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둘레길' 생태계 파괴 우려돼; 하루속히 남북한 공동 보존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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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이달 말 개방되는 비무장지대 평화둘레길과 최근 강원도 산불의 영향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DMZ, 비무장지대가 이번 달부터 둘레길로 시민들에게 개방됩니다. 남한 정부는 최근 “DMZ와 연결된 3개 지역을 4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국민에게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둘레길 대상 지역은 강원 고성, 철원, 경기 파주 등 3개 지역입니다.

정부는 우선 4월 말에 고성 지역을 시범 개방한 뒤, 철원과 파주 지역 둘레길도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개방할 계획인데요, 상설운영은 시범운영 결과를 평가한 뒤 결정할 방침입니다. 백명수 소장으로부터 이번 계획의 중요한 의미를 들어봅니다.

(백명수) 이번 조치는 그간 금단의 땅으로 여겨졌던 비무장지대를 민간에게 개방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정부는 DMZ 평화둘레길, 가칭 ‘평화둘레길’ 체험이 평화와 안보의 현주소를 생생하고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기적으로 DMZ와 인근 접경지역을 따라 한반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탐방길 연결사업과 DMZ 평화공원 조성사업과 연계해 세계적인 생태평화 체험자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정부는 이 둘레길 개방이 9.19 군사합의 이후 조성된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의 상황을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백 소장은 비무장지대 개방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백명수) 이번 DMZ 일원 개방은 지난해 개최된 4.27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추진된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 민통선 접경지역은 무엇보다도 지난 반세기가 넘게 인간의 접근이 차단된 생태적 건강성이 매우 높은 지역입니다. 특히,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을 포함한 민북 지역은 전체 면적의 77% 이상이 보존 대상인 1, 2 등급 지역으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이런 지역의 둘레길 개방은 자칫 DMZ 일원의 무분별한 개발을 유도하는 빗장을 푸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또, 이 지역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름아닌 인간입니다. 정부는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군사시설의 활용이나 인위적인 개발행위를 최소화하거나, 민간차량 출입 시 외래종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전파차단용 먼지떨이시설 배치 등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간섭이 없었던 지역에 차량을 유입시키고, 사람이 들어가는 계획 그 자체만으로도 생태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남한 정부의 DMZ 개방 계획이 발표되자 환경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철원 백마고지에서 화살머리고지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대한 반발이 큽니다. 백 소장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백명수) 철원 지역은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최전방 감시초소 철제 길을 따라 공동유해발굴현장과 인접한 화살머리 고지까지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이 백마고지에서 화살머리 고지까지 이어지는 구간이 대표적인 두루미 월동지입니다. 주변 하천이나 논에서 밤을 보낸 두루미들이 낮 동안 먹이활동을 하는 곳으로 5사단 구역에서 가장 핵심지역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해안초소에서 화살머리 고지에 이르는 농경지는 하천을 중심으로 양쪽의 산지에 계단식 농경지와 평탄한 농경지로 각각 이루어져 월동지의 상황에 따라 두루미들이 각각의 지역을 이동해 서식하는 곳입니다. 안보와 두루미 관광으로 이미 차량과 인간의 출입이 잦은 6사단 월동지에 비해서 매우 안정된 구역으로 평가 받고 있는데요, 철원 두루미가 국내 서식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보존해야 할 지역으로, 인간의 간섭이나 교란행위가 매우 신중하게 고려돼야 합니다.

남한 환경부는 1999년부터 겨울철 철새도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겨울철 조류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월에 실시한 철원평야 조사에서는 멸종위기종인 두루미 930마리가 관찰됐습니다. 이는 겨울철 조류 조사가 시작된 이래 관찰된 두루미의 최대 개체 수에 해당합니다. 특히, 철원평야는 임진강과 한탄강 일대의 약 150㎢ 규모의 넓은 평지로 전 세계 야생 두루미의 약 30%가 겨울을 나는 세계 최대의 두루미 월동지역입니다.

(music) 여러분께서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를 듣고 계십니다.

남한 정부는 당초 3개 지역 둘레길 모두를 4월 말부터 시범 개방할 예정이었는데요, DMZ 출입 때 시민들의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고성 둘레길만 우선 개방키로 했는데요, 얼마 전 강원도 동해안에서 대규모 산불이 일어났습니다. 이번 산불로 사망 1명ㆍ부상 1명의 인명피해와 함께 산림 약 1,757ha, 주택 516채가 소실됐습니다. 또, 고성, 속초, 강릉, 동해 등 4개 시 군에 걸쳐 562세대 1,20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고성군은 DMZ 평화둘레길에 포함된 지역인데, 어떻게 됐을까 궁금합니다. 백 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고성군은 행정구역상 상당부분이 비무장지대의 바로 밑인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 있어서 산불로 인해 주택이 105 채 전소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무장지대까지 산불이 번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초 발화 지점 인근 마을인 고성군 원암리는 행정구역으로는 고성군에 속하지만, 지리상 속초시와 행정구역이 닿아있는 곳으로 발화된 산불이 비무장지대 방향으로 올라가지 않고 속초시 쪽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고성에는 동해안 최북단 군관측소인 금강산 전망대가 있어 화재 발생 다음날 한국은 북한에 산불 상황을 서해지구 군통신선으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산불 정보를 북한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는 둘레길 운영 횟수와 참여 인원은 군사작전 여건 보장과 자연환경과 생태보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백 소장은 생태계 파괴와 난 개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남북한이 비무장지대의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비무장지대와 관련해서는 남북한간의 장기적인 보존계획 등이 우선 수립될 필요가 있습니다. 생태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지역으로 인간의 간섭을 오랫동안 받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남북 모두 참여하는 보존방안이 우선 수립돼야 합니다. 이는 남북한이 함께 하는 비무장지대 생태계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사전에 진행돼야 함을 의미합니다. 비무장지대 생태계 조사에 대한 남북간의 공동협력방안을 구축하고 공동 생태계 조사를 시행한 후, 비무장지대에 대한 남북한의 공동입장을 발효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인 보존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상시적으로 비무장지대를 관리하는 가칭 ‘비무장지대 남북관리위원회’등을 구성해 운영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이달 말 개방되는 비무장지대 평화둘레길과 생태적 영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