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최악의 태풍 피해 지역으로 변모하는 한반도 실태를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강남영) 여름철 태풍 중에서도 8월 태풍이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달이 되겠는데요. 6, 7월에도 한 개 정도의 태풍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부터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겠습니다.
한국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의 강남영 예보팀장이 지난 5월 말 한국의 KBS 방송에 나와 올 여름 전망을 내놓는 부분, 들으셨는데요, 강 팀장은 지구 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올라 필리핀 부근 해역에서 태풍이 발생하면 2~3일 만에 한반도가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의 태풍과 관련한 연구 결과가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제임스 코신 미국 국립해양대기국 국가환경정보센터 연구원은 1949∼2016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발생한 태풍과 사이클론, 허리케인 등 ‘열대성 저기압’ 7,585건의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수집한 뒤 분석해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그 결과에 의하면, 한반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태풍 피해 취약 지역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는 태풍의 이동 속도와 경로가 모두 한반도에 불리하게 변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태풍 이동 속도가 68년 사이에 평균 30%나 느려졌습니다. 전 세계 열대성 저기압의 이동 속도가 10% 느려진 데 비하면 매우 큰 것입니다. 느려진 이동 속도는 강우의 지속시간이 늘어 강우량이 많아지고 파도, 바람에 의한 피해도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열대성 저기압이 가장 강해지는 지역도 해마다 약 6km씩 북반구의 경우 북쪽으로, 남반구의 경우는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태풍이 가장 강할 때의 위치가 이전에는 필리핀이나 남중국해에 집중되었는데,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 남부, 중국 동부, 그리고 한반도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반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태풍 피해 취약 지역으로 변모하는 이유는 세계적인 기상이변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기상학회 회보 특별판에서는 극심한 홍수나 가뭄, 태풍, 폭염 등이 기후변화 때문임을 공인했습니다. ‘기후변화’는 10년 정도에 걸쳐 나타나는 기후의 평균적인 변화를 말합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기상이변으로 인한 가장 직접적인 피해가 홍수, 태풍, 가뭄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피해는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나타나고 있고, 피해 규모도 매우 큽니다. 기상이변은 여름철의 기온으로 올라가거나, 전례 없는 이상 저온현상, 과거와 비교가 안 되는 심각한 가뭄 등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해수면의 온도상승은 허리케인, 태풍 등의 파괴력을 증가시키고 있는데요, 태풍이 해수면의 온도가 높은 지역을 통과할 때, 해상에서 많은 수증기와 열에너지를 공급받기 때문에 더욱 발달하게 됩니다. 실제 지난 1980년대 이래,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한반도에 영향을 끼친 태풍의 중심기압이 약 20헥토파스칼 하락했습니다. 태풍의 중심기압이 떨어지면서, 바람이 최대 40%까지 강해졌다고 합니다.
참고로, 중심기압은 고기압이나 저기압의 중심부의 기압의 값인데요, 단위는 ‘헥토파스칼’로 표시합니다.
한반도의 수해 피해는 주로 국지성 집중호우에 의해 발생하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태풍에 의한 피해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고 백 부소장은 우려했습니다. 태풍은 일시에 많은 비를 뿌리고, 산사태를 일으키는데다, 많은 지역을 침수시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명수) 남한의 경우, 기상관측이 이루어진 이후 발생한 태풍 중에서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것은 태풍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일제 강점기에 주로 발생했습니다. 반면, 태풍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2002년 8월 발생한 루사 5조8천억원, 2004년 메미로 4조7천억원, 그리고 2006년 에위니아 발생 때 1조8천억원 순이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태풍으로 인한 재산피해는 수조 단위에 이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서, 홍수피해가 거의 연례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2007년 이후 해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상당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 8월 태풍 라이언록에 의해 함경도 일대에 폭우가 발생했고, 두만강이 범람해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북한의 8월 홍수피해는 조선중앙통신이 ‘해방 이후 처음 겪는 대재앙’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남한과 북한이 대개 같은 시기에 유사한 기상이변을 함께 겪지만, 북한의 피해가 남한에 비해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고 백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국제적십자연맹이 1988년부터 20년간 자료를 비교한 결과, 태풍을 포함한 자연재난 때문에 발생하는 인명피해는 북한이 남한의 100배가 넘습니다. 특히 2007년 기준, 이전 10년간은 그 격차가 더 커져 200배가 넘는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지난해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가 발표한 ‘2017 아시아태평양 재해보고서’에서도 북한의 자연재해 대비능력이 가장 부실한 국가로 꼽혔습니다. 2000년 이후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손실이 가장 큰 국가로 북한이 경제규모에 비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자연재난에 취약한 이유는 국가정책과 산림관리, 경제사정 등이 밀접하게 관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태풍과 홍수피해는 대부분 북한의 황폐화된 산림 때문에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북한의 사회간접시설이 취약해서 재해 예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더불어 복구능력도 지속적으로 나빠지는 악순환에 처했습니다.
북한에서는 2014년 처음 재난관리법이 통과됐으며, 이 법을 통해 응급 재난 관리를 하는 중앙위원회가 설립됐습니다. 2015년부터 국제적십자사의 주선으로 재난 취약국인 다른 아시아 국가인 베트남과의 재난법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만, 관련 예산을 둿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핀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와 국제적십자사 등에서 북한의 가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펴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 제한되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태풍을 비롯한 기상재해는 더 빈번해질 텐데요, 북한의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의 노력만으로 이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보다 더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국제사회와 남한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백 부소장은 이를 위해 남북한 기상당국이 직접 만나 공통의 과제를 협의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태풍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남북간에 기상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기상협력은 지난 2006년 4월 황사 등 남북 자연재해 방지 추진협력에 대해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된 이후 2007년 남북 총리회담에서 남북 기상협력 협의의 추진을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어서 제1차 남북기상협력 실무접촉 후에 개성과 금강산에 기상과 황사 관측장비가 1조 설치됐습니다. 이후 예보 자료도 제공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정부 출범 이후 남북기상협력합의서 교환이 무산되면서, 이후 협력이 완전히 중단됐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발표되진 않았지만, 최근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로 미세먼지, 황사 등 기상 분야 협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북한 기상관측망과 시스템 지원, 기상관측 인력 교류, 관측 자료 공유 등이 주요 협력 과제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