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새해 벽두부터 남북한에서 잇달아 발생한 지진들을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지진음)
1월 2일 오전 7시20분쯤 함경북도 길주군 북북서쪽 40㎞ 지점에서 규모 2.8의 지진이 발생해 새해 초부터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진 규모는 숫자가 클수록 강합니다. 예컨대, 규모 2.0은 보통 사람이 느끼고 물이 약간 흔들리고, 규모 3.0은 겹쳐진 식기에서 소리가 나고 그릇에 담긴 물이 진동하는 정도를 말합니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 발생 위치는 2017년 9월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장소로부터 동쪽으로 약 11㎞ 떨어진 곳이며, 발생 깊이는 12㎞로 추정됐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이번 지진이 인위적인 활동으로 벌어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백명수) 기상청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공동 분석한 결과, 이번 지진을 자연지진으로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핵실험의 영향으로 발생한 유발지진으로 추정했는데요, 유발지진이란 인간활동으로 인해 지각에 변형이 생겨 발생하는 자연지진의 하나입니다. 화강암 지대인 길주군 일대는 지반이 단단한 곳으로 원래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곳입니다. 그런데, 핵실험의 여파로 규모 5.7의 인공지진이 발생했고, 이 때 발생된 에너지가 주변으로 전달되면서 그 여파가 지진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길주군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과 암반이 화강암으로 이뤄졌다는 이유로 핵 실험장을 지었는데요, 지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09년과 2013년, 2016년과 2017년 9월 등 모두 6차례 핵실험이 이뤄졌습니다. 이 일대에 최근 들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게 백 부소장이 심각하게 우려하는 대목입니다.
(백명수) 기상청 통계에 의하면, 함경북도 길주군 일대에서는 6차 핵실험 이후 최근 1년 6개월간 규모 2-3의 지진이 11번 발생했습니다. 핵실험이 진행된 9월에는 3차례, 그 이후부터는 10월 한차례, 12월 4차례 등 8번의 지진이 3개월 사이에 발생했고, 지난해 2월 두 차례, 4월 한차례에 이어 이번에 또 지진이 발생한 것입니다. 지진 발생 지점도 모두 핵실험 당일 발생한 함몰지진 지점에서 북북서 방향으로 대략 5km 내외입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1차에서 6차까지 모두 핵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이 지역에서 자연지진이 이어지자 유엔 산하 ‘포괄적 핵실험금지기구’도 이를 핵실험에서 기인한 지질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핵실험장은 지난해 5월 비핵화 선행조치로 갱도를 폭파하면서 폐쇄됐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포괄적 핵실험금지기구는 1996년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의 체결국가 65개국에 의해 설립된 기관으로, 지진파, 초음파 탐지 등의 방법을 이용한 국제탐지체계를 이용해 핵실험 여부를 찾아내며 현장시찰도 실시합니다.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은1996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한 핵실험전면금지조약으로, 이전의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과 달리 모든 핵실험을 금지합니다. 북한은 이 조약에 아직 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길주군처럼 지진 발생 빈도가 크게 높아지면, 피해도 덩달아 늘어난다는데 있다고 백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길주군에서는 잇달아 발생하는 지진으로, 핵실험의 여파로 일어난 자연지진이기 때문에 대체로 규모 3 이하로 큰 피해가 보고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잦은 지반 진동의 피해는 작더라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주로 건축 구조물이나 진동에 민감한 기기, 그리고 인체와 가축에 대한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먼저 구조물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건축물 내 외벽의 미장재가 떨어져나가거나 균열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구조적으로는 구조요소간 연결부위의 이탈이나 골격부재 내의 균열 발생 등 내부구조물의 안전과 기능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기기의 경우에도 일시적인 오작동이나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의 작업에 지장을 주거나 혹은 기기의 처리, 가공으로 얻어지는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피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사람이나 가축에 있어서는 신경이 쓰이는 심리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게 지속될 경우 참기 어려운 정도의 심한 불안감과 불쾌감을 유발해서 정신적 피해를 일으키고 근무 효율이나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1월 1일, 남쪽 경상북도 영덕군 앞바다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 발생 위치는 영덕군 동북동쪽 29킬로미터 해역으로 깊이 19km 지점에서 발생했습니다. 영덕 인근인 울진군에는 한울 원자력발전소가 있는데 이번 지진으로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까요? 백 부소장의 대답, 들어보시죠.
(백명수) 다행히 지진 발행 후 영덕 소방서는 지진 발생 신고가 있긴 했지만 피해는 없다고 보고했습니다. 또한 영덕 인근에 있는 울주군 원자력발전소도 발전 정지나 출력감소 없이 정상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한수원이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지진 발생 후, 영덕뿐만 아니라 인접한 포항 북부 지역 주민들까지 지진발생을 감지했고, 이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난해 8월말 울진에서 규모 2.5 지진이 발생했고, 관련 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한울 원자력발전소에서 지진경보치가 넘는 진동이 감지된 경험이 있어섭니다.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울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영덕의 규모 3.1 지진에 이어 다음날인 2일에는 경상북도 문경에서 규모 2.2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이번 지진으로 주변 지역에서 예민한 사람들이 약한 진동을 느꼈을 뿐 피해는 없었다고 기상청은 밝혔습니다.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남북한에서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남북이 지진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백 부소장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백명수) 아직 지진 발생에 따른 남북 공동의 연구가 계획되거나 추진된다는 발표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한의 경우 기상청의 국내 지진발생 추이를 보면,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총 횟수가 2016년 252회, 2017년 223회, 전에 비해 5배 이상이 증가했습니다. 대체로 한 자릿수에 그쳤던 유감횟수, 즉 사람이 진동을 감지하는 지진의 횟수도 같은 기간 55회와 98회로 증가했습니다. 북한도 공식적인 내부 지진 발생자료는 없지만, 핵실험 이후 발생하는 유발지진이 잦아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반도 지진 발생의 원인, 특히 최근 들어 잦아지는 지진 발생에 대해 남북한이 공동으로 연구협력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 백두산을 중심으로 지진발생이 화산활동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뿐만 아니라, 한반도 차원의 지진발생 행태를 공유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해 남북간에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