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최근 열린 남북 산림협력 분과회담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남북한은 최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회담을 통해 남북 간 산림협력을 위한 실천적 대책을 마련하자는 내용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도출했습니다. 회담은 전체회의 2회, 수석대표접촉 1회, 대표접촉 3회로 진행됐으며, 12시간 넘게 이어졌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양묘장 현대화, 임농복합경영, 산불방지 공동대응, 사방사업 등 산림조성과 보호를 위한 협력문제들을 상호협의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산림병해충 방제에 남북이 서로 협력하기로 하고, 당면한 남북 접경지역과 해당지역에 대한 병해충 공동방제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7월 중순 병해충 방제지역의 현장을 방문하고, 남측은 병해충 방제에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그밖에 남북은 산림조성과 보호부분에서 과학기술의 성과들을 교류하고 산림과학기술 분야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측은 우선 산림병해충 방제에 협력하기로 했는데요, 이는 북한이 방제를 위한 약제와 기술 부족 등으로 산림 병충해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백 부소장은 지적했습니다.
(백명수) 국립산림과학원의 분석 자료가 인용한 2007년 북한 자료를 보면, 병해충 피해면적이 25만 헥타르에 달할 정도로 산림 피해가 심각합니다. 1999년부터 2013년까지 송충이, 솔잎혹파리, 잣나무 잎벌레 등의 병충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그 피해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병충해 양상을 보면, 송충이는 주로 서해안의 낮은 지대에 집중 분포했지만 최근 내륙 지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솔잎혹파리는 1950년대부터 발생해온 해충인데, 2010년 이후부터는 중부 이북 지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고 그 피해면적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소나무재선충병과 참나무시듦병 등 새로운 외래병해충의 피해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5년 금강산에 병해충이 발생해 큰 피해를 입었고, 소나무재선충은 2006년부터 강원도 통천 지역과 평양시 일부 지역에 피해가 확인됐습니다. 최근에는 평양북도 창성, 삭주 지구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방제기술 수준은 현재 자체적으로는 병충해 방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앞서, 남한 산림과학원과 수목보호협회 소속 산림 전문가들은 지난 2015년 북한의 요청으로 금강산 소나무 병해충 실태를 공동 조사하기 위해 방북했는데요, 2박 3일 동안 금강산 내금강 지역과 외금강, 고성읍 지역을 조사하고 돌아온 전문가들은 소나무 피해는 있었지만, 재선충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단지 병해충 때문만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백 부소장은 가장 큰 원인으로 연료 조달과 외화 획득을 위한 과도한 벌목을 꼽았습니다.
(백명수) 1950년대 말 북한에서 전후 복구와 중공업 우선 경제발전 정책을 실시하면서 원목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산림정책은 목재를 최대한 생산, 공급하고 산림의 부존자원을 개발, 이용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산림의 조성과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방에 이양하고, 중앙 차원의 지원을 축소하면서 부족한 농경지를 보충하기 위해 산에 다락밭 조성을 장려하면서 산림파괴가 시작됐습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북한의 산림은 더 빠르게 황폐화됐습니다. 경제난 악화로 식량배급이 중단되면서, 북한 주민들은 식량확보를 위해 산에 무차별적으로 다락밭, 뙈기밭, 화전 등을 조성했습니다. 또한 에너지 부족으로 취사, 난방 등을 해결하기 위해 땔감채취도 성행하면서 산림이 더 피폐해졌습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북한의 임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 541만ha에 달했지만, 2013년 528만ha, 2014년 515만ha, 2015년 503만ha 등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해마다 평양시 면적과 비슷한 12만7천ha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는 셈입니다.
남북한은 일단 조림사업의 준비단계로 묘목 기르기, 즉 양묘 작업에 착수하게 되는데요, 이를 위해 남북이 협의해 북한 땅에 심을 품종을 고르고 우수한 종자를 마련해야 합니다. 묘목 심기는 북한 전역에서 동시다발로 개시하지 않고 일단은 시범지역에 국한해 추진합니다. 양묘 시범지역으로는 남북 간 물자이동이 편리한 개성, 금강산, 평양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백 부소장은 양묘 작업을 위한 대북 지원용 시설이 있거나 조성 중에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백명수) 2015년부터 조성된 대북지원 양묘 시설이 연천군에 두 곳이 있습니다. 씨앗을 발아하는 생산장과 묘목을 기르는 양묘장으로 약 3천평 정도의 규모입니다. 양묘장에는 현재 소나무 2만그루, 자작나무 2천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연천군은 그 동안 독일의 대북지원단체인 한스자이델재단과 협약을 통해 북한의 산림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교류 방안을 모색해왔습니다. 아울러 산림청도 현재 강원도 고성군에 대북지원을 위한 양묘장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남북 산림협력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대북 지원용 양묘장 조성사업을 진행해왔고,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400 헥타르로 종자재배시설과 저온저장고, 비닐온실 등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온실에서 낙엽송, 감나무, 니기다소나무 등의 묘목을 키우고 있는데요, 내년 가을에 1미터 정도 자란 묘목은 북측에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은 또 2010년 대북지원용 종자저장시설 설계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대북지원용 종자를 연간 5천톤 가량 채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측 수석대표로 남북 산림협력 분과회담을 이끈 류광수 산림청 차장은 지난 10일 "북한의 양묘장은 대규모로 조성돼 있으나 양묘시설이나 묘묙의 생존율이 떨어지는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남측이 숲 가꾸기나 시설기술 또는 종자의 건강성 부분에서 앞서 있어 협력의 여지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의 산림 협력만으로 북한의 망가진 산림을 제대로 복원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고 백 부소장은 우려합니다. 때문에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사무국을 포함한 국제 기구들도 공감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유엔 사막화방지협약’은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도모하는 국제 협약입니다. 한국은 1999년 정식으로 가입했으며, 북한은 2003년에 가입했습니다.
(백명수) 국제사회와 북한의 산림분야 협력을 위해서는 국제기구, 단체, 관심 있는 국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원대상을 북한 산림에 국한해서는 국제사회의 호응을 유도하기 어려울 수 있어서 몽골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의 사막화 진행 지역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 7월초에 산림청이 유엔 사막화방지협약과 공동으로 개최한 ‘국제토지 황폐화 중립 포럼’도 북한 산림황폐화를 사막화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토지 황폐화 중립은 사막화, 산림 황폐, 토지 황폐화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이행 노력해야 할 국제적 목표입니다. 산림청은 이 포럼에서 앞으로 한반도 산림 복원을 통한 평화 증진 기여를 위해 외교부,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사무국 등과 협력방안 모델을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