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된 독일 와덴해 사례 참고해 한반도 갯벌 보전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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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한반도의 세계적인 갯벌과 남북 보전 협력 가능성을 살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한국의 전라남도 신안군이 최근 '2019 신안 국제철새심포지엄'을 개최했는데요, 네덜란드, 호주, 중국 등 7개국 국내·외 전문가 250여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심포지엄은 ‘학술 토론회’라는 뜻인데요,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국내외 갯벌·생태 전문가들이 현장을 직접 보고 신안 갯벌을 극찬했다고 한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이들이 신안 갯벌을 극찬한 까닭은 뭘까요? 백명수 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한국의 갯벌은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생물종 다양성을 나타내며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 등의 서식처입니다. 지형적, 기후적 영향으로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펄 퇴적층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신안 갯벌은 생태적으로 우수하고 잘 보존돼있고, 생물다양성이 우수한 이동성 물새의 국제적인 서식처입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으로 등재돼있는데요, 신안 갯벌은 유럽연안의 갯벌과는 달리 지금도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진행형 갯벌로 펄과 모래의 혼합 암반으로 구성된 다양한 갯벌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은 이동성 물새와 그 서식지의 보전, 그리고 이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계의 보호를 위해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국제기구입니다. 그런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북한의 갯벌 현황을 소개한 영상이 상영돼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던데요, 백 소장은 북한이 한반도 갯벌의 보존을 위해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백명수) 북한도 서해안을 따라 넓은 갯벌지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북한 습지 생태계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데요, 강 하구수역으로 압록강 하구, 두만강 하구, 청천강 하구 등이 있습니다. 간석지로 마안도 간석지, 대동만, 옹진만 등이 있습니다. 특히, 갯벌 지역으로 청천강 하구의 여도 일대, 압록강 하구의 섬 일대 등이 대표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천강 하구 문덕 갯벌은 2008년 6월 람사르습지로 등재됐는데요, 아울러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으로 등재됐습니다. 청천강 하구는 해마다 8만 마리 이상의 물새가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이 문덕 갯벌 외에도, 나선 철새보호구가 ‘람사르 습지’이고 금야철새보호구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파트너십으로 등록돼있습니다.

‘람사르 습지’는 생물 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람사르 협약’에 의해 지정된 습지를 말하는데요, 람사르는 이란의 한 도시로 지난 1971년 이곳에서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람사르 협약이 체결됐습니다.

(music) 여러분께서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를 듣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세계적인 갯벌이라고 극찬 받은 신안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을까요? 세계유산은 미래 세대에 전달할만한 인류 보편적 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유엔의 교육과학문화기구인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유산인데요, 백 소장은 신안군이 갯벌 보전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아직 등재돼지 못했다고 답합니다.

(백명수) 문화재청이 올 초 한국의 갯벌을 2019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는데요, 한국의 갯벌은 서남해안의 대표적인 갯벌인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갯벌 4곳으로 구성된 연속 유산입니다. 한국의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서 형식 검토를 거친 후 2020년 3월까지 IUCN, 즉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심사를 거쳐 2020년 7월 개최예정인 제 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입니다. 한국의 갯벌이 등재된다면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한국에서 두 번째로 등재되는 세계유산입니다. 북한에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갯벌은 없습니다. 한편, 남한과 북한의 갯벌을 동시에 세계유산으로 등재하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인천 벨기에 겐트대학에서 진행하는 한반도 서해안 남북 쌍둥이 갯벌 세계유산 등재 프로젝트 캠페인인데요,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한반도 서남해안의 대표적 갯벌인 인천 강화도와 북한 황해도의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의 등재를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마침, 이번 심포지엄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갯벌 보존으로 유명한 독일 와덴해 공동사무국 사무총장도 참석했는데요, 서독과 동독의 갯벌 보존 노력에서 남북한이 배울 점은 뭘까요? 한국의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이 얼마 전 월간지인 ‘현대해양’에 기고한 글을 보면, 한국의 갯벌은 갯지렁이와 같은 대형저서동물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와덴해 갯벌보다 4.3배나 많은 800여 종이 살고 있는데요, 백 소장은 두 가지 시사점을 꼽습니다.

(백명수) 독일 갯벌 보전의 특징은 갯벌을 국립공원화해 보전하면서 관광자원으로도 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의 와덴해는 북해의 남부 연안을 따라 펼쳐진 수심이 낮은 연안 해역으로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 3국에 걸쳐있습니다. 이 지역은 영양염류가 풍부해 물새와 어류의 서식지로 중요한 생태계인데요, 비록 3국으로 나눠져 있으나 와덴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임을 인식하고 와덴해 보호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해 독일에 공동사무국을 설치하고 알맞은 갯벌보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갯벌을 보유한 3개 주 지방 정부는 해안선으로부터 모래 섬과 갯벌을 포함하는 전 연안해역을 국립공원으로 설정하고 국립공원 규정 이행에 책임이 있는 국립공원 관리청과 관리사무소를 설치했습니다. 와덴해 3국이 갯벌을 거대한 하나의 생태계로 인식하고 공동 사무소를 설치, 운영하는 점은 한반도 서남해안의 갯벌에도 같은 인식과 보전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지정 관리한 정책은 남북한이 반드시 배워야 할 점으로 보입니다.

갯벌이나 철새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의 생존권 역시 중요한데요, 최근 논란이 되는 흑산 공항 건설 사업은 신안군에 뜨거운 감자입니다. 개발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지 상반된 상황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걸까요? 백 소장의 조언입니다.

(백명수) 독일의 갯벌 보전에도 초기에 지역주민이 해안을 이용하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갯벌을 자연 그대로 보전함이 오히려 지역주민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강조하면서 의견을 조정했습니다. 특히, 제안된 지역에 휴양지를 허용함으로써 갈등을 완화했습니다. 요즘, 자연 생태계가 우수한 흑산도에 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을 중심으로 생존권 문제와 개발기대 등이 얽혀 공항 건설을 주저하고 있는데요, 흑산 공항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는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행위로 갯벌과 생태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보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들이 제기한 생존권의 문제, 즉 항공기 대신 쾌속정이나 응급헬기 등으로 이동권이나 응급진료를 보장하고 개발 소외에서 오는 경제적 어려움은 보호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생활비 지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한반도의 세계적인 갯벌과 남북 보전 협력 가능성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