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유네스코 연구팀의 바다 산소 실태 분석을 들여다봅니다.
(프랜시스 찬) 산소가 많으면 바닷게들은 행복합니다. 하지만 산소가 줄어들면 바닷게들은 기력이 쇠해지면서 그다지 많이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죽습니다. 해저에서 질식사하는 셈이죠.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교의 해양생태학자인 프랜시스 찬 박사가 지난해 말 미국의 KGW지역방송에 미국 북서부 해안에서 ‘죽음의 바다’가 발견되자 구체적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부분, 들으셨는데요, ‘죽음의 바다’는 바다나 큰 호수에서 수중 산소 농도가 낮아 생물이 질식하거나 죽는 지역을 말합니다. 흔히 영어로 ‘dead zone’이라고 불립니다.
이런 ‘죽음의 바다’가 1950년 이래 4배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공개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의 기획으로 미국 스미소니언 환경연구센터 연구팀이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발표한 내용인데요,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지구상 대양에서 ‘dead zone’의 면적이 1950년 이후 급증해 현재 유럽연합 전체면적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산소 부족 상태인 강어귀를 포함한 연안수역바다가 10배 이상 증가됐습니다. 국지적 바다의 저 산소에 대한 실태분석이 오랜 연구 기간, 많은 연구자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유네스코정부간해양학위원회의 실무그룹에서 전 세계 바다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1950년까지 50개 미만으로 보고됐던 연안바다의 데드존은 최근까지 500개로 늘어났습니다. 많은 지역에서 아직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데드존 수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세계 전체 바다의 산소량도 같은 기간 약 2%, 770억톤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백 부소장은 이런 대규모 산소 고갈의 주요 이유로 기후변화와 해양오염을 꼽았습니다.
(백명수) 온난화로 기온과 바닷물의 수온이 올라갈수록 수중의 산소 용해도가 감소되고 바닷속 미생물의 호흡으로 산소 소비율이 증가합니다. 여기에 대기 중에서 바다 수중으로 산소의 재 공급 비율도 줄어들어 바닷물 속 산소가 점점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육지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강어귀를 포함한 연안 해역에서 산소가 감소되고 있습니다. 이는 1950년대 이후 세계인구가 3배 정도 증가함에 따라, 같은 기간 이를 충족하기 위한 농업생산에 비료 사용량이 10배가 증가하면서 강어귀에서 연안으로 질소 부화량이 1970년부터 2000년까지 30년간 43% 증가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처럼 농업활동, 하수처리,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배출되는 질소, 인 등의 영양물질이 증가하면 바다 표층수에서 1, 2차 생산량이 증가하고, 바다 층에 무기물질이 더 많이 보내지고 여기서 호기성 호흡에 의한 미생물 분해로 산소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됩니다. 이처럼 일단 산소농도가 낮아지면 여러 요인으로 원래 상태로 복귀가 어려워지면서 산소고갈 상태가 지속됩니다.
연구팀은 수중 산소가 고갈되면 바다 생물의 성장을 늦추고 번식을 방해하며, 질병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또 이 같은 추세는 장기적으로 대규모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바다에 생계를 의존하는 수억 명에게 대단히 심각한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습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백 부소장은 동해안의 수산물 어획량이 최근 들어 줄어 북한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습니다.
(백명수) 정확히 알려진 자료는 없지만, 북한 역시 수온상승으로 어획활동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고, 그 결과 어민들이 죽음의 바다로 내몰리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한반도 동해의 수온 상승은 지구 평균보다 높습니다. 전 세계 해양수온이 연평균 0.04도씩 상승하는 데 비해, 동해의 온도는 0.06도씩 상승해, 약 1.5배 정도 빠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의 북서해역의 수온 상승률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북한 내부의 식량사정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어민들이 혹독한 어로활동에 내몰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로전투’라는 이름으로 수산물 증산정책이 추진되면서 낡은 배와 열악한 장비로 무리하게 출어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겠지만, 수온상승 영향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연안의 어로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어민들이 근해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동해에서 발견된 북한의 목선과 그 안에서 발견된 시신처럼 해마다 일본 등지에 표류돼 발견되는 북한 목선과 시신의 발견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앞서, 일본 경찰은 지난 10일 이시카와 현 인근 해안에서 북한 선박으로 추정되는 목선과 시신을 발견했는데요, 당시 선박은 뒤집혀 있었으며 내부에는 시신 7구가 있었습니다. 목선 내부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이 들어간 배지와 한글이 적힌 담뱃갑이 발견됐습니다. 최근 일본 해안에선 북한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목조 선박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으며 작년에만 104건이 확인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남한에서는 여름에 바다가 끓어올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수중산소의 농도는 해양생태계에 필수요소인데요, 지난해 여름 한국 동해안 수온이 아열대 수역처럼 30도에 육박했습니다. 특히 연안 수온이 평균보다 2도-7도 가량 높았습니다. 바닷물의 수온이 상승하게 되면 대기중의 산소가 물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산소용해도가 감소됩니다. 수중의 용종산소가 부족해지고 수온상승으로 물고기의 면역력 저하가 더해져서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하게 됩니다. 전체 지구상의 바다에서 산소소실량의 15%, 특히 해양 상층 1km 내 산소고갈량의 50% 이상이 해양온난화로 인한 산소 용해도 감소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상이라면 산소가 고갈된 해저의 물이 표면으로 다시 올라와 공기 중의 산소를 흡수하는 순환을 해야 하는데요, 바다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표면의 더워진 물이 뚜껑 역할을 하면서, 자연적 순환이 막혀지고 있습니다.
이런 죽음의 바다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남북한과 중국이 공유하는 황해를 중심으로 대책마련에 나섰습니다. 북한은 옵저버, 즉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했습니다.
(백명수) 황해광역해양생태계 보전사업이 한중 공동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황해를 위협하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진행되고 있는데요, 2005년-2014년까지 제1기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황해의 오염 정도, 수산자원 현황 등을 조사했는데요, 북한도 옵저버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황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 비정부기구, 타 국제기구의 참여도 이끌어내는 성과도 냈습니다. 2007년부터는 제2기 사업이 진행 중인데요, 생태계 기반관리 향상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재정적 기반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양의 산소고갈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냉수대 연구도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황해 냉수대는 중국 황허강의 영향으로 주로 여름에 황해 저층에서 형성되는 차가운 물인데요, 해양생태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