 가정에서 전기를 쓰는 형편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현재 북한에서 남한과 같은 방식의 양식업 도입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광어 양식은 바닷물을 끌어올려 수조에 계속 순환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많은 전력이 소요됩니다. 북한의 전력사정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바다의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축조식 양어장을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있는 바닷물을 내륙에 가둬 어린 광어를 키운 뒤 해상 가두리 양어장으로 옮겨 출하할 때까지 기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북한 양식업 현황에 대한 파악과 더불어 적용 가능성을 우선 검토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처럼 일종의 대안으로 축조식 양어장을 활용한다 해도 남한의 양식기술 전수가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가장 먼저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제가 해제돼야 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는 그 동안 북한의 손과 발을 꽁꽁 묶어왔습니다.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과 교류협력을 확대하려면 기존의 제제가 풀려야 가능한 상황입니다. 또한 대북제재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현재 광어 양식 기술 전수는 남한 양식업계의 계획일 뿐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측의 검토나 수락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국내 상황에서도 남북사업협력에 대해서 북한 측 승인을 얻으려면 통일부의 북한주민접촉 신청을 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 만약 제주어류양식수협이 직접 지원 시, 통일부의 대북지원단체 지정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광익 제주도해수어류양식수산업협동조합 상임이사는 한국의 일간지 동아일보에 “대북지원단체가 지정되기 전이라도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를 거쳐 지원사업을 신청한 뒤 허가가 나면 11월이라도 시행할 수 있다”며 “만약 이뤄진다면 수산분야 남북교류에서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마침, 지난 12일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새로 건설된 평양대동강수산물 식당을 둘러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는데요, 김 위원장은 철갑상어·칠색송어 등과 가공품 매대, 대중식사실을 돌아보고 "옥류관과 같이 평양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인민봉사기지가 태어났다"고 만족을 표시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인민들이 사철 펄펄 뛰는 물고기로 만든 맛있고 영양가 높은 수산물료리와 가공품을 봉사 받게 되면 좋아할 것"이라며 "근로자들이 가족과 함께 와서 식사도 하고 세계 여러 나라 음식들도 맛보게 하며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손님들에게도 봉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은 앞으로 남북, 그리고 미국과 북한 관계 개선으로 평양을 찾는 남측과 외국인들이 늘어나면 옥류관과 함께 평양의 대표적 명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주 광어가 북한의 바다에서 길러져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에 선보일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백 부소장은 경고합니다. 양식업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먼저 양식장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부화가 매우 큰 문제인데요, 육상 양식장 시설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배출수가 연안 어장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양식장 개발에 따른 해양 환경경관 훼손의 문제입니다. 또 어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항생제 과다사용의 문제도 제기됩니다. 만약 북한에 광어 양식 기술 지원사업이 성사된다면, 우선 무분별한 양식장 건설을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또 양식장 건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흙탕물, 그리고 양식장 운영과정에서 나오는 배출수 등으로 인한 연안 수질의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저감장치 마련은 매우 필수적입니다.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가장 근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남한에서 집중적인 산업화로 인해 발생했던 시행착오가 북한에서 그대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남한에서 겪었던 환경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먼저 설계하고 이후 협력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남북협력사업 기본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일례로, 제주시는 지난 3월 양식장 배출수로 인한 연안오염 방지를 위해 양식장에 대한 집중점검을 실시했습니다. 점검사항은 ▲침전시설과 여과시설 등 수실오염방지시설 적정설치·운영여부 ▲물고기 사체 와 침전물 적정처리 여부 등이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