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실험장 폭파 후 토양, 지하수 방사능 누출 검사해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소식을 전하는 뉴스보도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소식을 전하는 뉴스보도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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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풍계리 핵 실험장 폭파 관련 방사능 유출 여부와 기타 환경적 영향을 들여다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폭발음)

북한 비핵화의 첫걸음이라고 할 풍계리 핵 실험장이 24일 갱도 폭파 방식으로 폐기됐습니다.

북한은 이날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17분께까지 핵 실험장 2·3·4번 갱도와 막사, 단야장, 즉 금속을 불에 달구어 버리는 작업을 하는 자리, 관측소, 생활건물 본부 등을 연쇄 폭파하는 방식으로 핵 실험장 폐기를 진행했습니다.

핵 실험장 갱도 폭파는 오전 11시 2번 갱도를 시작으로 오후 2시14분 4번 갱도, 오후 4시2분 3번 갱도 순으로 이뤄졌습니다. 영국 스카이뉴스의 아시아 특파원 톰 체셔는 "우리는 산으로 올라가 500m 떨어진 거리에서 폭파를 지켜봤다"면서 "그들은 셋, 둘, 하나 카운트다운을 했다. 큰 폭발이 있었고,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지와 열기가 밀려왔고, 대단히 큰 소리가 났다"고 전했습니다. 폭발 당시 나무로 만든 관측소가 산산조각 났다고 체셔는 말했습니다.

문제는 핵 실험장을 폭파하는 과정에서 자칫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터져나올 수 있다는 것인데요,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북한이 일부 국가의 기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핵 시설 폐기를 할 때, 방사선 물질과 유해 파편들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일부에서는 참관이 기자들에게만 한정돼 있고, 전문가 참관이 배제돼 핵실험 폐기에 대한 실질적 검증이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한 과학자는 풍계리 핵 실험장은 이미 매우 낡고 소용없어진 곳으로 폭발이 이미 연약해진 지반구조의 붕괴를 촉진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핵 실험장 폐기에 따른 영향은 차후에 더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언론노조가 1986년 체르노빌 사고현장과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사고현장을 다녀온 취재진 총 185명의 방사능 피폭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 중 20% 이상인 39명에게서 염색체 변형이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송기자연합회가 2011년에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이응석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두 달 넘는 검사기간이 종료된 후 체르노빌 사고지역 취재진의 피폭 여부까지 취합한 결과, 한국의 KBS 방송 19명, MBC 방송 18명, 연합뉴스 2명에게서 3개 이상 염색체 변형이 일어났다고 밝혔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모든 방사성 물질은 방사선을 방출하고 인체에 영향을 끼칩니다. 종류와 상관없이 인체 내 흡수되거나 방사선을 쬐면 사람의 세포를 사멸시키고 돌연변이 세포를 만들어냅니다. 방사능 물질에 따라 인체 내 축적되는 부위가 다를 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같은데요,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면역체계에 이상을 주며, 장기적으로 기형아 출산까지 유발할 수 있습니다. 중간 정도 수준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면 수시간 내에 구역질,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설사, 두통, 열 등으로 이어집니다. 강력한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면 인체 장기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고 앞서 말한 증상들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암 발생 확률이 상당히 높은데요, 방사성 물질에 피폭이 되면 정상적인 세포가 손상된 조직을 대체하는 인체 내 과정에 혼란이 생겨서 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세포분열이 활발해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증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큰 문제는 풍계리 핵 실험장 인근 주민들의 피폭 가능성입니다. 백 부소장은 핵 실험장을 폐기하는 것과 병행해 주민 피폭 여부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탈북자 관련 단체로부터 풍계리 핵 실험장 인근 주민들이 심각한 건강 이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탈북자 참여 연구단체인 ‘샌드연구소’는 풍계리 인근에 살았던 탈북자의 몸에서 일본 히로시마 핵폭탄 폭발 당시 반경 1.6km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양과 같은 양의 초기 방사선이 검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피해 호소를 바탕으로 통일부가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에 입국한 길주군 출신 탈북자 30명을 대상으로 방사능 피폭 검사를 실시하고 지난해 11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통일부는 당시 유의미한 염색체 이상을 가진 탈북자가 존재하지만, 핵실험 방사능 피폭의 결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들은 핵실험에 따른 피폭 증세를 앓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샌드연구소에 따르면, 50대 모 씨는 “나뿐만 아니라 상당한 길주군 출신 탈북자가 백혈구 수치가 낮고 빈혈, 두통, 구토 증세로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길주군 출신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이 6차례 넘게 핵실험을 하면서도 한 번도 지역 주민에게 이 사실을 알리거나, 대피시킨 적이 없기 때문에 현지에 남은 주민들의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풍계리 핵 실험장 인근의 식수나 지하수 오염 상황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의 말, 들어보시죠.

(백명수)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주변지역의 지하수나 식수가 방사능에 피폭됐을 우려가 탈북자 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핵실험 시 방출되는 방사능 물질이 지하수에 유출되려면 암반에 붙은 핵종들이 녹아 나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핵실험 후 바로 유출되는 것으로는 보여지기 어려운데요, 하지만 여러 차례 이미 핵실험이 진행된 곳이어서 주변 지하수나 식수 등이 피폭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핵 실험장은 핵실험 과정에서 갱도 안쪽 등 주변부가 방사능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폭파 시 지반 자체가 무너지면서 방사능 물질이 묻어있는 토양이 그렇지 않은 토양과 섞일 수 있고요.

따라서, 남북한은 하루속히 방사능이 어디까지 확산해 있는지, 앞으로 토양이나 지하수를 통해 추가 누출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조사와 방사능 관리 방안에 대한 검증과 협력이 시급하다고 백 부소장은 말했습니다.

(백명수) 북한은 핵 실험장 폐기에 중점을 두고 있고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나 누출을 차단하는 조치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풍계리 핵 폐기장 폭파에 따른 방사능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향후 기술적 협력이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핵 시설 해체에 대해 기술적으로 필요한 사항도 있고, 해체 소요 비용도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협력도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는 자연적으로 우라늄이 많이 함유된 화강암 기반의 지형을 가지고 있는데요, 라돈과 같은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남한의 경우 실내 질 관리의 일환으로 라돈조사가 진행 중인, 북한의 상황도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지만 이에 대한 실태조사가 진행되거나 실내 질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남북 협력차원에서 방사능 오염 가능성과 주민 노출에 대한 실태조사가 더불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