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백두산의 폭발 가능성과 남북 공동 연구 전망을 들여다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하와이 화산 폭발음)
시뻘건 용암이 불꽃처럼 솟구치는 하와이 섬의 화산 폭발음 들으셨는데요, 하와이 섬에는 연일 지표면에 새로운 균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8개의 균열이 생겼고, 땅이 갈라진 틈으로 용암과 유독가스가 내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불에 타 파괴된 주택과 건물은 40여 채에 달합니다. 하와이 섬 지열발전소 근처에서도 지표면 균열이 발생해 23만 리터에 달하는 가연성 액체를 급히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하와이 화산이 또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폭발이 발생할 경우 화산재가 19k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하와이 화산 용암분출 소식에 백두산의 화산이 폭발 가능성이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백두산 폭발에 대한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백명수) 활화산인 백두산이 언제든 분화할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2년전 한국과 일본팀의 연구결과, 2009년부터 침강하던 천지 칼데라 외륜산이 융기하기 시작하면서 백두산의 해발고도가 2014년부터 조금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백두산 천지 주변에 산재한 온천의 온도가 10여년전보다 20도 이상 상승했고 온천에서 채취한 화산가스의 헬륨 농도가 일반적 대기의 7배 더 높아졌다고 했습니다. 지질전문학자들은 해발 온천수 온도, 헬륨 농도가 높아진 것은 마그마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며 휴화산인 백두산이 활성화되었고, 폭발할 조짐이 뚜렸해지는 증거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화산 분화의 전조인 지진도 2002년부터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백두산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할 경우 어떤 피해가 발생할까요? 참고로, 북한과 중국은 지난 1962년 국경조약을 통해 백두산을 북한과 중국 영토로 나누고, 천지 총면적도 북한 영유 54.5%, 중국 영유 45.5%로 분할한 바 있습니다. 백 부소장은 자연히 중국과 북한에서 1차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백명수) 2015년 부산대학교 윤성효 교수 연구팀이 화산재 피해예측 기술개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백두산 화살 폭발 단계에 따라 피해 시나리오를 구성했습니다. 폭발지수가 4단계 이하의 화산 폭발이 발생하면, 남한에는 피해가 없지만, 섭씨 500-700도에 달하는 분출물이 중국 쪽 계곡을 따라 최단 8km에서 최장 87km까지 흘러 들어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폭발지수가 6단계 이상이면 양강도 일부 지역이 포함돼 최대 827제곱 킬로미터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백두산이 약 천년 전에 발생했던 규모인 폭발지수 7단계로 폭발하면 직간접적인 전체 피해 규모가 11조2천억원으로 전망됐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백두산의 화산·지진 관측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여력이 없어 백두산 화산 관측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백두산 북한 지역의 화산 관측 사업은 2011년 영국 연구진이 북한에 먼저 제안해 이뤄졌습니다. 당시 백두산 재점화설에 신경이 곤두섰던 북한 당국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북한과 영국의 과학연구협력은 미국 과학진흥협회가 자금을 지원하고 영국 자원환경연구협의회가 지진 특정설비를 임대하면서 성사됐습니다. 2년뒤인 2016년 연구결과가 발표됐는데, 공동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스’에서 백두산 천지 인근 60km 안에 광대역 지진계를 설치하고 지진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백두산 지하에 부분적 용융상태인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밝혔습니다. 북한 과학자들이 서방연구진과 백두산 관련 공동연구를 해서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당시 연구는 2011년 제안되었지만, 각국의 설득과 대북제재로 물자의 반입 어려움으로 2년 정도 지체된 후 시작됐습니다. 2016년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연구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입니다.
백두산이 분화한다면 남한도 피해를 벗어나긴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한국 기상청은 지난 2012년 모의실험을 통해 백두산 분화 시나리오를 마련했는데요, 기압 배치나 계절에 따라 남한까지 화산재 유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겨울철 북풍이나 북서풍을 타고 화산재가 남쪽으로 내려온다면 항공기를 통한 수출길이 막히고, 이상 저온현상으로 흉년이 들어 농산물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피해를 종합해 백두산 분화로 인한 남한의 피해액이 모두 11조2506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남한이 중국과 2014년부터 중국 쪽 백두산에서 마그마 활동을 연구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014년 중국 지질물리지구연구소와 백두산 공동연구 진행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화산 마그마 거동 관측과 화산 분화 예측을 목표로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계획입니다. 연구팀은 특히 화산분화를 일으키는 마그마 가까이에 시추공을 뚫고 모니터링 장비를 이용해 마그마의 거동 변화를 직접 탐지할 수 있는 첨단 화산분화 예측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중국과의 공동 연구 성과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다만,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제1회 백두산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됐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그 동안 한국과 중국이 진행해온 연구성과가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백두산 화산과 관련해 발표된 최근 자료를 보면, 백두산 화산폭발에 따른 영향 범위 예측 등이 있어서 관련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북한은 영국과, 남한은 중국과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를 따로 진행해왔지만, 북한의 핵개발 문제로 사실상 남북 공동으로 연구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백 부소장은 최근 남북 평화 분위기에 힘입어 그 동안 꽉 막혔던 백두산 화산 남북 공동연구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백명수) 최근 들어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남북 공동 연구의 필요성이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2007년 11월, 2011년 3월, 2015년 11월 등 세 차례에 걸쳐서 백두산 남북 공동연구를 남측에 제안한 바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남북한 모두 백두산 마그마 과학 시추연구 추진에 동의했고, 연구의 지속성이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연구그룹을 결성하자고 합의했지만, 그 동안 불안정한 남북관계로 실제 연구로 이어지지 못해왔습니다. 하지만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백두산 화산에 대한 남북한 공동연구가 구체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남한 정부가 백두산 화산활동 감시를 위한 남북공동연구소 설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남북한을 중심으로 중국, 영국 등 주요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형태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한국 언론에 "백두산 화산활동 남북공동연구소 설치 등이 담긴 남북 기상시설 중장기 협력과제를 지난주에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5~6개 기상분야에서 남북이 함께하는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