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화산 폭발이 있었던 백두산의 남북 공동 연구를 위해 백두산에 과학기지를 건설하자는 목소리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남한 과학기술계가 남북 과학기술 협력의 핵심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백두산 과학기지가 오는 2024년 구축을 목표로 조성이 추진됩니다. 이를 위해 먼저 10년 이상의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 효율적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특히 백두산 화산, 광물, 천연물, 천문 분야 연구를 핵심과제로 선정해,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주목했습니다. ‘인프라’는 생산이나 생활의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구조물로, 도로, 항만, 철도, 발전소, 통신 시설 따위의 산업 기반과 학교, 병원, 상하수 처리 따위의 생활 기반을 말합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백두산은 자철광과 티탄철광 등 광물자원과 650여종의 식물자원이 밀집해있고 공해가 없어서 천연물 연구나 천문 관측 등에 유리합니다. 따라서, 백두산 과학기지는 남북 국제공동 화산연구, 북한 광물자원 탐사와 활용기술 개발, 그리고 천연물에 기반한 산업육성, 첨단 천문연구 등을 위한 인프라 설치가 추진될 예정입니다. 통일과학기술협의회의 최형규 회장은 언론에 백두산은 화산 관련해 이미 남북 공동연구가 제안된 바 있고, 또한 천연물에 기반한 고부가가치 산업육성과 천문 연구를 하기에 최적지라며 과학기지 구축 추진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르면 내년부터 백두산 첨단 과학기지 조성을 위한 설계가 착수되고 남북 공동현안 해결을 위한 과학연구를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2024년까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남북의 연구원을 같은 비율로 모두 100명의 인력을 운용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실, 백두산 남북 공동연구는 시행 목전까지 간 적이 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습니다. 남북의 백두산 공동연구가 지연되는 사이, 북한은 2014년부터 영국, 미국과 공동으로 백두산을 살피고 있고, 남한은 중국에 의존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는 백두산이 중국과 북한의 접경에 놓여 있어 남한 단독의 현장 조사가 어려운 탓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북한은 2014년부터 ‘미국과학진흥협회’의 후원으로 영국, 미국과 공동으로 백두산 지표면에 광대역 지진관측시스템을 설치해 마그마방의 거동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왔는데요, 기상청은 지난 5월 부산대학교에 백두산 화산 심층연구를 위한 ‘화산특화연구센터’를 열었습니다. 한국과 중국간 백두산 공동관측 장기연구에 주관 연구기관으로 부산대를 지정한 것인데요, 기상청은 앞으로 9년간 관련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화산특화연구센터는 백두산의 화산가스의 변화, 지표 변이 발생, 온천수 온도 변화 등 자료분석을 통해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주기적으로 백두산을 방문해 화산가스 등 데이터를 채집, 분석하고, 원격탐사를 이용해 백두산 화산 감시체계를 개선할 예정입니다.
백두산이 이처럼 남북한을 넘어 국제적인 관심사로 자리잡은 이유는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어섭니다. 지난 2002년 6월 말부터 화산 폭발 전조 현상이 나타나면서 위험성이 인지되기 시작했는데요, 당해부터 3년 반 동안 하루에 스무 번씩 화산성 지진이 발생했으며 작은 지진이 8,000회 이상 일어났습니다. 백 부소장은 백두산은 강력한 폭발 전력을 가진 활화산이라면서 그 피해 범위가 북한과 중국에만 국한되지는 않다고 우려합니다.
(백명수) 백두산 폭발로 인한 피해는 과거 분화사례를 통해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00년동안 백두산은 30여차례 분화했었고, 가장 최근의 분화가 발생했던 때는 1903년입니다. 가장 큰 분화는 서기 946년경에 있었는데, 전문가들은 당시의 분화가 지난 2000년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큰 분화라고 언급합니다. 당시의 화산 규모를 현재의 화산분화지수로 추정하면 7등급에 해당하는 강력한 분출이었습니다. 최대 화산분화지수는 8등급입니다. 한국기상청이 2012년 화산분화지수 7등급으로 모의한 백두산 분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주로 북한과 중국 쪽에 한정돼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됩니다. 남한 지역은 미세먼지 농도가 강해지고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미치는 등 간접적인 화산재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백두산이 유례없는 대규모로 분화될 때는 화산성 겨울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분화하면 동아시아 지역의 기온이 2도 가량 하강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심지어, 서기 946년의 대분화로 화산재는 일본까지 날아가 홋카이도 지방에 5cm나 쌓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일찌감치 백두산 폭발로 인한 국가 재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중국 지진국은 지난 1996년부터 백두산 천지 지역에서 체계적인 화산측정과 연구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초에는 백두산 천지의 물속을 중국 과학자들이 탐사해 현지 방송에 공개하기까지 했습니다. 장비의 한계 때문에 천지의 더 깊은 곳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중국 연구진이 백두산 천지 물속의 영상을 처음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중국이 백두산 천지 물 속 수십 미터 깊이까지 들어가 탐사작업을 한 결과인데요, 백두산 천지는 최대 깊이가 380m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화산호수입니다. 천지 물속에서 많은 양의 기포가 올라 온 장면이 잡혔습니다. 이는 마그마 가스의 주 성분인 이산화탄소가 세어 나온 것입니다. 백두산이 지하에 활동하는 마그마를 가진 활화산이라는 증거입니다. 연구진은 수심이 깊은 곳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오지 못하고 높은 압력과 물과 기체혼합물이 형성돼 폭발이 우려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백두산 화산에 대한 연구가 잘 이루어져 폭발 시기나 분화 유형에 대해 예측을 잘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는데요, 현재 북한은 백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도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연구 시설이나 기자재 등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백 부소장은 북한이 남한과 공동으로 연구를 활성화하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국과 중국, 북한의 공동연구가 속히 이뤄지기를 희망했습니다.
(백명수) 북한과 공동연구는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이 제안해 온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을 코 앞에 두고, 모두 공동연구가 좌절됐습니다. 첫 번째는 2007년 12월 남북 환경보건 실무자회의에서 처음 제시된 뒤 전문가그룹을 만들었지만, 이듬해 금강산 피격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무산됐습니다. 이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다음해인 2011년 3월 남한 문산과 북한 개성에서 두 차례에 걸쳐 전문가 회의가 열렸지만, 북한이 막판에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11월 북한의 3번째 제안이 있었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깨졌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과학계에서는 북한과 우선적으로 진행할 공동연구 가운데 하나로 백두산 화산 연구를 꼽고 있습니다. 활화산인 백두산이 분화할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북한이 가장 관심을 가질 분야인데요, 이에 대해 기상청은 지난 5월에 문을 연 화산특화연구센터를 통해 그 가능성을 더 높게 타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