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남한, 북한서 사과·포도 수입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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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아열대 과일의 한국산 시대를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열대에서 아열대의 10℃ 이상 되는 지방에서 재배되는 바나나, 요즘에는 북한 장마당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죠? 한국의 인터넷 매체 데일리NK는 올 설 연휴에 바나나나 귤, 파인애플과 같은 남방과일과 사과, 배를 내준 북한 직장들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과거에는 수입해서 먹어야 했던 이런 아열대 과일의 한반도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아열대 과일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가능해진 일입니다. 포항시농업기술센터는 지역의 한 농가 비닐하우스에서 3월 중하순께 바나나를 수확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포항시는 흥해읍 망천리 일원에서 바나나 400 그루와 한라봉 500 그루를 심어 3월 중하순에 수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는 자체적으로 포항 지역이 아열대 과수 재배에 대한 적합성이 높다고 판단해왔고, 이에 따라, 그 동안 경상북도 농업기술원의 지원과 FTA 피해대책 사업비 일부를 과일 재배에 투입해왔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번 포항시의 바나나 수확은 동해안 남부 지역의 온화한 기후를 바탕으로 산성을 띄는 포항 토질의 제약을 극복한 결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미 제주도에서 바나나와 한라봉 재배 경험이 있는 포항 출신 농업인의 참여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나나는 30년 전 한 송이에 3만 원, 미국 돈으로 27달러를 훌쩍 넘었는데요, 당시 서울-부산 간 비행기 요금 2만 5천 원보다도 비쌌습니다. 이처럼 귀했던 바나나는 이제 적어도 한국에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즐기는 국민과일이 됐는데요, 대형 할인점에서는 매출 효자 상품으로 떠올라, 지난 2017년에는 부동의 1위 사과를 제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바나나가 남쪽 내륙지방에서 재배된다고 하니까, 남아메리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수입되는 수입 바나나보다 맛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지난해 11월부터 바나나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서 현재 착화 중인 상황입니다. 3월 하순에 수확이 가능한 상태라 현재 바나나의 당도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입산에 밀려 주춤했던 제주도 바나나가 다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외국산보다 가격이 더 비싸지만,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 10월 경기 농협구리 공판장에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제주산 바나나 품평회가 열렸는데요, 무농약 재배와 방부제 없이 출하된 바나나가 당도와 품질에서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액체에 담긴 당도로 일컫는 단위를 ‘브릭스’라고 하는데요, 대개 과일은 10-15 브릭스 범위에 있습니다. 품평회에 출하된 제주산 바나나는 20 브릭스에 육박하는 당도와 외국산 바나나와 전혀 차이가 없는 외형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포항산 바나나도 당도와 품질에 있어서 제주산에 버금가지 않을까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바나나뿐만 아닙니다. 남한에서 재배되는 아열대 과일 품목은 매우 다양하고 점차 그 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백 부소장은 말합니다.

(백명수) 대표적으로 저희에게 익숙한 열대과일인 망고, 구아바, 용과, 파파야, 아보카도, 백향과 등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열대과일 재배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삼분의 일 이상 규모로 증가했고, 해당 농가는 약 260여호로 전년 대비 약 50%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생산량도 1000톤을 넘어섰습니다. 품목별 생산량을 살펴보면, 패션푸르트와 망고가 각각 400톤 내외로 가장 많았고요, 그 다음으로 파인애플 160여톤, 용과 80여톤, 파파야 60여톤 순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열대 채소류 재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크라, 상채, 공심채, 강황, 사탕무 등 다양한 종류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1300여 농가에서 약 250 헥타르 규모로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일에 비해 채소류는 재배 현황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실질 재배 규모가 더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한반도 평균 온도가 세계 평균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5차 보고서에서는 현재 추세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21세기 말까지 한반도 평균 온도는 5.9도 상승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3.7도를 크게 앞설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미, 제주에서 기르는 귤 한라봉의 재배지가 전라남도 고흥과 나주 등으로 북상하고, 사과 주산지가 대구에서 훨씬 북쪽인 강원 영월과 평창 등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가다간 북한에서 사과나 포도를 수입하는 시대를 맞을 수도 있는 걸까요? 백 부소장의 대답입니다.

(백명수) 네. 미래에는 북한산 사과나 포도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열대 재배 과일 한계선이 북상함과 동시에 국내 과일의 주 생산지도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과거 제주도에 한정됐던 열대과일 재배지역이 지구 온난화로 수도권까지 확대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경기도 평택시에서 열대 과일 종류 중 하나인 패션푸르트가 첫 수확되기도 했습니다. 농촌진흥청 온난화 대응 농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2080년 아열대 기후지역은 한국 경지면적의 약 60%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권에 속할 것인데요, 이에 따라 남한에서는 2060년 이후 사과 재배적지 가능지가 빠르게 줄어들어 강원도 일부에서만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포도의 경우도 일부 남부지방과 해안가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약 40년 후에는 남한에서보다 북한에서 사과와 포도 생산이 더 활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지구온난화는 십중팔구 계속해서 악화할 공산이 높은데요, 남북한이 이로 인한 한반도 과일 지도의 변화를 눈 여겨 보고, 힘을 합해 해결해야 할 시점이라고 백 부소장은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우선 큰 틀에서는 한반도의 기후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전망하는 남북 기상협력과 접경지대의 수해관련 정보교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국가기후변화적응계획의 수립과 같은 중장기적인 틀에서 계획 수립 지원을 위한 협력사업을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오랜 기간 식량과 에너지 부족, 자연재해 피해를 겪어왔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협력이 필요한 부분은 에너지, 농업, 물 관리, 자연재해, 산림복원, 생태계 등 매우 많은 분야에 걸쳐있습니다. 남북한이 이 가운데 우선 해야 할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외부적인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데 합의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업 부분은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농작물의 품종, 즉 가뭄에 잘 견딜 수 있는 종류, 혹은 재배 과정에서 물을 적게 필요로 하는 종 등에 대한 개발과 이런 품종을 중심으로 한 농업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협력사업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