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때문에 백두산 화산 터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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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 핵실험 때문에 백두산 화산이 터질 수도 있다고 한 전문가들의 경고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북한이 대규모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백두산에서 분출 재앙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을 전해주시죠.

장명화: 네. 미국 랜드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브루스 베넷 박사는 최근 미국의 CNN 방송에 나와 “중국과 북한 사람 수천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의 분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랜드연구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방 관련 민간연구소입니다. 베넷 박사는 “더 큰 규모의 핵폭발이 분출을 유발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은 수년 동안 김정은이 화산 분출을 야기할까 우려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주요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와 백두산 간 거리는 어느 정도입니까?

장명화: 풍계리는 백두산으로부터 불과 115∼130㎞ 떨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세계 화산 활동 프로그램에 따르면, 백두산으로부터 100㎞ 내에 약 160만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인 이윤수 박사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이윤수) 북한 풍계리 핵실험 장에서 직선거리로 한 30km 되는 지점에 길주-명천 지구대라고 하는 큰 구조선, 즉 약한 단층대가 있습니다. 이곳 지반이 상당히 약합니다. 그 곳을 따라서 청진에서부터 길주, 명천, 김책 시까지 거의 100만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풍계리 주변에는 자원들도 많습니다. 따라서 핵실험을 규모 7.0에 가깝게 한다고 하면 우려해야 합니다. 규모 7.0은 거의 파괴 수준입니다. 이런 규모의 핵실험은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양윤정: 북한 핵실험으로 백두산 화산이 터질 수도 있다는 최근 주장에, 다른 의견도 나옵니까?

장명화: 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지리·환경 위험요인을 강의하는 에이미 도너번 박사는 “우리는 상대적으로 백두산의 마그마 배관 체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거의 모른다”며 “10킬로톤 정도로 추정되는 최근 북한 핵실험 위력으로는 분출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참고로 1 킬로 톤은1,000톤을 표현하는 단위이자 핵무기의 위력을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양윤정: 북한의 핵실험 위력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지난 2006년 10월 1차 실험 때 1킬로톤, 2009년 5월 2차 때 2킬로톤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2월 3차 때 6∼7킬로톤, 작년 1월 4차 때 4∼6킬로톤, 같은 해 9월 5차 때 10킬로톤으로 늘었습니다.

양윤정: 이런 상황에서 핵폭탄이 백두산의 화산 분출을 유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네요.

장명화: 네. 사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화산학자 케일라 라코비노 박사는 미국 언론에 핵폭탄이 화산 분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설득력 있는 일반적 견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라코비노 박사도 화산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핵실험에 따른 백두산 분화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윤정: 백두산이 마지막으로 분출한 게 언제입니까?

장명화: 세계화산프로그램(GVP)에 따르면, 백두산은 1903년 가장 마지막으로 분출했습니다. 중국 국가지진국이 백두산 천지 주변에서 1903년도 화산 분출물을 찾아내면서 백두산이 이때 마지막 분출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앞서 946년에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분출이 있었습니다.

양윤정: 백두산은 폐쇄적인 북한 탓에 접근이 쉽지 않을 텐데요, 백두산 화산 폭발과 관련한 과학적 연구가 있긴 합니까?

장명화: 네. 가장 최근 연구로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와 북한의 평양지진국,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946년에 일어난 백두산 화산 폭발 때 생긴 천지 인근의 암석에 남아 있는 기체를 분석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약 1000년 전 폭발한 백두산에서 방출된 ‘황’을 비롯한 가스가 역대 최대 규모라는 분석을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당시 연구에는 북한의 과학자들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유럽과 미국 연구진과 백두산 관련 연구를 진행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것은 두 번째였습니다. 북한 연구진은 지난 4월 백두산 천지 5~10km 지하에 녹아있는 마그마가 있으며 규모는 서울시 면적의 2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양윤정: 만에 하나,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남북한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한 조사가 혹시 있었습니까?

장명화: 북한 측 재산피해는 아직 나온 게 없습니다. 하지만, 활화산인 백두산이 폭발하면 남한에 최대 11조1천900억 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줄 것이라는 예측 결과는 나와 있습니다. 미국 돈으로 대략 102억 달러 가량 되는 액수입니다. 지난 2015년 관련 연구에 참여한 한중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장은숙 교수가 한국의 YTN 방송에 나와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장은숙) 저희들이 농산물이나 산업, 보건, 그리고 환경, 사회 기반 시설에 따라서 여러 가지 피해 항목을 설정해서 취약도 함수를 구해서 피해액을 산정했었는데요. 전체적으로 전부 합산을 하게 되면, 굉장히 직간접적인 피해를 합하게 되면. 남한에 백두산이 폭발하게 될 경우에 최대 11조 이상의 피해액이 발생한다고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영국이나 미국을 포함한 국제연구진과는 함께 조사하는 모양인데요, 남북한간에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관한 공동 연구는 진행되고 있나요?

장명화: 아쉽게도 아닙니다. 남북한 공조 움직임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중국과 공동으로 백두산 지하 마그마 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9월 양측은 백두산에서 화산체와 화산 분지, 온천수 등을 연구하는 지질 조사를 한 차례 진행했습니다. 한국과 중국 연구진은 2018년 백두산에 실제 시추공을 뚫고 마그마가 흐르는 지하를 직접 조사할 계획입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의 말입니다.

(안찬일) 백두산의 화산이 분출하게 된다든지 지진의 영향을 받을 때 한반도에 미칠 위험 요소들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는 보시다시피 냉각기에 접어들어서 해빙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백두산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한 각계 전문가들의 대화와 토론이 더 시급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