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꿀벌 살충제 위해성 평가, 친환경 농약 개발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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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한반도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사라져가는 꿀벌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꿀벌들 나는 소리)

꿀벌의 활동이 가장 왕성해지는 가을이 왔는데요, 이 꿀벌 개체수가 무섭게 감소하고 있어 세계 각국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당장, 유럽연합은 지난 4월 꿀벌 집단의 붕괴를 부른 것으로 의심되는 살충제 ‘네오니코티노이드’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네오니코티노이드를 대신한 살충제 ‘설폭사플로르’ 역시 꿀벌에게 피해를 준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대체 살충제는 현재 중국·캐나다·호주 등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영국 로열홀러웨이런던대 연구진은 학교 캠퍼스 경계를 따라 일정 간격으로 벌통 52개를 설치했습니다. 이 중 절반에 주기적으로 설폭사플로르를 살포한 후 약 5개월 뒤 관찰한 결과, 살충제가 뿌려진 벌통에서 꿀벌과 애벌레 수가 살충제를 뿌리지 않은 벌통과 비교해 절반 정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살충제에 장기 노출된 꿀벌은 신경계 마비로 날개 진동횟수가 20% 감소하고, 따라서 꿀벌의 꽃가루 채집량도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은 살충제가 꿀벌 몸 속으로 파고들어 신경계의 신호전달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날개 운동이 느려진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대체 꿀벌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여러 나라에서 살충제 사용을 막거나 꿀벌에 덜 해로운 농약을 개발하며 꿀벌 감소를 막으려 하는 걸까요? 백 부소장은 꿀벌이 ‘인류 존망의 풍향계’임을 강조합니다.

(백명수)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전 세계 식물의 번식에 문제가 생기고 식량부족에 이어 자연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꿀벌의 급감은 식량위기를 일으키는데요, 우리가 이용하는 식량자원의 3분의 1 가량이 곤충에 의해 수정이 이뤄지고, 그 중 80-90%를 꿀벌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사과, 양파, 당근 등이 90% 의존하고, 아몬드는 전적으로 꿀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꿀벌 활동의 저하는 농작물 생산의 감소를 의미합니다. 미국 하버드 연구팀은 꿀벌 등 꽃가루 매개곤충이 사라지면 매년 142만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 약 40만 종의 식물 가운데 75% 가량의 번식에 꿀벌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요, 꿀벌이 수분하지 못하면 식물은 더 이상 번식하지 못하고 이를 주요 먹이로 삼는 초식동물의 멸종과 더불어 생태계 파괴로 이어질 것입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10여년 전부터 꿀벌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군집붕괴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 현상으로 해마다 30~50%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전염병, 농약, 전자파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살충제 성분 농약을 주범으로 꼽는 분위기입니다. 꿀벌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약 15년 뒤에는 꿀벌이 지구상에서 전멸해서 어마어마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문제는 꿀벌 감소 현상이 한국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백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아직 북미지역처럼 개체군 급감현상은 보고되진 않지만, 각종 질병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법정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과 ‘부저병’이 대표적인데요, 낭충봉아부패병은 육각형의 벌방 속에서 자라는 꿀벌 애벌레의 소화기관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벌 방의 뚜껑이 찌그러지고 감염된 애벌레는 부어 오르면서 죽게 되는데요, 2008년 한국에서 처음 발생한 낭충봉아부패병은 토종벌에 치명적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낭충봉아부패병이 퍼지기 전인 2010년 전국 토종벌 벌통 수는 42만개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2016년 벌통 수는 1만개로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꿀벌의 유충을 썩게 만드는 세균성 질병인 부저병의 피해도 매년 커지고 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한국에서도 꿀벌 개체군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일부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한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한 전국 꿀벌 농가는 2010년 1만 4천 가구에서 2015년 7천 2백 가구 정도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꿀벌사육 머릿수도 2010년 7만 여 통에서 2015년 2만 8천 통 정도로 급감했습니다.

북한에서도 꿀벌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요? 백 부소장은 지나친 농약의 사용으로 토질이 악화해 농사짓기가 어려운 북한에서 꿀벌 역시 수난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백명수)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북한은 1970년대 농산물 수확량이 남한보다 많았다가 80년대 이후 급감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는 지나친 농약 사용으로 토질이 악화되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는데요, 토질의 악화로 새로운 경작지를 찾게 되고 산의 나무를 벌목해 농지를 만들면서 민둥산이 되고 홍수가 나는 악순환 속에 식량자급률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1990년대 이후부터는 산림황폐화가 심각해서 아카시나무나 피나무 등이 사라져 꿀벌들이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는 주요 식물들도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악조건 상황에서 농산물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농약사용이 빈번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수급도 원활치 않아 가짜 농약이나 비료사용이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확히 발표된 자료가 없어 확증하기는 어렵지만, 산림황폐화나 빈번한 농약 사용 등으로 꿀벌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길림성 지방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말 자유아시아방송에 “꽃이 없는데, 무슨 수로 진짜 꿀을 생산하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또 자강도 출신 50대 탈북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양봉업을 전문으로 하던 농장에서도 양봉 작업반이 해체되었고, 농가마다 벌통 한 두 개씩 두고 벌을 치던 농민들도 손을 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일가의 건강을 담당한 8호 농장과 9호 농장에서는 양봉작업반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노동당 외화벌이 기관인 ‘향산지도국’ 산하 ‘정봉회사’는 양봉업자들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꿀을 생산한 뒤 중앙 고위간부들에게 공급하고, 일부는 외화상점에서 팔고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입니다.

이처럼 남북한이 당면한 꿀벌 감소 상황에서 논란이 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와 대체 살충제에 대해 남북한 농업과 양봉환경에 비추어 체계적인 위해성 평가가 이뤄지고 친환경 농약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백 부소장은 말했습니다.

(백명수) 한반도에서는 아직 북미, 유럽 등지에서와 같이 꿀벌 군집 붕괴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우선 남북한의 공동 실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농약 사용 실태,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 현황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해당 살충제 사용을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체 살충제 또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요, 꿀벌 생태계에 대해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조사하고 또한 남북이 공동으로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농법을 발굴하고 교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친환경 농법에 대한 남북한의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부족하거나 필요한 부분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공동으로 모색하고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