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북한의 물 환경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북한의 물 환경 현황과 물 산업 협력을 위한 방안을 살펴보는 논의의 장이 한국에서 마련됐는데요, 백명수 부소장은 북한의 물 환경, 특히 상하수도 상황을 주목했습니다. 상하수도는 단순한 기반시설이라는 의미 이외에도 환경 오염 방지와도 긴밀하게 연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백명수) 북한 상수도 보급률이 9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설노후나 전력문제로 먹는 물 수질 안정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2012년 유엔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상수도 보급률은 88%로 추정됩니다. 상하수도 시설이 노후 돼서 누수율, 즉 공급되는 관에서 세는 물의 양이 매우 많고 정수과정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부족으로 정수장 가동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합니다. 따라서, 적절히 정수 처리된 물을 마시는 비율은 인구 10명 중 2명 이하로 알려졌습니다. 하수도 시설도 남한의 60년대, 70년대 수준입니다. 분뇨가 수세식으로 처리되는 비율이 50%를 간신히 넘어 남한과 약 17년의 격차가 발생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하수처리율도 35% 이하로 전망되는데요, 하수처리장의 시설노후화나 부품조달 문제, 전력부족 등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각종 생활하수와 공장, 광산의 폐수로 하천과 상수원 오염이 심히 우려됩니다.
백 부소장은 이런 상황은 북한 주민들에게 치명적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인류의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수돗물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이는 위생적으로 처리된 물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반대로, 오염된 물을 마신다는 것은 수인성 전염병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백 부소장은 설명했습니다.
(백명수) 실제로, 북한 내 5세 미만의 아동이 사망하는 원인 중 설사가 약 20%를 차지합니다. 대동강의 경우, 물고기가 죽어 물에 떠오르는 광경이 수시로 목격되거나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 주민들이 복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가뭄과 홍수에 취약한데요, 이런 재난이 발생하면 수질오염 악화로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4년과 2016년 수해로 설사병 환자가 급증했습니다. 이밖에, 북한주민들은 기생충 감염에도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오염된 물을 마시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2005년 서울대학교 연구결과를 보면, 함경북도 일부 주민들의 기생충 감염은 10명 중 5명 꼴로 나타났다고 보고됐습니다. 탈북자들의 기생충 감염 상태도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들은 지난 2017년 한국의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에 시설의 노후화로 평양시조차 중심구역을 제외하고는 수돗물이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거나, 시간제로 공급된다고 밝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상하수도 시설은 공중화장실과 인접한 곳에 매설되어 있다고 합니다.
탈북자들은 1990년대부터 지방도시 주민들은 펌프를 자체 설치해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했다고 밝혔는데요, 5층~7층 규모의 아파트 경우는 세대별로 돈을 모아 아파트 밑에 펌프를 설치해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펌프 위치가 아파트 중심이라면 공동화장실 역시 주변에 있다는 게 문제인데요, 지맥이 연결돼 결국 분변에 오염된 식수를 마실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music) 여러분께서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를 듣고 계십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런 북한의 열악한 상하수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협력방안이 제안됐는데요, 백 부소장은 안타깝게도 상하수도와 관련한 인프라, 즉 사회 기반 시설을 짓는데 엄청난 규모의 비용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백명수) 우선, 북한의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비용을 조사했습니다. 이는 2030년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상수도의 경우, 정수시설에 10조 6천억원, 관망 설치에 69조1천억원으로 8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하수도는 하수처리장 9조6천억원, 관망 설치에 5조 7천억원으로 약 15조 3천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렇게 북한의 상하수도 구축에 필요한 재원이 대략 1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엄청난 규모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사업이 아니라, 장기간의 계획을 바탕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한국 국회정보위원회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일년 예산은 약 7조원 정도되는데요, 100조원은 7조원의 14배가 넘는 액수입니다. 백 부소장은 돈도 돈이지만, 북한의 물 환경과 관련한 실태 조사가 우선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북한 체제의 구조적 폐쇄성 때문에 대부분의 통계자료를 공개조차 하지 않을뿐더러, 있어도 신뢰하기가 어려워섭니다.
(백명수) 먼저 정확한 실태파악이 필요합니다. 상하수도 관련자료는 북한의 자체 자료보다는 국제기구의 자료 인용이 더 많습니다. 북한이 통계나 정확한 수치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추정치입니다. 따라서, 북한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먼저 시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남북한의 협력을 기반으로 가능할 것입니다. 북한의 상수도 공급 현황과 이에 따른 시설 상태 증강 등은 전문가와 관련 장비의 도움이 필요한 전문 영역입니다. 특히, 상수도관망은 땅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정밀한 진단을 위해서는 숙련된 전문가들이 투입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한국의 전문가들과 북측 관계자들간에 긴밀한 협업이 필요합니다. 현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자료 구축을 통해서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합니다.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인 만큼, 북한의 상하수도 인프라 구축은 어느 사업보다도 우선해서 지원되거나 협력되야할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물 관련 남북사업은 없다고 백 부소장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물은 주택, 교통, 전기/통신과 더불어 국가 4대 인프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국가와 지방정부는 남북 경협사업의 하나로 물 관련 협력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백명수) 다만, 지난해 평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동강 수질개선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남북 교류에 대해 서울시는 이를 계기로 본격적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또한 남북교류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나타내고도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 서울시는 남북협력 추진단을 출범시켰고, 남북협력기금 400억원도 올해 예산으로 수립했습니다. 따라서, 대동강 수질 개선사업이 조만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원도도 그간 남북교류의 산물로 여겨졌던 평화의 댐을 활용한 관광지 개발과 남북 강원도 공유하천의 평화적 이용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남북 강원도 공유하천 기초조사 및 효율적 이용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했고, 남북 강원도 공유하천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별도의 자문위원회도 구성해 본격적인 남북협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제작과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