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북한이 매년 벌이는 '산림복구 전투'의 효과와 해결방안을 살펴봅니다.
(조선중앙TV)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많이 심고 정성껏 가꾸자.
조선중앙TV가 최근 식수절을 맞아 나무를 많이 심자고 독려하는 부분 들으셨는데요, 노동신문 역시 얼마 전 1면 사설을 통해 “산림복구 전투의 승패는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사상정신력에 의하여 결정된다”며 “봄철 나무심기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 애국의 땀과 열정을 아낌없이 바치자”고 주문했습니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인데요, 북한은 영국의 위기관리 전문기업 ‘메이플크로프트’가 지난 2015년 발표한 ‘극단적인 산림황폐화 9개국’에서 3위를 기록했습니다. 또 한국 국립산림과학원이 1999년부터 인공위성을 통해 북한 산림 황폐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평양 면적의 11배인 120만ha의 산림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몇 년 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시작된 산림복구 전투가 성공을 거두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백명수 부소장은 평가합니다.
(백명수) 북한의 ‘산림복구 전투’는 말 그대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산림을 복원하겠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014년 11월 중앙양묘장 현장 지도 때, 황폐한 산림을 회복하기 위해 전후 복구 건설시기처럼 전당, 전군, 전민이 총동원돼 산림복구 전투를 벌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2015년 2월에는 각 도에 양묘장을 건설하고 향후 10년 내에 나라의 모든 산을 푸르게 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산림복구계획은 2023년까지 나무 65억 그루를 심는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나무 모 키우기에 주민들을 총동원했습니다. 모든 성, 중앙 기관, 공장, 기업소들에 나무 심기 과제를 주고, 나무는 나무를 심는 기관에서 책임지고 살려낼 수 있도록 하는 ‘담당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성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산림조성 10개년 계획’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미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실효성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산림복구 전투 총동원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경제부문에서 근무한 고위 탈북자 김 모 씨는 최근 한국의 일간지인 중앙일보에 “김정은 시대 들어 산림복구를 부쩍 강조하다 보니 간부가족들로 묶어진 ‘산림조성 작업반’도 조직하고 ‘충성맹세’를 한다”며 “당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간부가족 작업반’에 소속돼 매일 수십 리길을 오가는 간부 부인들도 불만을 토로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외국에서 일하는 일꾼에게도 산림복구 과제가 과다하게 부여된다”며 “‘주재국에서 좋은 수종의 나무 모들을 반입하라’는 지시가 내렸고 이를 실행하던 중 ‘외국 나무 육종은 북한기후에 적합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매년 1인당 500∼1000달러를 중국주재 북한대사관에 보내 중국에서 묘목을 사들이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여전히 산림 황폐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은 가장 큰 이유로 식량과 에너지 부족을 꼽습니다.
(백명수) 북한의 산림 황폐화 문제는 근본적으로 식량과 에너지 부족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다락밭 개간인데요, 이는 북한이 1970년대 식량증산을 위해 시행한 사업입니다. 이후 10년간 수백만 헥타르에 가까운 산지가 다락밭으로 훼손됐습니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1990년대 들어 더 극심해졌는데요, 1990년대부터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식량배급이 중단되고 이로 인해 북한주민들의 다락밭 개간이 더 성행해졌습니다. 북한의 땔감지급도 사라지면서 난방을 위한 땔감을 산림에서 마구잡이로 채취하면서 산림훼손이 악화됐습니다. 또한 북한의 산림정책이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된 것도 산림 황폐화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북한경제가 침체되면서 충분한 재원을 받지 못한 지방행정기관이 주민 생존과 큰 관련이 없고 중앙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분야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기 때문에 산림조성과 보호사업이 식량생산이나 외화획득에 대한 경제정책에 밀린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도 산림복구를 무책임하게 하는 단위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6일 평안북도 벽동군을 예로 들며, “개인 이기주의”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이미 전에 심어놓은 이 나무는 강냉이가 자라는데 지장이 된다고 사람들이 가지를 베어 버렸습니다. 산림조성사업은 외면하고 개인 이기주의에만 빠져 있는 일꾼들은 단단히 각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민 총동원을 통한 나무 심기만으로는 산림복원이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백 부소장은 나무심기, 식량문제, 에너지 문제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정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백명수) 북한은 최근 산 경사면에 등고선 방향으로 나무를 두세 줄씩 심어 띠를 만들고 형성된 띠 사이에 농작물이나 약초를 심어 재배하는 ‘임농복합경영방식’을 도입해서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있지만, 이마저도 효과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과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산림 정책의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다락밭 개간이나 땔감을 위한 무자위 벌목 등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상황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야 산림복구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식량 증대, 에너지 확보 등을 위한 정책과 동시에 산림복구 계획이 진행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남북협력이나 국제사회의 지원이 더불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침, 한국의 산림청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교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내외 여건에 맞춰 한반도 산림복구를 위한 준비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런 입장은 2018년 주요업무계획 설명회를 통해 전격 공개됐습니다. 백 부소장은 산림청의 이 같은 계획을 크게 환영했습니다.
(백명수) 먼저 대북지원용 종자채취, 양묘장 조성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서 산림청은 황폐한 산림복구의 근간인 대북지원용 종자채취와 저장 규모를 지난해 30톤에서 올해 2만천 ha를 복구할 수 있는 35톤으로 확대하고, 산림 병충해 공동조사와 방재, DMZ 소화전 등 산불 장비구비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 남한은 북한의 기후조건과 유사한 지역인 강원, 고성, 화천, 철원 등에 대북용 양묘장을 조성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산림청은 단체나 국제기구들과 더불어 실현 가능한 남북 산림협력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아시아산림협력기구, FAO 등과 교육 및 협력사업 발굴을 통한 북한 산림복구 역량 강화사업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남북 산림용어 사전을 공동 추진 발간하겠다고 했습니다.
‘인프라’는 사회 기반 시설을 뜻하고, DMZ는 휴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각각 2km 펼쳐져 있는 비무장지대를 말합니다. ‘아시아산림협력기구’는 산림 부문에서 아세안, 즉 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이 협력해 사막화 등을 방지함으로써 녹색성장을 통한 지역 내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입니다. FAO는 세계 식량과 기아 문제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식량농업기구’의 영어 약자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