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산 가공식품, 북한 유통 가능성 충분히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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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남북한 곁에 있는 후쿠시마 가공식품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한국의 유명 대형할인점이 후쿠시마산 가공식품을 소비자 몰래 판매해 온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후쿠시마는 지난 2011년 대규모 지진과 지진해일로 지역 내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일어난 곳입니다. 이 논란의 이유가 뭔지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문제가 된 제품은 후쿠시마산 라면과 일본 청주인 ‘사케’인데요, 라면의 경우 제품 포장지에 적힌 일본어 설명에는 제조사 주소가 후쿠시마 현으로 돼있지만, 한국어 표시에는 원산지가 일본으로만 표기해 판매됐습니다. 일본 술 사케는 후쿠시마 원전과 불과 82km 떨어진 곳에서 제조된 술이지만, 제조사 주소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 논란이 커지자 홈플러스는 해당제품을 매장에서 전량 회수했지만, 공개사과와 피해자 보상대책을 내놓지 않아 공분을 키우고 있습니다. 제품을 이미 구입한 소비자들은 병원에서 방사능 피폭 검사를 받는 등 충격을 받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라 원산지를 국가명만 표기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홈플러스와 해당 제품에 대한 조사를 검토 중입니다.

‘가이드라인’은 정부가 어떤 부문에 대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설정한 규제의 범위를 말하는데요, 도대체 식품의 방사능 오염 위험이 얼마나 크기에 이런 논란이 나올까요?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식품으로 인한 방사선 물질 피해는 오염수준이나 섭취기간 등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집니다. 식품별로 방사성 물질이 농축되는 정도나 사람이 평균적으로 섭취하는 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음식에 있는 방사선 물질은 인체에 축적되는 등 건강에 미치는 위험성이 아주 크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많은 양의 방사선 물질에 노출된 음식을 섭취할 경우, 급성 영향, 예컨대 구토, 탈모 등의 신체적 이상이 나타나거나 전신이 1,000 밀리시버트 이상의 용량에 노출되면 급성 방사선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1,000 밀리시버트는 자연적으로 일년간 노출되는 방사선 양의 약 300배 수준으로, 골수손상을 일으키는 용량입니다. 식품과 관련된 핵종 중 스크론튬은 반감기가 28년으로 백혈병이나 조혈 기능장애, 골수암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감기가 30년인 세슘은 근육이나 특히 연조직에 침착해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오염 가능성이 큰 요오드는 반감기가 8.1일로 갑상선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후쿠시마산 가공식품 수입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제품군도 다양했습니다. 명태알 등 수산물가공품, 사탕류, 사케·맥주 등 주류, 라면, 과자, 음료수, 각종 소스 등 양념류, 식품첨가물 등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주로 찾는 인기 제품들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역설의 배경으로 아직까지 일본 가공식품 규제가 미비하다는 점을 꼽습니다. 한국 식품위생법상 수입제품에 ‘원산지’만 표기하면 될 뿐 구체적으로 일본 ‘어느 지역’에서 생산됐는지 표기의무가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백 부소장은 이웃한 중국과 대만의 사례를 들며,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백명수) 중국과 대만은 한국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조치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든 식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후쿠시마 주변 10개 현에 대한 모든 식품과 사료를 수입금지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현재 후쿠시마를 포함해 5개현에서 생산된 모든 식품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5개현 외에서 수입하는 과일, 채소류, 음료수, 유제품 등은 현지에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타이페이 시의회는 지난해 5월 타이페이 시내에서 이들 5개 현의 식품유통을 금지하는 규제도 신설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후쿠시마산 식품 가격은 전국 평균을 밑돌거나 유통판로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요, 문제는 일본산 식품 원산지를 중국산으로 둔갑시켜 수입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종종 들려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생각하기보단 이익만을 쫓으려는 업자들이 존재하기에 이런 일이 발생되는 것인데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백 부소장은 후쿠시마산 가공식품이 북한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백명수) 북한의 생활에 대한 가장 최근의 모습은 지난 8월 평양에서 열린 유소년 국제축구대회에 참가하면서 보도된 북한의 생활 관련 기사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관련 보도에 의하면, 7월말부터 영업을 시작한 ‘대동강수산물식당’이 있는데요, 하루 천여 명의 손님이 찾을 정도로 성업 중입니다. 이 곳의 수산물 가공품 매장에 일본산 양념류가 판매되는 내용이 소개돼 있습니다. 마요네즈, 바비큐소스, 혼다시, 토마토케첩 등 일본 글씨가 쓰여진 양념류들이 판매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 방사능 오염 식품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가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일본산 제품이 판매 유통되고 있는 만큼 방사능 오염제품이 유통될 우려도 충분히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북한과 일본의 무역은 공식적으로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북한과 일본 간 무역은 1960년부터 시작됐는데요, 1995년 당시 일본의 교역 비중은 북한 교역액 기준 29%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북한과 일본 간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며 일본 내 대북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무역규모는 감소하기 시작해 2009년 전면 중단됐습니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해 일본 정부가 대북 수출을 금지하면서입니다.

그런데도, 일본산으로 추정되는 가공식품들이 북한의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북한은 지난 여름 이 식당을 개업하고 ‘인민을 위한 배려’라고 선전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때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건강뿐이 아닙니다. 얼마 전, 중국 여행사 INDPRK는 북한 관련 상품을 소개하면서 "1월1일 점심은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제공된다. 처음으로 외국 단체 관광객에게 식당이 개방됐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일본산 방사능 오염 제품이 무방비로 남북한 소비자, 나아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까지 유통되고 있는데요, 남북한 정부가 이에 관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냐는 질문에 백 부소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백명수) 아쉽지만 아직 방사능 오염에 관한 남북 협력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과거, 독일 통일 이전에 동독과 서독의 주요한 환경협력사업 중 하나가 방사능 피해방지 및 핵폐기물 처리협력이었습니다. 남북한 모두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독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중국의 원전 확대정책에 따른 방사능 오염 우려에 대한 남북한의 공동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고요, 또 현재 폐쇄되기는 했지만 과거 잦은 핵실험에 따른 주변 방사능 오염 피해에 대한 탈북민들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피해여부에 대한 남북한의 공동조사 및 사후처리 방안 모색도 협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 협력사업의 주요의제로 방사능 오염에 대한 실태파악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동논의가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