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갈수록 심각해지는 남북한 미세먼지 실태를 들여다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기상예보) 대기 정체로 오늘 충북과 경남, 울산과 부산 지역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수도권과 충남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도 높게 치솟을 것으로 보이니까요, 황사용 마스크 챙겨 나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한국의 YTN 방송의 기상예보관이 5월 30일 수요일 날씨를 전하는 부분인데요, 이처럼 최근 들어 한반도 남쪽 전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는 일이 부쩍 잦아지고 있습니다.
경기 지역의 경우, 올해 미세먼지 특보 발령 횟수가 늘고 지속시간도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경기도 내 4개 권역에 올해 4월 초까지 42차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됐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그 주요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했습니다.
(백명수) 경기도 관계자는 갈수록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이유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대기영향으로 풍속이 떨어지면서 한반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에 앞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던 지난 1월 미세먼지 발생원인을 분석한 결과, 중국을 포함한 외부 발생 비중인 ‘국외기여율’이 최고 57%까지 높아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반적으로 3월과 4월까지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북서풍을 타고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유입된다고 보는데요, 특히 지난주 미세먼지 농도가 나빴던 것은 중국 북부 지방에서 들어온 황사 영향권에 들었는데, 이 황사가 대기 중으로 확산되면서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가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단기간에 미세먼지를 줄여 대기 질을 개선하고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차량부제, 사업장 조업 단축 등을 실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회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었는데요, 여야 의원들은 중국발 미세먼지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특히 야당의원들은 정부에 대해 중국에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국내 자체적인 노력이 미세먼지를 저감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한국-중국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국회 미세먼지 특위활동은 29일로 종료했습니다. 앞서, 28일 특위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정보 대책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특위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확대 등 4가지를 정부에 촉구했는데요, 이 가운데 중국과 관련해 국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발굴함과 동시에 대기에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 강화, 또 실효성 있는 실증사업 강화방안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번 전체회의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병욱 의원은 "최근에는 북한발 미세먼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 만큼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당부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백 부소장은 많은 사람이 북한은 산업도 열악하고 자동차도 없어 미세먼지 농도가 낮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백명수) 질이 낮은 연료를 사용하면서 미세먼지 등 심각한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난 4월 초 ‘심각한 대기오염과 그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글에서 대기오염은 인류에게 있어서 사활적인 문제라고 설명하면서, 그 대책으로 식물을 대기환경의 정화자이자 먼지 제거자로 나무심기를 강조했습니다. 한국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도 북한발 미세먼지의 발생 실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한국대기환경 학회지에 발표된 아주대 연구팀의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에 관한 북한 배출량 영향 추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북한에서 수도권으로 넘어오는 북한 미세먼지는 전체 미세먼지 중 14.7%를 차지합니다. 특히, 미세먼지를 만드는 물질 가운데, 나무 등 생물을 수확하면서 발생한 오염물질의 경우 북한의 영향이 높은데 1월 수도권에서 측정된 유기탄소의 42%가 북한발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남한 주민들이 가장 불안을 느끼는 위험 요소로 미세먼지가 1순위로 꼽혔습니다. 지진 같은 자연재해나 북한의 핵 위협보다 더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약 3800명을 대상으로 각종 위험에 대한 불안 수준을 측정한 결과, 가장 높은 항목은 ‘미세먼지 등과 같은 대기오염’으로, 점수는 3.46점이었습니다. 조사는 ‘전혀 불안하지 않다’가 1점, ‘매우 불안하다’가 5점으로 점수를 매겨 진행됐습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건강 위협이 그야말로 새로운 안보영역으로 등장한 셈인데요, 북한발 미세먼지 고민을 줄이기 위해 미세먼지 관련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을까요?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북한에서 오는 미세먼지에 대한 환경부의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난 24일 국회 미세먼지특별위원회에 환경부 장관이 참석했는데요, 환경부 장관은 북한에서 중국을 경유해오는 미세먼지의 이동통로를 파악하기 위해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북한의 미세먼지를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또 산림을 많이 심고 가꾸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북한과 산림 협업사업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환경부는 최근 통일부에 북한 관측자료를 공유하고 나아가 관측망을 새로 설치해 인력을 파견하는 사업안을 제출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개성공단에 연구인력을 파견해 정기적으로 대기질을 측정했지만 개성공단 폐쇄로 중단된 바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발, 북한발 미세먼지의 위험성은 더 높아질 텐데요, 백 부소장은 남북한, 한중간, 나아가 동북아시아 차원의 미세먼지 공동관리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가능한 다양한 환경협력 대화창구를 확보하고 이를 통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중국과는 양자간에 합의된 ‘한중환경협력센터’ 출범을 통한 구체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한중환경협력센터는 지난해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는데요, 설치를 위한 협의가 진척되지 않다가 지난 3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양체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접견 자리에서 미세먼지 심각성과 한국-중국간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고, 양 위원이 한중환경협력센터의 조기출범에 동의한 바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따라 올해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동북아 청정대기 파트너십’은 동북아환경협력계획 산하의 새로운 대기분야 협의체인데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몽골 6개국은 이를 통해 지난 20여년간 20차례 이상의 고위급 회담을 열어왔습니다. 이는 관련국의 정확한 오염물질 발생원 자료를 바탕으로 합의된 모델링을 통해 국가간 공동연구가 이뤄지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적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연례 지역협의체입니다. 올해 출범을 목표로 하는 동북아청정대기파트너십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